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취재-②] 미국 초임계 CO2 기술 개발 총괄하는 GTI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11.01 10:49

-초임계 CO2 발전, 2021년경 상용설비 시장 형성 전망

▲GTI의 로널드 스테니스 박사가 기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재까지 GTI 프로그램을 통해 약 500개의 제품, 750개의 라이센스 및 1100 개 이상의 관련 특허가 생성됐다.사진=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미국 시카고=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김민준 기자] "초임계CO2가 뭐에요? 그걸 보러 미국까지 와요? 정말 중요한 기술이에요?"

인천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10시간을 이동해 환승에 3시간을 소모하고, 다시 4시간을 비행해 시카고 오헤어(O‘Hare) 공항에 도착해 현지 가이드 분에게 들은 첫 마디다. 미국의 초임계 CO2 발전 기술개발 현황과 실증단지를 취재하러 왔다는 말에 "그게 대체 뭐냐?"고 물었다. 발전기술은 한국에서도 일부 연구소나 기업 관계자들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도 일반인들이 딱히 관심을 갖지 않는 어려운 분야라 당연한 반응이었다.

기자도 한국언론진흥재단을 통해 ‘초임계 CO2 발전 기술 개발에 의한 화력발전 등의 선진화 방안’을 주제로 한국과 미국의 초임계 CO2 기술 개발 현황을 취재하고자 했을 때 막막함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미국에 오기 전 취재의 일환으로 한국의 연구소들을 방문해 전반적인 기술의 개념과 국내외 개발 현황 등을 조금이나마 파악했고, 이를 토대로 이 기술이 가장 앞 서 있다는 미국의 상황을 보고 객관적으로 비교해 볼 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대뜸 미국부터 왔다면 말 시쳇말로 ‘멘붕’에 빠졌을 것임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 미국 초임계 변형 전력 프로그램 산학연 연계로 추진


미국 방문 전 기자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미국과 한국의 연구개발(R&D) 풍토의 차이였다. 한국에서 초임계 CO2를 개발하는 연구원들은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당연히 비용적인 측면에서의 어려움도 겪고 있었다. 무엇보다 여러 연구소들이 개별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개발기술에 대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느낌이었다. 미국에 와서 현황을 보고 들어보니 미리 파악한 대로 정부의 재정적 지원 아래 연구소들과 기업들이 상호 연계해 역할 분담을 하며 연구를 진행하고, 긴밀히 교감하고 있는 게 확 느껴졌다.

미국의 초임계 CO2 기술 개발(공식 명칭 ‘초임계 변형 전력(STEP) 프로그램’) 은 광대한 영토 만큼 전국구로 진행되고 있었다. 사업을 총괄하는 에너지국(Department of Energy, DOE)은 동부 워싱턴에 위치했으며, DOE로부터 사업에 대한 세부계획을 세우고 역할을 담당하는 GTI는 북동부 시카고에, 실증단지가 있는 SwRI(Southwest Research Institute)는 서남부 샌 안토니오에 위치하고 있다. 비행기로 세 시간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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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위치한 GTI 전경. GTI는 ‘중요한 에너지 문제 해결 및 시장 가치 창출’이라는 비전 아래 초임계 CO2를 비롯해 상용화를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사진=GTI 제공


이날 GTI(Gas technology Institute)를 방문하러 가는 길에서부터 역시 미국은 한국과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연구소의 전반적인 느낌은 대전의 연구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GTI 방문을 위해 호텔에서 1시간 가량 달리는 동안 본 것은 온통 평지 뿐이었으며 2층을 넘어서는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외관 뿐 아니라 연구소 운영 이념도 인상적이었다. GTI는 비영리 독립 연구기관으로 기업과 연구소의 윈윈이 콘셉트다. GTI의 설립 이념은 ‘중요한 에너지문제 해결 및 시장 가치 창출(solving important energy challenges and creating value in the marketplace)’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산업의 가치 사슬 (공급 및 최종 사용)에서 천연 가스 및 에너지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대학과의 차이는 이론 연구가 아닌 실제 기업이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점이다.

GTI에서 만난 로널드 스테니스(Ronald Stanis) 박사는 "GTI는 75년 동안 산업, 정부 및 소비자를 위한 기술 기반 솔루션을 개발해 천연 가스 산업 및 에너지 시장에 경제적 가치를 제공해 왔다"며 "안전하고 풍부하며 경제적인 에너지의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에너지 및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선도적인 연구, 개발 및 교육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GTI 프로그램을 통해 약 500개의 제품, 750개의 라이센스 및 1100 개 이상의 관련 특허가 생성됐다. 그는 무엇보다 "기술이 시장가치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우리 연구소의 존재 이유"라며 "수익이 발생하면 다시 연구에 투자한다. 기술 개발에 성공해도 GTI가 만들었다고 광고 하지 않는다. 우린 의뢰받은 기술만 개발하고 제작과 상용화는 기업이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개발에는 오랜 시간과 비용도 아끼지 않는다. GTI는 지난 10 년 동안 GTI 프로젝트팀은 초임계 CO2 기술주기 모델링 및 최적화, 경제성 평가, 첨단 소재 특성화 및 핵심 구성 요소 (터빈, 압축기 및 회수기 등)의 설계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캐나다 오타와에 있는 파일럿 테스트 설비에서 1MW 규모의 초임계CO2 루프를 설계, 제작 및 테스트하고 있다. 이 초임계 변형 전력 (STEP) 프로그램 외에도 GTI 연구원들은 발전소의 비용 및 환경영향을 줄일 수 있는 기술 포트폴리오를 연구하고 있다.

아직 전세계적으로 완벽하게 원천 및 핵심기술을 확보한 곳은 없지만 미국은 에너지국(Department Of Energy, DOE)에서 총 9600만달러를 지원해 GTI와 SwRI를 중심으로 핵심기술개발 마무리 단계에 도달했으며, 작년 10월부터 실증플랜트 구축을 진행 중이다. GE와 에코젠 등 기업들은 당장이라도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2021년 경에는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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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I의 로널드 스테니스 박사가 기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재까지 GTI 프로그램을 통해 약 500개의 제품, 750개의 라이센스 및 1100 개 이상의 관련 특허가 생성됐다.사진=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GTI의 수부 박사가 미국의 초임계 CO2 발전 기술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 정부 주도의 연구 협력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면 빠르게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 초임계 CO2, 환경오염·에너지원별 간 갈등 해결 가능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진행됐다. 당초 미국 방문 당시 만나기로 했다가 일정상 만나지 못했던 Ganesan Subbaraman(이하 ‘수부’) 박사를 한국에서 만나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BIXPO 2017’ 행사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그는 미국 DOE와 GTI를 연계하고 있다.

수부 박사에 따르면 미국은 이 기술이 지속가능하며 많은 에너지원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연구원들도 주장하겠지만 초임계 CO2 발전기술은 효율적이며, 향상된 발전 효율은 연료 사용과 배출 (특히 온실가스)에 유리하게 영향을 미치므로 경제와 환경의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어 "이는 이 기술을 개발, 시연 및 상용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초임계 CO2는 에너지원별 갈등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알다시피 캘리포니아는 친환경에너지를 선호하고 버지니아는 석탄에너지를 선호해 항상 논쟁이 있으며 정부가 각각의 주(州)를 어떻게 지원할지 고민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도 에너지원별 간 이해관계로 갈등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미국은 나라가 훨씬 크니 더 큰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초임계 변환 전력(STEP) 프로그램은 화석 에너지국이 주도하고 원자력 에너지국 및 미국 에너지 효율 및 재생 에너지 사무국이 지원하는 ‘크로스 오버 프로젝트’라며 여러 에너지원에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같은 사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처럼 미국은 정부와 연구소, 기업들이 비즈니스적으로 동등한 관점에서 유기적으로 협업하고 있는 게 맞다. 다만 한국이나 미국이나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연구원들이 느끼는 압박과 어려움은 비슷했다. 대전을 방문했을 당시 연구원들은 연구에 있어 재정적인 부족함과 성과에 대한 압박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정부출연 연구소들이 다수이며, 어떤 연구지시가 내려오거나 연구 계획을 보고할 때 예산이나 성과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수부 박사는 "미국에도 당연히 그런 문제가 있다"며 "기술·행정·재정 상의 어려움은 모든 국가의 모든 프로젝트에서 발생한다. 특별한 일이 아니다"고 했다.


◇ 한국과 미국 기술 격차 크지 않아...협력하면 ‘시너지’ 기대

수부 박사는 한국과 미국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한국의 전문가들이 미국에서 교육과 훈련을 받았다. 따라서 그들은 한국에서 이 기술 개발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며 "또한 대형 부품의 정밀 제조에 강한 한국 산업의 경험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정부 주도의 연구 협력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면 빠르게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수부 박사는 "GTI는 한국의 발전을 매우 유리하게 바라본다. GTI는 한국을 포함하는 국제적인 ‘JIP(Joint Industry Program, 공동산업 프로그램)’를 운영하고 있으며 팀 구성원들은 각자 기술 개발자와 많은 비공식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청정하고 지속 가능한 세계 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초임계 CO2 발전 기술의 신속한 도입을 위해 각국에서 JIP와 같은 메커니즘을 통해 협력과 지식 공유가 증진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수부 박사는 끝으로 자신의 역할을 "기술적인 개념을 상용화를 위한 용어로 통역 하는 것"이라며 "잠재 고객에게 이 기술이 왜 좋은 것이며 비즈니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왜 이걸 해야 하는지,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시장에서는 어떻게 투자하면 되는지 설명하는 등 ‘기술과 시장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그는 11월 3일까지 열리는 BIXPO 행사에서 한전기술연구원, 현대중공업 등 초임계 CO2 발전기술 연구와 상용화를 추진하는 관계자들을 만나 향후 계획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광주행 버스에 올랐다. <제작지원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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