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경ㅣ인터뷰] 허식 농협중앙회 부회장, "농업공익가치, 160조원 이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1.10 17:19

농협중앙회, 개헌특위 의원 대상으로 지역단위 농정활동 추진할 것

▲허식 농협중앙회 부회장. (사진=농협중앙회)



[에너지경제신문 이현정 기자]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기 위한 캠페인으로 1000만명 서명운동을 실시했고, 한 달 만에 이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 중심에 ‘농업가치 헌법 반영 범농협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허식 농협중앙회 부회장이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이 허 부회장을 만나봤다.


◇ 농업 공익가치, 크게 160조 원에 달해

농업은 △농산물 생산이라는 본연의 기능 이외에도 △식량안보, △환경 및 경관 보전, △수자원 함양 및 홍수 방지, △생태계 보전, △지역사회 유지, △전통문화 계승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허 부회장은 "이러한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헌법에 반영돼야 하고, 이를 굳이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작게는 80여조 원, 크게는 160조 원 이상 추정될 정도로 막대하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식품 안전, 깨끗한 환경, 쾌적한 휴식 공간 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농업의 공익적 기능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은 국민 모두에게 그 혜택을 제공하지만, 시장에서는 그 가치가 거래되지 않는 공공재적 특성을 지닌다. 이에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만큼 공급되기 위해서는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허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농업의 공익적 기능은 농업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차원에서 다뤄야 할 중요한 사안"이라며 "국민의 기본권을 담는 헌법에 반영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한 현행 헌법이 시대적 속도를 쫓지 못하는 점도 지적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당시의 농업 현실에 기반해 산업적 측면에서 국가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1990년대 UR협정 이행, 2000년대 이후 동시다발적 FTA 추진 등 농업·농촌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데도, 현행 헌법은 이러한 시대적 패러다임을 반영하지 못해 왔다는 것이다.


◇ 국민 10명 중 8명이 농업 공익가치 인정

농협중앙회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시키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농업가치 헌법 반영 국민공감 운동’을 전사적으로 추진했다. 한 달 만에 1000만명 서명운동을 달성했고, 농업·농촌의 가치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로 삼았다.

또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국민적 관심이 늘고 있음이 나타났다. 농민신문과 한국갤럽이 공동으로 지난해 11월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성인 10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농업·농촌의 가치 국민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81%가 농업·농촌이 공익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인식했다. 이는 2016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서 62.1%가 공익적 가치를 인지한 것에 비해 20%p 가량 늘어난 결과다.

이러한 움직임에 힘입어 그동안 개헌특위 주요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던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 주요 의제에 포함되는 등 가시적 성과도 있었다. 서명운동이 1000만명을 돌파한 지난해 11월 30일, 국회에서는 제21차 개헌특위 회의가 열려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헌법에 반영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 도시와 농촌 온도차엔 다소 아쉬움도...

그러면서도 허 부회장은 "도시와 농촌의 온도차가 다소 있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번 운동을 주도해 본 결과, 농촌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헌법에 반영돼야 하는 것에 공감해준 반면 도시에서는 접점을 찾기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과거와 달리 도시 주민들이 도시에서 나고 자란 세대가 점점 많아져 농촌을 접할 기회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도시와 농촌의 거리가 물리적으로는 가까워졌지만 심리적으로는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했다"며 "농협은 현재 도농상생을 위해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운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도농교류를 더 활발히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농정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바탕으로 환경·경관보전, 지역공동체 활성화 등을 제고하는 다양한 형태의 직접직불 확대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익형 직불 도입은 국토의 균형발전과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초조건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OECD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으로 23.8%(2016년 기준)에 불과하며, 쌀을 제외하면 3.3% 밖에 되지 않는다. 선진국의 경우 곡물을 해외 조달에 의존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미국(127%), 캐나다(204%), 프랑스(193%), 독일(117%), 덴마크(117%), 스웨덴(112%) 등 주요 선진국의 곡물자급률은 100%가 훨씬 넘는다.

한편, 농협중앙회는 향후 국회 개헌특위에서 논의된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도록 국회 개헌특위 의원들을 대상으로 농업의 공익적 가치의 헌법 반영 필요성을 호소하는 지역단위 농정활동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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