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27~28일 文정부 대화 앞두고 ‘첩첩산중’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7.24 16:32

재벌개혁 정책 대응방안 고민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당초 문재인 대통령의 여름 휴가 이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문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간담회가 오는 27~28일로 정해지면서 참석 기업들이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새 정부가 재벌개혁을 공언했으며 법인세율 인상,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기업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어떤 요구가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대책마련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23일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27∼28일 이틀간 청와대에서 ‘일자리 창출 및 상생협력’을 주제로 기업인과 대화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석 기업은 △삼성 △현대기아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KT △두산 △한진 △CJ △오뚜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도 자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화에서 문 대통령은 새 정부 경제철학을 기업인과 공유할 예정으로 특히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과 관련해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계는 간담회 일정에 대한 기대보다 긴장하는 모습이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최근 정부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경제 분야에서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라는 화두를 던지자 재계 역시 다양한 상생협력·동반성장을 약속한 바 있다. 특히 삼성·현대차·LG·SK 등 4대 그룹은 앞다퉈 1차 협력사는 물론 2·3차 협력사에 대한 지원 방안을 내놓으며 이를 선도하고 나서고, 새 정부 들어 ‘재계 대표’로 부상한 대한상의도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문하면서 이런 분위기에 힘을 싣고 있다. 이는 문 대통령과 기업 간담회에 앞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헤이 아담스 호텔에서 열린 우리 참여 경제인과의 차담회에서 경제인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손경식 CJ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 대통령.(사진=연합)


또한 기업들은 앞서 이번 간담회에 앞서 조찬 간담회를 갖고 일정부분 조율을 거쳤으며 이를 통해 좋은 일자리 만들기를 통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내용을 준비했다.

이와 함께 이번 간담회가 이례적으로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최근 국내외 경기 상황과 기업 애로사항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허심탄회한 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이와는 달리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번 간담회를 통해 ‘공정한 시장경제질서’ 구축 의지를 밝히면서 재벌개혁이나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에 대한 의지를 밝힐 경우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으로 추측했다.

참석 대상 대부분이 대기업인 만큼 최근 정부가 검토하는 법인세 인상 문제 등이 거론되면 반대 논리가 제기될 지도 주목된다. 또한 청와대 측이 상생협력과 일자리 창출에서 모범적인 기업으로 초청한 오뚜기로 인해 이러한 논리는 더 힘을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청와대가 기존의 대화 방식에서 탈피해 진솔한 대화의 자리를 갖기로 한 데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하지만 나흘 남겨놓고 통보도 없이 언론을 통해 일정을 알리면 최고경영진이 일정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참석 대상에 오른 그룹들은 일단 가급적 총수가 참석하는 방향으로 하되, 갑작스레 잡힌 일정이라 청와대 방침을 주시하면서 피치 못할 경우에는 전문경영인이 대신 가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회장의 오랜 와병에 이재용 부회장마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 수감되면서 총수가 없는 상태여서 권오현 부회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은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경제인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정몽구 회장과 구본무 회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고, SK그룹은 방미 경제인단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최태원 회장이 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의 첫 회동인 데다 그룹 대표격으로 나가는 자리인 만큼 총수가 직접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일자리 창출이나 상생협력이 간담회 주제로 예상되는 만큼 전문경영인이 참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는 이틀 동안 열리는 것으로 어느 기업이 함께 간담회장에 들어갈지도 관심사"라며 "결과가 나오면 여러 가지 해석이 분분할 것"이라고 전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최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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