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역사 속으로...헌재 "직업선택 자유 침해 안한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6.09.29 15:50

재판관 4명 반대 "경제력 없는 사람의 법조진출 막고 계층간 반목 심화"

헌법재판소

▲사법시험 폐지와 그 시행일을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부칙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지난 1963년부터 54년간 존치해온 사법시험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오는 2017년 12월 31일 사법시험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부칙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예정대로 오는 2017년 12월 31일 예정대로 폐지되면서 사시 존폐를 둘러싼 법적 논쟁도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다.

헌재는 29일 ‘사법시험존치 대학생연합’ 대표 정윤범씨 등이 "사시를 폐지하도록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부칙은 헌법의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다수인 5명의 재판관은 사시가 폐지돼도 사시 준비생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공무담임권, 평등권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반면 4명의 재판관은 사시 폐지가 경제력이 없는 계층의 법조인 진출을 막고 계층간 반목을 심화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변호사시험법 부칙 1조와 2조, 4조 1항은 사법시험을 2017년까지만 실시한 후 그해 12월 31일 폐지한다고 규정한다.

헌재는 "해당 조항의 입법 목적은 법학교육을 정상화하고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해 높은 수준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인력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치한다는 사법개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고, 이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시험을 폐지한다는 법률이 제정된 이후로는 사시를 준비하려고 한 사람들에게 사법시험이 존치할 것이라는 신뢰이익은 변경 또는 소멸됐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8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었다"며 "청구인들이 로스쿨에 입학해 소정의 교육을 마치고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경우 변호사시험에 응시해 법조인이 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일부 입학전형의 불공정이나 교육과정 부실 등이 지적된 바 있으나, 지금은 로스쿨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청구인들이 받는 불이익보다는, 사법시험법의 폐지와 로스쿨의 도입을 전제로 해 교육을 통한 법조인을 양성하려는 법 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이 더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갖췄다"고 말했다.

반면 조용호,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재판관은 사시 폐지가 직업선택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봤지만 위헌정족수 6명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들은 "사시 폐지는 단순히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층 간의 불신과 반목을 심화시키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등 공익도 중대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시와 로스쿨은 양립할 수 없는 제도가 아니고, 각자의 장점과 단점을 지니고 있어 어느 하나가 월등하게 우월한 제도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로스쿨에 진학하지 않으면 법조인이 될 수 없는 현 제도 아래에서 사시를 폐지함으로써 사시 제도가 가지는 많은 장점을 소멸시키는 것은 입법재량의 한도를 넘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동안 내년 폐지가 예정된 사법시험을 둘러싸고 ‘존치’를 주장하는 입장과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왔다.

특히 지난해 12월 법무부가 사법시험 폐지를 4년간 유예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은 극에 달했다.

당시 법무부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 보완을 비롯해 △사시 1·2차와 유사한 별도의 시험에 합격하면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고 △특별한 사정 변경으로 불가피하게 사시 존치가 논의될 경우 사법연수원과 달리 당사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별도 대학원 형식의 기관을 설립하는 것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었다.

하지만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 로스쿨협의회, 로스쿨 학생, 법학 교수 등 각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입장 발표 다음 날 "최종 입장이 아니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한상희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