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업체들과 임금구조가 비슷한 조선·철강 업계로 '불똥 튈 가능성'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 31일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 대한 1차 선고가 내려진다.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국내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조선·철강 업계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기아차로부터 촉발된 통상임금 문제가 유사 임금구조를 갖춘 국내 재계·산업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기아차 패소 시 사측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3조 원 내외로 추산되지만, 재계 전체적으로 최대 피해 규모는 총 3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가 패소할 경우, 회사는 3조원에 이르는 추가 지급액을 감당해야 한다. 현재 기아차 노조 측은 2008년 10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3년간 근로자들이 받지 못했던 통상임금 소급분을 지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생산직 근로자 1인당 3년치 소급임금(6600만원), 소송 제기 이후 판결 시점까지 합산된 임금(매년 1200만원), 소송 제기 이후 연 15% 법정지연이자를 가산한 금액 등을 한꺼번에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2011년도부터 6년간 소송이 이어져온 탓에 지급액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문제는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이 단순히 기아차 개별 기업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란 점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재판에서 법원이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줄 경우, 국내 산업계 전반의 후폭풍이 예견된다며 경고하고 있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포함하지 않는 임금구조를 가진 조선·철강 업계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조선 철강업계 업체들도 자동차 업체와 마찬가지로 야근과 잔업이 많은 대신 높은 상여금을 직원들에게 보장하고 있다.
현재 통상임금 소송은 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항공·조선, 철강 등 전 산업부문에 걸쳐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현대중공업, 한국GM, 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현대제철 등 총 25개 기업이 2심 혹은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기아차 노조가 승소할 시, 산업계 여러 노조들이 추가로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기관 3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측의 통상임금 패소 시 추가로 매년 부담해야 하는 지연이자, 소급분이 최대 8조 3673억원에 이른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노동연구원 역시 통상임금 확대를 주장하는 노동계 주장이 모두 반영될 경우, 사측의 부담 금액이 적게는 21조에서 많게는 38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임금에 고정상여금뿐 아니라 기타수당이 모두 포함되면 약 22조원, 고정상여금만 인정돼도 약 15조원을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통상임금은 통상임금연동수당과 퇴직금, 사회보험료 등 간접노동비용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통상임금이 상승하면 회사가 근로자에 지급해야 할 각종 수당 금액도 덩달아 커진다. 이 역시 사측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기아차가 이번 소송에서 패소하면 올해 적자 전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2016년에 2조 4614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동기 대비 44% 줄어든 7868억원에 머물렀다. 이번 판결로 완성차업체 기아차 뿐만 아니라 연계된 협력부품업체들까지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기아차 측은 통상임금이 확대돼 정기상여금에 포함될 시, 1인당 인건비가 최소 10% 이상 증가해 경영상 차질이 빚어짐은 물론,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