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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1년간 주가 추이. (자료=구글) |
[에너지경제신문 이아경 기자] 제약·바이오주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특히 신라젠의 상승세가 매섭다. 신라젠은 상장 이후 주가가 500% 넘게 오르는 등 압도적인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파이프라인 확대에 따른 기업가치를 고려해도 현재의 주가가 과열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상장한 신라젠은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3위다. 이달 들어 시가총액은 5조원을 넘어섰으며, 상장 첫날 1만2850원이었던 주가는 이날 8만600원까지 6배 넘게 올랐다.
신라젠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Pexa-vec)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팩사벡은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해 죽이는 항암 바이러스로 동시에 환자의 면역력을 유지해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특정 암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암에 적용할 수 있어 시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에서는 펙사벡의 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펙사벡이 다른 항암제와 같이 투여하는 병용요법으로 파트너 가치가 높다는 점도 강점이다. 현재 신라젠은 펙사벡을 이용한 7개의 임상 파이프라인을 진행하고 있다. 간암 적응증에 대해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며, 유방암 치료제는 임상 2상, 신장암 대장암 등 5개 치료제는 임상 1상 단계다. 항암제 분야에서 대규모 글로벌 3상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은 국내서 신라젠이 유일하다. 신라젠은 2020년 펙사벡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펙사벡의 임상 3상은 신라젠이 상장할 때부터 진행되고 있었던 사항이기 때문에 최근 두 달 간의 가파른 상승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공모가(1만5000원)에도 임상 및 기술이전 성공 가능성이 이미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신라젠은 기술성장기업 상장특례로 입성한 만큼 밸류에이션을(가치 대비 주가) 따지기도 어렵다. 기술특례상장의 경우 실적과 관계없이 기술을 인정받으면 상장이 가능하다. 신라젠은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매출액 35억원, 영업손실 272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신라젠 파이프라인의 가치는 변함이 없지만, 최근의 주가 상승은 과열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A증권사 바이오 담당 연구원은 "펙사벡과 병용으로 임상을 진행하는 것이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높이는 기대감은 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 허가를 받은 것은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며 "임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현재의 주가 상승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임상실험은 시판 허가가 나오기 까지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현재 증권사 중에서 신라젠에 대한 투자의견을 밝힌 곳은 한 곳도 없다.
다만 제약바이오 업종 특성상 실적이 아닌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기업가치를 판단하기 때문에 적정가격을 따지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B증권사 바이오 담당 연구원은 "파이프라인의 기업가치를 얼마로 측정할 지는 애널리스트나 투자자들도 숫자를 맞추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신라젠의 주가 흐름이 과도하가도 느껴질 수 있지만, 다양한 임상치료를 진행하는 등 파이프라인이 넓어지고 있단 점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향후 타깃이 되는 환자가 많아질수록 시장도 커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바이오주는 정확히 알고 투자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파이프라인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고, 임상 일정과 항암바이러스 관련 학회 발표 등 관련 이벤트를 잘 파악해야 한다"며 "이벤트를 전후로 주가가 움직일 수 있으니 근거를 잘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