⑦ 이승준 스트라입스 대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6.04.08 06:24

젊은 기업인들이 질주하고 있다. 패기와 도전, 열정이 지금은 이들 기업인의 최고 자산이다. 그만큼 ‘창조적 파괴’를 지향하는 기업가 정신이 충일하다. 기업가 정신의 요체는 혁신이다. 때문에 이들 혁신가는 우리 산업에, 우리 사회에 창조정신을 고취시키고 실행력을 길러준다. 나아가 창업을 생각하는 2030세대에 자신감을 심어준다. 본지는 이런 특성을 고려해, 매주 금요일 인터뷰 시리즈 ‘예비 재벌’을 연재한다. 인터뷰이는 창업 1년이 지났고 종업원 10명 이상 근무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만35세 미만으로 한정했다. 창조정신과 혁신, 실천력으로 무장된 이들 기업인 중 제2의 정주영, 이병철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편집자 주

▲이승준 스트라입스 대표.


[에너지경제신문 김동규 기자] "회사를 처음 차리고 나서 강남역에서 좌판을 깔고 행인의 사이즈를 측정하는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사람들 반응이 별로일 줄 알았는데 200~300명 가량이 줄을 서서 사이즈를 측정하고 갔어요. 이러다 보니 서초구청 사람들이 나와서 저희를 쫓아냈죠."

이승준 스트라입스 대표가 사업 초기에 겪은 에피소드다. 스트라입스는 커스톰(주문 제작) 의류 회사다. 고객들 몸에 잘 맞는 옷을 만들기 위해 회사 소속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찾아가 상담하고 사이즈를 측정한 후 셔츠와 정장 등을 만든다. 신체 사이즈를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주문이 가능하다.

전통적인 맞춤형 옷 제작에 IT기술을 접목해 고객에게 편리하게 원하는 옷을 택배로 전해준다. "저는 스트라입스를 일반적인 의류회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적절히 사용해 혁신해 나가는 패션 브랜드라고 믿습니다. 의식주에 관련된 산업은 인간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해왔기 때문에 IT기술을 접목해 기존 의류업계의 측정되지 않던, 관리되지 않던 것을 혁신해 나가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저희 회사의 목표입니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항상 사업가를 꿈꿔왔다. 단지 시기와 결단을 언제 할 것인가만이 문제였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졸업하고 취직을 하는 것보다는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어요. 4년 정도 대학 졸업 후 회사를 다니고 사업을 하려고 그만뒀죠. 왜 남성의류를 택했냐 하면 기본적으로 남자의 외모와 관련된 사업을 해서 성공을 하고픈 생각이 있어 셔츠, 정장 등을 택했습니다."

현재 스트라입스는 40억~50억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3년 회사를 처음 만들고 나서 현재까지 분기당 평균 성장률은 45% 내외다. 가히 폭발적인 성장세다. "처음 4명이던 직원이 현재 공장까지 포함해 100명이 넘어가니까 엄청나게 성장한 겁니다. 규모가 작다 보니 조금 성장해도 성장률이 확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더 성장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패션을 모르면서 그는 패션 사업에 나섰다. 대학에서 수학과 경영을 전공하고 대학원은 전자공학을 했던 사람이 의류 관련 회사의 대표가 됐다. "패션에 IT를 접목한 회사의 특성상 아무래도 IT 쪽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으니 수월한 점도 많이 있죠. 하지만 패션에 대해 하나도 몰라 직접 부딪히고 깨지면서 몸으로 패션을 배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패션에 특화돼 있던 사람에 비해 비교적 다른 시각으로, 나만의 관점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남들이 안된다고 하는 것도 ‘왜 안돼?’라는 의문을 품고 열심히 도전하고 배웠죠."

그는 4년 가량 회사를 다닐 때 별명이 ‘CEO병에 걸린 사람’이었다고 한다. 사원, 대리급 밖에 안되는 위치였지만 회사의 모든 부분을 꼼꼼히 챙겨 마치 CEO 같이 보였다는 것이 이유다. "당시 회사 동료들이 웃으면서 말했던 것인데, 제가 놀 때는 확 놀지만 또 한 번 일을 하면 확실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어 이런 별명이 붙은 거 같아요. 하지만 별명이 싫지는 않았습니다. 일을 한 번 시작하면 구체적으로 파악한 후 열심히 미친 듯이 매달려야 한다는 게 일에 대한 제 철학입니다."

이 대표는 ‘그냥 일이니까 한다’는 말을 무척 싫어한다. 틀에 박힌 일이든 아니든 언제나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왜 일을 해야 하는지를 항상 생각하죠. 그레서 회사 구성원은 제가 너무 일에 대해 압박을 주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언제나 우리 회사 사람을 직원이 아니라 ‘팀원’이라고 부릅니다. 함께 왜 같이 일을 하는지를 생각하고, 함께 가는 존재라고 믿기 때문이죠. 일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원이 어떻게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려는 생각이 늘 제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 애쓴다.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동일한 목표 속에 곁에 있는 좋은 동료와 함께 걸어가면 난관은 난관에 불과해서다. "사람을 뽑을 때 ‘인간미’를 가장 많이 봅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동료들끼리 서로 좋아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습니다. 제가 대학교 때 나름 분당지역에서 잘 나가는 과외 선생이었는데, 공부가 정말 안 될 거 같이 보이던 친구들의 성적을 잘 끌어 올렸어요. 비결은 공부를 강요하지 않고 이야기를 들어 주면서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다는 것입니다."

이승준 대표는 의류시장에서 혁신을 꿈꾼다. "자라는 속도로, 유니클로는 가격으로 혁신을 이뤘습니다. 파괴적인 혁신을 일궈낸 회사를 롤모델로 삼아 전통 의류시장에 혁신을 가져오는 것이 제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 이승준 대표 프로필


1980년 출생 2008년 서강대학교 졸업 2011년 아이리버 2013년 스트라입스 창업 2015년 싱가폴 진출 2016년 홍콩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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