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현 넥슨 분석본부 부사장 |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돌이켜보면 전화기, 라디오, TV,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부터 지금의 전기차, 블록체인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바꾼 신기술은 갑작스레 툭 튀어 나온 혁신이 아닌 ‘새로운 조합의 발견’이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혁신(Innovation)’은 이미 일상에 존재하는 여러 개의 ‘점’들을 ‘선’으로 다양하게 연결한 것이다. 점들을 연결하는 것이 ‘혁신’이라면 점 자체를 생산하는 것, 그리고 부품 혹은 상품 단위로 볼 것인지를 정의하는 일련의 판단과 시각은 ‘창의(Creative)’다.
흔히 인공지능(AI)이라고 통칭하는 ‘머신러닝’, ‘딥러닝’ 등의 기술들 역시 결국 지식(점)들 중 유용한 것과 유용하지 않은 것을 분류하고, 수없이 조합(선잇기)해 봄으로써 새롭고 유용한 지식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는 ‘딥러닝’ 기법 중 ‘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을 통한 고양이 이미지 분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CNN은 수많은 고양이 이미지를 축적하고 고양이가 지닌 특징들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 특징들의 조합으로 고양이의 모습을 설명하는 단계에 이른다.
최근 IT업계를 뜨겁게 달군 ‘알파고’와 ‘알파고 제로’도 바둑에서 이길 수 있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적절히 분류하고 조합하여 유용한 해법을 찾아낸 케이스다. 이러한 관점에서 AI는 ‘창의’를 폭발적으로 향상시키기도, 또 요구하기도 하는 혁신 중의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지식들이 충분히 데이터화 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나날이 발전하는 AI를 어떻게 다룰지 체감하기 힘들고 또 막연하기도 해 AI의 인간사회 점령기, AI시대 사라질 일자리 등 어두운 이슈들이 먼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걱정을 앞세울 필요는 없다. AI가 ‘혁신(선잇기)’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전향적으로 ‘창의(점 생산)’하면 된다.
인간은 AI기술과 시스템이 혁신(선잇기)할 수 있도록 지식(점)들을 많이 배열하고 데이터화하는 동시에 AI가 발견한 특별한 조합(선)의 가치 혹은 리스크를 균형 있게 평가하고, 이를 활용해 실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간이 가설을 설정하고 이를 검증하는 것이 기존의 방식이었다면, 이제 인간은 ‘데이터’를 구축하고, AI는 이 데이터를 토대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형태의 분업을 도입해야 한다.
분업은 상당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다양한 창의가 모인다면 AI는 이제껏 알지 못했던 많은 가능성과 조합을 발견할 것이다. IT분야는 물론이고 물류, 인사, 건축, 의학 등 산업 분야와 미술, 음악과 같은 예술 영역까지 AI가 충분히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데이터’의 정교한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휴렛패커드(HP) 창업자 중 한 명인 데이브 패커드는 말했다. "마케팅은 너무나 중요해서 누구든 해야 된다"고, 필자 또한 언제나 말한다. "데이터는 너무나 중요해서 누구나 다 모아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