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야말 에너지와 쇄빙 LNG선이 상징하는 한반도 주변 환경의 변화와 도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9.10 10:40

김석환(한국유라시아연구소장, 한국외대 초빙교수)

김석환교수

▲김석환(한국유라시아연구소장, 한국외대 초빙교수)


과학기술의 발달은 소비 패턴을 변화시킨다. 특히 자원 소비 패턴을 변화시킨다. 기술의 발전으로 자원 빈국은 자원 대국이 될 수도 있고 한 국가와 산업을 지탱했던 힘은 어느날 갑자기 골칫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석기 시대의 종언은 돌맹이가 고갈 됐기 때문에 초래된 것이 아니다. 바로 기술의 혁신과 자원 소비 패턴의 변화가 한 시대의 종언을 가져온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기술 발전의 동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기후 및 환경의 변화다. 기후의 변화는 거주지 환경 변화를 필수적으로 가져온다. 이러한 변화로 인류의 대륙 이동이 초래됐다. 이동은 시간이 흐르면서 요즘으로 치면 허브 도시를 만들었으며 교통 수단의 변화를 초래했고 에너지 사용의 변환을 촉발했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 주변을 바꾸고 있다. 경쟁의 패턴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기회와 위험을 동반한다. 한국이 위치해 있는 유라시아 대륙 지역에도 이러한 기후변화 및 환경변화가 급격히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이 위치한 중위도 국가 군의 겨울은 고위도 북극 지역의 한기(寒氣)를 가두어두었던 공기 벨트층을 약화시킨다. 그 결과 그 틈을 비집고 밑으로 내려온 찬 공기는 중위도 지역으로 밀려와 한반도를 비롯한 중위도 지역의 겨울이 더욱 혹독하고 매서워 지고 있다.

이는 겨울 외투에 모자를 필수적으로 장착하게 할 것이고 농산물 생산 및 시설 관리 비용의 증가를 가져오게 된다. 반대로 러시아의 북극 지역 등 고위도 지역의 겨울은 점점 따뜻해진다. 그 결과 북극의 해빙기간이 길어지고 새로운 항로가 열리고 자원 개발과 농산물 재배의 기회가 증가하고 있다. 당연히 인구의 이동을 초래하고 거주 인구가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종교의 분포 지역도 바꾼다. 과거 러시아의 북극지역에는 무슬림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의 북극 지역에 일자리가 증가하면서 이곳으로 이주하는 중앙아시아 및 카프카스 지역 출신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폴라(polar) 무슬림’이라는 용어도 나타나고 있다.

변화는 잘 대비하면 기회다. 반대로 그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익숙한 것에 안주하고 미래에 투자를 하지 않고 나태해지면 재앙이 될 수도 있다.

30년 전에는 불가능했던 러시아 북극 지역 야말 반도는 요즘 천지개벽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베타 항은 북극지역 최대 항구가 됐고 러시아와 다국적 노동자들이 기술과 문명을 가지고 이 지역을 변화시키고 있다. 북극의 바다에 묻혀 있던 에너지가 러시아와 프랑스, 중국, 일본 등의 자본과 기술로 개발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개발된 에너지 자원이 한국의 대우해양조선이 건조한 초대형 최신 쇄빙 LNG선에 의해 아시아와 유럽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지난 8월말에는 바로 이러한 최첨단 LNG선 ‘크리스토퍼 드 마리주르’호가 븍극해 항로를 따라 쇄빙선의 도움없이 LNG를 한국의 보령항으로 수송하는 역사적인 항해를 마쳤다. LNG선이 쇄빙선의 도움없이 북극항로를 통해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18년부터는 북극 바다 밑에 묻혀있던 야말의 에너지가 아시아와 유럽으로 공급되는 일이 일상적인 흐름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 동북부 및 동해 지역의 항로는 이제 점점 국제 에너지 흐름의 중요한 루트가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환은 경제, 문화 뿐 아니라 군사 전략 및 안보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통적으로 에너지의 수송로는 핵심 전략 지역이 된다. 말래카 해협과 수에즈 운하와 남중국‘동중국해와 마찬가지로 북극의 에너지가 흐르는 수송 경로도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갖게 된다.

아마도 얼마 멀지 않은 장래에 한반도 동북부와 동해 지역에는 한국과 일본, 미국, 러시아 뿐 아니라 중국 해군의 출현도 잦게될 것이다. 기술과 자원 수급 패턴 및 소비의 변화가 초래할 한반도 동해 쪽 변화상의 한 모습이다.

이유민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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