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주호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6.09.05 17:02

-UAE 원전수출은 그 나라와 100년 함께하는 숭고한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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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호 원자력학회 신임회장은 "대국민을 상대로 하는 모든 사업은 이해와 설득이 아니라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공직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입니다. 공직은 쫓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지만, 찾아왔을 때 도망가는 것은 더 바보 같은 짓이지요."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으로 취임한 황주호(60, 경희대 부총장) 회장은 기자가 여담으로 작금의 이슈인 공직자와 공직을 입에 올리자 정색하고 이렇게 말했다. 황 회장 역시 ‘공직’인 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직을 수행한 후 지난해 학교로 복귀했고, 1년 동안 이 학회 상근부회장을 맡아왔다. 상근부회장이 차기 회장이 되는 회칙에 따른 것이니 황 회장의 임기 역시 1년이다. 원자력학회는 원자력 관련학과 교수와 학생 관련기업과 연구소 직원 등 총 4600여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2일 서초역 근처 한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임기가 짧다. 꼭 하고 싶거나 해야 할 일이 있나?

"뭘 할 것인지 학회 이사는 물론 평의원들에게까지 묻고 정할 생각이다. 전임 회장이 좋은 사업을 많이 벌여 놓았다. ‘원자력엘리트스쿨’과 ‘원자력이슈위원회’ 등. 원자력을 하는 사람들도 원자력의 역사나 정책의 변화과정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선배 원로 전문가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만든 것이다. 한 달에 한번씩. 이게 원자력엘리트스쿨이다. 이건 계속할 생각이다. 또 원자력과 에너지에 닥친 국내외 문제를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 계획이다. 의외로 원자력 전문가들은 원자력 외에는 잘 모른다. 신재생에너지도 기후변화도... 원자력 하는 사람도 에너지 전반을 조망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소통을 할 수 있다. 또 ‘원자력이슈위원회’는 핵심 이슈가 되는 것을 꺼내 합리적인 해법을 찾기 이해 소통하는 과정이다. 첫 이슈로 다룬 것은 공론화위원회다. 여기서 논의해 핵연료에 관한 48가지 질문을 추려내 우리 학회의 공식적인 답변서를 만들었다. 그때까지는 원자력계가 한 목소리를 낸 적이 없었다. 이후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가 조직됐고, 이 답변서를 국민과의 소통에 사용했다.

원자력이슈위원회는 그 이외에도 갑상선암, 원자력발전과 삼중수소 등을 이슈로 올려 보고서를 만들어냈다. 이슈위원회는 개별적인 원자력 기관 등이 내부 이슈로 편향성을 갖거나 기관간 조율이 안 될 때, 예컨대 규제나 안전성 그리고 경제성 이해관계가 상충될 때 종합해서 하나의 답변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할 생각이다. 이것은 정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전문학회가 중립적 입장에서 의견을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일은 또 학회가 꼭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정부와 국민에 대한 학회의 역할은 뭐라고 보는가.

"원자력학회 그리고 회원들은 스스로 큰 의무감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의 원자력의 역할은 크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원자력학회는 외부적으로 국민들이 원전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막연한 불안감을 기술적으로 접근해서 제대로 알리는 일을 할 것이다. 또 내부적으로는 지지부진한 원전수출에 대해 힘을 모으는 일을 할 것이다. 아주 중요한 이슈다. 이 이슈와 관련해서는 학술적이고 기술적인 것을 넘어서서 건의문도 채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자력과 에너지의 함수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이제 에너지 문제는 어떻게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에너지 기술을 만들어 내는가가 핵심이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다. 단독 기술로는 에너지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것을 어떻게 조화시키는가가 관건인데...우리나라에서는 조화에 대한 시스템적 어프로치에 있어서 개선의 여지가 너무 많다. 분야별로 전문가들은 많은데 계통과 시스템 전문가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것이 갈등의 단초가 된다. 그것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것과 보여주고자 하는 노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어느 한 곳에 매몰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자력의 역할에 대해 스스로 공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대외적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자력계의 풀지 못한 숙제가 고준위폐기물인데...

"고준위 문제는 정말, 우리가, 정부건 한수원이건 누가 됐든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 정말 한 걸음 한 걸음이 가볍지 않게 내딛어져야 한다. 정부가 고준위폐기물 절차법부터 만든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일단 절차를 지키는 것부터 만들었다는 게 의미가 크다. 절차적 뒷받침을 도외시하고 집행부터 생각하면 또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절차법에 콘텐츠가 없다고 하는데...절차법을 만든 것도 이 정부가 처음이다. 시쳇말로 ‘개임의 룰’을 정한 것이다. 정부는 그 의미를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빨리 서둘러서는 안 되는 일이다."

-원자력의 미래를 조망한다면...

"원자력을 산업으로 봤을 때, 지속성이 없으면 산업이 아니다. 산업은 지속성을 가져야 한다. 다만 누가 그것을 담보해 줄 것이냐가 관건이다. 국내에서는 한계가 있고. 국제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데...우선 UAE 원전수출의 의미를 잘 이해해야 한다. 에너지생산기술은 에너지전환(에너지원을 바꾸는 것)하고 완전히 다르다. 한국이 외국에 이런 기술을 전해줬다는 것은 ‘프로메테우스’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그것을 주고받은 국가는 최소한 100년간 유대관계를 맺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언제 다른 국가와 이런 관계를 맺은 적이 있나? 이것에 대한 의미를 깊이 깨닫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크게 보면, 한 나라에 인류가 같이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원자력 하는 사람들이 깊이 깨달아야 한다. 원자력기술을 주는 것은 핸드폰이나 텔레비전을 파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 숭고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의외로 의미를 축소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UAE 원전수출, 이것이 우리 원전사업의 시초가 되어야 한다. 지속가능성의 시초."

-한국의 원자력, 지금까지 어땠나?

"잘 왔다. 그러나 지금은 전환점을 맞고 있다. 파리협약 이후 원자력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분위기를 활용한다는 생각 보다는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은 서로에게 배척 대상이 아닌데, 안팎으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서로 기댈 수밖에 없는 에너지원이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더 공부를 많이 해야 같이 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

-에너지원별 믹스를 기조로 한 한국의 에너지정책, 잘 가고 있나?

"우리나라만큼 에너지믹스가 각 분야별 장점을 살리도록 배치된 국가는 많지 않다. 외국에서는 정책을 통제 계획으로 생각해서 어려워한다. 그 실행성에 대해서 말이다. 우리가 유지해 온 정책은 이제 사회적 수요를 반영하는 체제까지 요구받고 있다. 이 역시 시스템적 접근이 절대적이고, 그 요소들이 자세하게 알려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인력과 양성체계, 괜찮나?

"그동안 정부가 에너지인력 양성을 잘 해왔다. 전자와 통신산업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정부의 강력한 인력양성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지속적으로 투자한 것이 빛을 본 것이다. 이것을 반면 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어떤 분야든 지속성이 담보되어야 하는데, 그 중심에는 인력이 있다. 하나 더 하면 앞으로는 원자력은 원자력 뿐 아니라 융합적이고 통합적인 공부가 필요하고 그런 인물을 키워내야 한다. 인공지능도 가능하면 빨리 접목이 되어야 하고..."

-핵융합이 원자력기술의 결정체인가?

"핵분열은 1960대 개발된 것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줄기다. 이 기술이 진일보하려면 미래기술과 융합해야 한다. 뇌과학이나 인공지능 로보틱스 등이 그것이다. 그들과 어떻게 조화롭고 합리적으로 융합하느냐가 관건이다. 연결을 넘어 초연결까지 가야 한다. 또 누구에 의해 그것이 컨트롤 되느냐,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급 쪽도 선진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밀릴 수 있다."

-반원전주의자들이 적지 않다.

"신념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설득하고자 하는 사람들, 설득해야 하는 사람들의 진정성이다. 진정성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진정으로 진정성이 있다면 그들도 느끼게 된다. 그런 진정성은 국민이 안다. 언론도 그 진전성을 읽는다."

방사성폐기물 전문가로 경희대 부총장을 맡고 있는 황주호 회장은 서울대(원자핵공학과)를 나와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에너지기술연구원장, 에너지공학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직을 맡고 있다. 또 황 회장은 원자력학회에서는 방사성폐기물관리 연구부회장, 제27대 부회장, 원자력이슈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고, 지난 1년간 수석부회장직을 수행한 바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천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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