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보다 소비자 수요에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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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중서부 지중해 연안 도시 텔 아비브 중심가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차량들이 줄지어 충전하고 있다. (사진=AFP/연합) |
‘게임 체인저’ 테슬라를 필두로 자동차업계의 패러다임이 휘발유·디젤차에서 전기차로 이동하고 있다.
문제는 테슬라가 시장의 높은 주목도와는 별개로 돈을 한푼도 벌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데 있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전통 강자 독일부터 미국, 중국의 완성차기업들까지 전기차 개발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열기가 지나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올해 연말까지 테슬라는 단돈 10센트의 수익도 올리지 못하고 100억 달러 이상을 불태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테슬라와 경쟁을 벌이기 위해 전투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며 "이는 시장논리에 어긋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 전기차 열 올리는 이유? "규제 + 미래먹거리 확보"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략 50개에 달하는 순수 전기차 모델이 올해부터 2022년까지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여기에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회사 다임러(Daimler AG )와 폭스바겐(Volkswagen AG),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Co.) 등 쟁쟁한 전통 자동차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GM은 지난 2일(현지시간) 2종의 신형 전기차를 18개월 안에 출시할 예정이며 2023년까지 총 20종의 순수 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전기차 생산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한 셈이다.
완성차 기업들 뿐 아니다. 도전장을 내민 기업들 중 가장 시장의 눈길을 끈 것은 영국의 천재 발명가 제임슨 다이슨 경이다. 최고급 가전업체 다이슨을 이끄는 다이슨 경은 지난달 2020년까지 20억 파운드, 한화로 무려 3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프리미엄 전기차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기술자들로 구성된 400여 명의 개발팀을 꾸릴 계획이다. 다임슨 경은 "우리가 생산할 전기차는 테슬라나 폭스바겐, 벤츠 등 전통 자동차 기업들이 설계한 차량과 완전히 다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처럼 기업들이 테슬라를 맹렬히 추격하는 이유는 두 가지 측면 때문이다. 정부 제도가 전기차 친화적으로 바뀌고 있는데다, 미래먹거리 확보를 위해서도 전기차로의 전환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것.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미국이 전기차 도입을 위해 관련 지원책과 규제를 늘리고 있다. 베이징 당국이 2019년부터 전기차 의무생산제도를 도입할 예정인 가운데, 캘리포니아 주 정부 역시 이와 유사한 ZEV(Zero Emission Vehicle) 제도를 운영 중이다. ZEV는 자동차 제조기업이 의무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친환경차 비율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 테슬라와 같이 전기차를 초과생산한 기업들로부터 크레디트를 구매해 부족분을 채워야 하는 구조다.
정부 규제 외에 실리콘 밸리의 스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그의 매끈한 차량도 큰 역할을 했다. 테슬라의 전기차는 미국인의 상상력을 사로잡았고, 다수의 소비자와 투자자들은 테슬라에 돈을 쏟아 부었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13년 된 신생업체가 100년 전통의 포드와 GM을 넘어섰다는 소식은 전세계 시장을 달구기도 했다.
독일의 럭셔리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브랜드 전략을 짜는 컨설팅 기업 비발디 파트너스(Vivaldi Partners, Inc.)의 에리히 요하임스틸러 설립자는 "자동차의 미래가 전기차가 될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회사들은 테슬라와 정부 규제가 주도하고 있는 전기차로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는 모습"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 소비자도 확보 못했는데…이미 붐비는 시장
시장에 출시되는 전기차는 북미에서만 2배 가량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북미 시장에 나와있는 24종의 전기차는 2022년 1분기 47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전세계적인 추세도 이와 맞닿아 있다. 중국의 전기차는 61종에서 80종으로, 유럽은 31종에서 58종으로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대폭 확대된다. 2022년 말에 가서는 세계적으로 136종의 전기차가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며, 이는 심지어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연료전지차(수소차)를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친환경차 시장이 아직 초기단계라는 점을 고려할 때, 경쟁이 과열된 수준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두터운 소비층을 확보하지 못한데다 재정적 손실 규모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세계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1%를 밑돌았고 중국과 영국에서도 1.4%에 불과했다. 이는 전기차에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와 비교할 때, 극히 초라한 성적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의 케빈 티난 선임 애널리스트는 "많은 기업들이 전기차에 전념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수요가 공급량을 충족할 만큼 많을 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의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 개별 기업들의 수익구조를 보면 뚜렷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지적할 부분은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기술 비용이 경제성을 갖기엔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이다. 때문에 전기차 사업은 기업들의 손실비용으로 처리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GM은 수익의 대부분을 대형 SUV와 픽업 트럭에서 올리고 있는 반면, 전기차 쉐보레 볼트가 한 대 팔릴 때마다 9000달러의 손실을 내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고 수준의 전기차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7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6억75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의 세르지오 마치오네 CEO는 "전기차 사업부의 적자 때문에 차량 1대당 2만달러의 손실을 보는 것과 같은 꼴이라는 계산이 나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치오네 CEO는 "시장은 소비자 수요에 기반해 움직여야 하는데, 현재 전기차 시장은 정부 인센티브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당장 돈은 안되지만…"테슬라에 질 수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친환경차 시장이 아직 초기단계라는 점을 고려할 때, 경쟁이 과열된 수준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두터운 소비층을 확보하지 못한데다 재정적 손실 규모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세계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1%를 밑돌았고 중국과 영국에서도 1.4%에 불과했다. 이는 전기차에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와 비교할 때, 극히 초라한 성적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의 케빈 티난 선임 애널리스트는 "많은 기업들이 전기차에 전념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수요가 공급량을 충족할 만큼 많을 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의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 개별 기업들의 수익구조를 보면 뚜렷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지적할 부분은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기술 비용이 경제성을 갖기엔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이다. 때문에 전기차 사업은 기업들의 손실비용으로 처리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GM은 수익의 대부분을 대형 SUV와 픽업 트럭에서 올리고 있는 반면, 전기차 쉐보레 볼트가 한 대 팔릴 때마다 9000달러의 손실을 내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고 수준의 전기차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7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6억75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의 세르지오 마치오네 CEO는 "전기차 사업부의 적자 때문에 차량 1대당 2만달러의 손실을 보는 것과 같은 꼴이라는 계산이 나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치오네 CEO는 "시장은 소비자 수요에 기반해 움직여야 하는데, 현재 전기차 시장은 정부 인센티브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당장 돈은 안되지만…"테슬라에 질 수 없다"
이러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자동차 기업들은 방향을 친환경차 쪽으로 틀고 있다. 각국의 규제와 정책이 전기차에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높아지는 테슬라의 점유율 역시 전통 자동차기업의 발등에 불을 떨궜다.
BNEF의 살림 모시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는 독일의 럭셔리 브랜드인 벤츠, BMW 등으로부터 고객을 빼앗고 있으며, 그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모시 애널리스트는 "디젤 스캔들을 기점으로 한 배기가스 규제 강화는 시장점유율과 수익 면에서 테슬라에 기회로 작용했다"며 "독일 브랜드들은 테슬라로부터 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향후 수년 안에 시장에 새롭게 출시될 주요 모델이다.
폭스바겐 아우디는 첫 번째 순수 전기 SUV 차량 ‘이트론 콰트로’(e-tron quattro)를 2018년 출시한다. 스포트백 쿠페가 2019년, 출시명 미정인 전기차가 2020년 뒤를 잇는다. 포르쉐는 2019년부터 ‘미션E스포츠’ 세단을 정식 상용버전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BMW는 현재 i3 콤팩트, i8스포츠카 등의 전기차를 출시한 상태이고 2019년에는 ‘BMW미니’를 전기차 버전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2020년에는 ‘X3콤팩트 SUV’를 출시하고 2025년까지 모두 10종의 전기차를 선보인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다임러 메르세데스-벤츠는 2019년 전기차 전용 브랜드 EQ를 통해 2022년까지 10개 이상의 순수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 지리자동차가 소유한 볼보 자동차그룹도 2019년 이후 순수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모델만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모델 Y 소형 SUV를 2019년 혹은 2020년에 생산할 계획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배터리 가격이 여전히 높다 해도, 비용 하락 속도가 기하급수적이라는 데 있다. GM은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 배터리의 생산비용이 KW당 145달러라고 밝혔다. 앞으로 수년 안에 KW당 100달러 아래로 단가를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GM은 덧붙였다.
BNEF는 배터리 가격이 2025년 Kwh당 109달러, 2030년 73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화석연료 차량을 2040년 넘어설 것으로 BNEF가 예상하는 이유다.
◇ 국내 전기차 시장도 3.7배로 ‘쑥’
국내 전기차 시장도 전세계와 비교해서는 성장 속도가 느리지만, 불과 1년 만에 시장 규모가 4배 가까이 확대되는 등 잰걸음을 걷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수입차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국내 전기차 누적 판매량(판매 대수가 공식 집계되지 않는 테슬라 제외)은 모두 7278대로, 작년 같은 기간(1975대)의 3.69배에 이르렀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여파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친환경차 중심 정책 등을 고려할 때 국내 전기차 수요는 지속해서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업체간 전기차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