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공 아시아평화경제연구원 이사
[EE칼럼] 5G가 선도하는 ‘4차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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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공 아시아평화경제연구원 이사 |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세계 통신사와 기업들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 ‘5세대(5G) 통신’ 주도권 경쟁이 뜨겁다.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이제까지 따로 움직이던 이종산업 간 융합과 이를 뒷받침하는 사물 간 초연결(超連結)과 초지연(超遲延)이 가능한 초고속 통신망이다.
그동안 이동통신은 음성통화만 가능한 1세대, 음성과 문자 전송이 가능한 2세대를 거쳐, 스마트폰을 탄생시킨 3세대에 이르러 음성·문자·영상 전달이 가능해지면서 인터넷 기능이 추가됐지만 느린 것이 단점이었다. 4세대, 이른바 LTE(롱텀에볼루션)부터는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이 가능해졌고 대용량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그에 따라 모바일 컨텐츠의 질과 양도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다.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5G 네트워크가 필수다. 5G 통신은 데이터 전송속도가 20Gbps(초당 기가비트) 이상으로 현 4세대 통신(LTE)의 최고 속도(500Mbps)보다 40배 가량 빠르다. 전송 지연은 현재 0.01초에서 0.001초까지 줄어든다. 또한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모든 기기가 무선인터넷으로 연결되는 만큼 1㎢ 안에서 100만개의 개별 기기까지 연결된다. 이해가 쉽도록 풀어쓰면, 언제 어디서든 2.5GB 초고화질(UHD) 영화를 단 1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KT 황창규 회장은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제시한 5G 상용화 시점인 2020년보다 1년 빠른 2019년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KT가 5G 통신 조기 상용화를 선언한 것은 5G 관련 기술 표준 제정을 주도하고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5G 기반의 융합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와 함께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 오는 중국, 일본과의 경쟁에서 뒤질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도 5G 조기 상용화 경쟁에 뛰어들었다. SKT는 KT와 ‘5G 세계 최초’ 타이틀을 놓고 자존심 대결을 벌일 계획이다. LG유플러스도 작년 11월 시험용 5G통신 기지국을 활용해 최대 31Gbps의 다운로드 전송속도를 시연하는데 성공했다.
시장조사 기관에 따르면, 2035년 5G의 생산유발 등 글로벌 경제효과는 지난해 미국 전체 소비 지출 12조3000억 달러에 맞먹을 것으로 예측됐다. 글로벌 통신사들의 5G 선점 경쟁이 뜨거운 이유다.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도코모는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에 맞춰 5G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차이나모바일·차이나텔레콤·차이나유니콤 등 중국 3대 통신사도 2020년까지 5G 서비스를 위한 통신망 정비에 52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ITU의 통신 프로토콜과 규격 제정이 2020년 이전에 그대로 성사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런가 하면 지금 앞다퉈 선보이는 5G 서비스는 ‘실험실’ 수준이다. 게다가 5G를 쓸 수 있는 소비자용 단말기 등 기기는 전혀 구비되지 않은 상태다.
정작 문제점은 KT 등 통신 3사의 투자 여력이다. 통신 3사는 지난 6년간 연 평균 3조원 가량 영업이익을 냈지만 계속되는 투자비와 상승하는 주파수 이용료 등으로 자금 동원이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장미대선’을 앞두고 가계통신비 인하를 압박하는 공약이 줄줄이 나올 조짐을 보인다. 그래서 이익이 추가로 감소할 경우 정상적인 투자는 불가능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는 향후 5G 국제 표준의 토대가 만들어지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통신 관련사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경제적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고 개선하는데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