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트럼프의 다음 카드와 우리의 대응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4.09 23:47


clip20170409065239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국가비전연구실 실장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우려스러운 상황에서 지난 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우리의 가장 중요한 교역파트너인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대중 무역적자 축소를 여러 차례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을 고려하면 그간 기싸움 같던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한 번의 정상 회담을 통해 달라질 리는 없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단독 회담이나 공동 합의문 그리고 기자회견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긴 대화를 나눴습니다.

하지만 아직 얻은 건 없습니다"고 쓴 것만 봐도 이번 정상회담은 문제 해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양국 간 세계 주도권 다툼의 전초전만 같다.

그렇다면 현재 경제적인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는 어떤 문제가 핵심인가?

1971년 소위 핑퐁외교로 중국은 세계 인민의 적이라 부르던 미국과 화해했고 결국 1979년 1월 양국은 수교하게 된다.

그 이후 중국은 대미 수출을 통해 경제발전의 근간을 만들었고 여기에는 1988년 35억 달러 불과했던 대미 무역흑자가 2016년 3,470억 달러에 이르는 변화가 있었다. 미국 전체 무역수지 적자 7,450억 달러의 47%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무역수지 적자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2월 미국의 실업률은 4.7%까지 하락했다.

지난 1950년 이후 현재까지의 평균인 5.8%보다도 낮다. 따라서 미국 노동시장은 이미 완전고용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완전고용이란 더 이상 사람을 쓰고 싶어도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미국 행정부는 경기부양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수요가 증가하면 결국 누군가는 늘어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을 할 것이다. 하지만 노동시장이 거의 완전고용 상태이니 미국 내에서 더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가 없다.

단기에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늘 수도 없고 이민자를 대거 받아들이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늘어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입은 증가할 것이고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미국이 과연 무역수지 적자 해결을 위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을까?

작년 10월 미국 재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환율조작국 지정 3가지 조건 중 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이라는 한 가지 조건만 충족했다.

오히려 한국, 독일, 일본, 대만, 스위스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면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밖에 없고 과연 미국이 이런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라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간다.

특히 대통령 후보 시절 대중 관계에 날카로운 날을 세웠던 트럼프 대통령의 이미지와는 달리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환율조작국 지정 얘기는커녕 무역 불균형 시정을 위한 ‘100일 계획’ 마련이라는 추상적인 결과만 자랑 하는 걸 보면 더욱 의구심이 간다.

그렇다면 미국은 무역수지 적자를 축소할 방법이 없는 걸까? 환율조작국 지정보다 오히려 부담이 적은 방법인 ‘국경조정세’가 트럼프의 다음 카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경조정세는 법인세 부과 시 국내생산을 위해 수입한 중간재 대금을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는 것이다.

그만큼 미국 기업들은 세금을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중간재 수입선을 미국 내 중간재 생산업체로 전환할 유인이 발생하고 미국으로 중간재를 수출하는 외국기업은 미국 내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관세와는 달리 자국 내 법인세 조정이니 교역 상대국의 반발도 적을 것이고 결국 무역수지 적자가 축소될 것이다.

국경조정세는 수출의 13%를 미국으로 보내는 우리에겐 상당히 불리한 제도다. 기업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미국 내 생산을 고려해야 하지만 국내 일자리 축소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옮기는 것은 부담스럽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수출선 다변화가 정답이다. 너무 교과서적인 처방이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위험분산이라는 측면에서는 수출선 다변화 이상의 답은 없다.

우선 2015년 엔저로 인해 일본에 빼앗긴 아세안(ASEAN)시장을 찾아와야 한다. 그 다음엔 막대한 국부를 바탕으로 산업구조조정에 들어간 중동국가들을 차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엔 인도와 아프리카이다. 정부와 기업도 이젠 더 이상 정치에 휘둘리지 말고 경제에 전념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카드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