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경제정책 실패, 또 탄핵감이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3.12 17:05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


지난해 12월 9일부터 3개월간 진행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절차가 종료됐다.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임기 중 탄핵은 대통령 본인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탄핵 사유는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대로 국정농단이 핵심이었다. 

그리고 굳이 탄핵을 해야 할 만큼 중대한 사유로 ‘국정파탄사유’, 즉 ‘헌법수호 의지가 없다’ 것을 들었다. 그 예로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진상 규명에 협조하겠다고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하는 등 헌법에 의거한 절차를 무시했다는 것을 언급했다.  

법리적으로 볼 때 향후에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헌법이란 법률과는 달리 추상적인 규범임을 감안해 보면 헌재 재판관들의 결정에 대해 큰 문제제기를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번 탄핵에 대해 그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 해 10월부터 고영태의 태블릿 PC 사태 이후 거의 6개월간 대한민국의 국정운영이 거의 마비상태에 직면해 있었다. 미 트럼프 정부출범과 북한 핵 등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마치 정치풍랑이라는 동굴에 빠져 서로를 비난하는 일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어찌 됐던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60일 이내의 대선이라는 초유의 길을 걸어가게 됐다. 우리 앞에 어떠한 암초가 있더라도 희미한 등불만 보고 가야만 하는 대한민국 호가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옛말에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지금 고용절벽과 소비절벽, 그리고 투자절벽이라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투자하기 쉽지 않으니, 당연히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수입이 없다보니 소비할 여력이 줄어든 것이다. 

즉, 박근혜 정부는 경제정책에 실패했던 것이다. 특히, 경제민주화 바람의 영향으로 도입된 중소기업적합업종규제, 일감몰아주기 규제, 자기거래 범위 확대, 회사기회유용금지, 순환출자금지 등과 같은 시장배분적 규제는 국내투자를 위축시키면서 해외투자만 늘리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즉, 국내자본으로 해외일자리는 늘리면서 국내일자리는 감소시키는 부작용을 가져 온 것이다. 

종전부터 존재해온 대한민국만 유독 엄격한 금산분리규제나 기업결합규제는 융합형 4차 산업의 태동 자체를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와 현재의 일자리는 물론이고 미래의 일자리마저 고갈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이는 은행지분소유 4% 제한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던 것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더욱이 지난해 10월부터 발효된 청탁금지법은 사람과 교류하는 것 자체를 국가가 통제하여 극도로 소비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가져 왔다. 

권력자들의 뒷돈 거래라는 부패책임을 자영업자나 농어민들에게 전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즉, 격차가 해소되어야 모든 국민들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격차해소란 고용절벽과 소비절벽, 투자절벽 등과 같은 3중고가 없을 때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적 가치이다.  

즉, 3중고를 않는 상황에서 격차해소란 포퓰리즘에 불과한 것이다. 어찌 보면, 이번 탄핵사태의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민주화라는 포퓰리즘에 실망한 국민들의 분노의 표출일 수 있다. 이는 차기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포퓰리즘 정책을 사용하는 한 다시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어떠한 공약이라도 남발했던 것이 과거 대선후보들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번 탄핵사태를 보면서 앞으로는 경제정책에 실패하면 그 어느 대통령도 파면을 모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제는 단지 승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승리한 후 무엇을 할 것인가를 알고 있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포퓰리즘 공약으로 본인은 물론이고 국민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대통령이 더 이상 탄생하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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