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WTO 환경상품협정 대응책 시급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1.15 14:27

문승식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정책단장

[EE칼럼] WTO 환경상품협정 대응책 시급

▲문승식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정책단장


정부는 2007년부터 ‘인조잔디 학교운동장 조성사업’ 지원을 시작했고, 많은 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관세 10%, VAT 10%)가 깔렸다. 인조잔디에 들어있는 고무 칩(관세 3%, VAT 10%)은 작은 분말로 부서져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축적될 수 있다. 고무 칩에 납 성분과 화학물질인 벤조피렌 등 유기화합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사례도 있어 학생에게 화학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저가로 수입된 인조잔디 제품은 국민 건강보건에 심각한 영향을 끼쳐 사회문제화 됐으며, 몇년 전부터 당국은 학교 운동장에 설치한 인조잔디를 교체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저가의 환경오염 제품의 수입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한·아세안, 한·EU, 한·미, 한·중국 등 15개 권역과 FTA를 체결ㆍ발효됐으며, 이밖에도 RCEP, TISA, TPP 등 다양한 통상협상에 참여 중이다. 한편 2001년 11월 제4차 WTO 각료회의에서 도하개발아젠다의 출범을 선언하는 각료 선언문이 채택됐다. 도하 개발 아젠다는 WTO 회원국이 참여한 다자간 무역협상으로서 환경 분야가 처음으로 전 세계 차원의 WTO 협상의제로 채택됐다. 이에 근거해 WTO 당사국들은 "환경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관세인하와 관세철폐"를 합의하면서 환경상품 무역자유화가 주요 통상이슈로 부각됐다.

또한 APEC에선 2012년 말에 환경상품 54개 품목에 대한 관세인하 합의가 이루어져 2016년부터 관세율이 5%로 인하됐다. 2014년 7월 출범한 WTO EGA(환경상품협정)에선 관세와 비관세 장벽 철폐를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인데, 17개국은 자국의 강점을 갖는 환경상품을 시장개방 리스트에 포함시키려고 노력해 왔다. 최초 650여개의 환경상품 리스트에서 2016년 말까지 340여개 품목리스트를 도출했다. 개방 대상 품목은 대기오염 처리, 폐기물 처리, 폐수 처리, 환경복원 및 정화, 소음 및 진동 제거, 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 환경 모니터링, 자원효율과, 친환경제품 등 그 영역도 다양하다.

WTO EGA 타결 시 파급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국내 6556개 환경기업의 수출입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4년에 5조179억원이 수입됐다. WTO EGA가 발효되면 환경상품의 관세가 현재 5% 수준에서 0%로 철폐돼 수입제품이 국내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 품질이 떨어지지만 가격이 싼 중국산 인조잔디가 초중고등학교에 설치된 사례처럼, 수입 환경기자재들이 국민안전과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더라도 공공시설물에 설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수 위주의 중소기업들은 수입제품보다 가격경쟁력을 상실하고 시장점유율이 낮아져 수출 경쟁력도 약화될 것이다. WTO EGA가 중국 때문에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금년 말이나 2018년에는 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안전성과 인체유해성이 없는 국산 제품보다 환경보건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저가의 수입제품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WTO는 자국의 환경보호 의무에 관한 규범적 근거를 직접적이고 명시적으로 제공하지는 않고 있지만, 분쟁 해결 기구는 환경보호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규범을 확대함으로서 환경보호의 실효성에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 WTO EGA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선 협상대상 환경상품에 대한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시장 개방 품목에 대한 국내 제조와 판매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입제품에 대한 사전검사를 강화해 국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수입 금지나 제한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내에선 대외무역법상 통합공고를 통해 다양한 부처에서 58개 법령의 수출입 규제사항을 총괄 고시함으로써 수출입을 제한하고 있으며, 환경 관련 법령도 10개가 된다. 이런 환경 관련 규제의 기준설정과 관리를 통해 인체에 유해한 저가의 제품들이 수입돼 국민건강을 해치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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