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직원들이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옥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이수일 기자] 최순실 게이트 등 대내·외 잇단 악재에 시달린 삼성전자가 예정대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2017년도 글로벌 경영전략을 수립한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임원진 인사를 하지 않아 전략회의를 미룰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2017년이 ‘미래 삼성’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판단해 회의를 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9일부터 21일까지 수원사업장 및 기흥·화성 사업장에서 해외법인장과 각 사업부문장 등 국내·외 핵심 임원 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올해의 경영 성과와 전반적인 국내외 경영 현황 등을 점검하고 내년도 사업 방향, 제품 전략 등을 논의하는 등 사업부문별 2017년도 글로벌 경영전략을 짠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매년 6월(상반기)과 12월(하반기) 글로벌 전략협의회를 열고 사업부문별 성과와 향후 목표 및 전략을 공유해 왔다.
이번 회의는 최순실 국정농단에 삼성전자가 휘말리면서 개최여부 조차 불투명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가 전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데다 매년 12월 초에 진행됐던 사장단 인사와 자랑스러운 삼성인 상 시상식 등이 모두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회의가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보호무역주의 선회, 중국 IT업체들의 전방위적인 추격 등으로 대내·외 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회의를 취소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는 이날 IM(IT·모바일) 부문을 시작으로 20일 CE(소비자 가전), 21일 DS(부품솔루션) 부문의 회의가 진행되며, 회의 주재는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이 각각 맡는다. IM부문과 CE부문은 수원사업장에서, DS부문은 기흥사업장에서 열린다.
IM 부문에선 갤노트7 단종 사태로 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내년에 내놓을 갤노트7 결함 원인과 갤럭시S8 안전성을 기반으로 판매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갤노트7 결함이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갤럭시S8을 무리하게 출시해선 안된다는 게 내부 기류다. 때문에 IT업계 일각에선 내년 2월 스페인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이후에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갤노트7이 단종되면서 삼성전자의 안전성 관리에 흠집이 난 만큼 갤럭시S8의 안정성 확보는 필수가 됐다"며 "굳이 서둘러서 신제품을 출시하기 보다는 갤노트7 발화원인과 갤럭시S8의 안전성을 확보한 후 출시하는 편이 오히려 이득"이라고 말했다.
CE부문은 2세대 퀀텀닷 SUHD TV와 패밀리허브 냉장고, 애드워시 세탁기의 성과와 차세대 혁신제품들에 대한 전략을 짠다. 2주 앞으로 다가온 CES 2017에서 공개될 신제품을 임원들에게 공개해 스마트홈 등에 대한 마케팅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oT(사물인터넷)이 대세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DS부문은 D램과 낸드플래스 시장의 수익률 확대와 시스템LSI 강화 전략을 공유할 방침이다. DS부문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전사 차원에서 지역특화전략을 재정립하고 사업전반에 대한 판매 전략을 가다듬어 한 단계 도약하는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참석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부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이전에도 협의회에 들러 임원들을 격려한 만큼 이번에도 격려 차원에서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만큼 이번 회의는 늦은 편에 속한다"면서도 "등기이사직으로 오른 이 부회장의 진정한 시험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