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의 눈] 맥 못 짚는 상법 규제에 상장사들은 ‘발 동동’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2.1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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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보팅은 예정대로 폐지시키는 게 맞다. 유예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기업들이 충분히 준비했어야 한다."

지난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섀도보팅 제도 폐지’를 앞두고 이에 반대하는 상장사들에게 던진 말이다.

섀도보팅 제도는 지배주주의 경영권 강화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에 따라 지난해 말 폐지됐다. 의결정족수를 확보해 주주총회를 진행하는 것은 주식회사가 수행해야 할 할 의무이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상장사들 입장에서는 답답하기만 하다.

당초 섀도보팅 제도는 2014년 말 폐지될 예정이었다. 상장사들은 주주총회 안건을 통과시키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당시 금융위는 전자위임장 권유제도 도입을 통해 섀도보팅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기업지배구조원은 상장사가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하면 주주를 손쉽게 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섀도보팅 폐지는 3년간 유예됐다.

유예 기간에 나타난 전자투표제 및 전자위임장의 효과는 크지 않았다. 지난해 이를 통해 의결이 된 것은 행사주식 수 중 2% 남짓에 불과하다. 당국의 기대와는 차이가 크다. 일찍이 전자투표 및 전자위임장 시스템을 받아들인 상장사들이 "도대체 기업이 무엇을 더 해야 한다는 말이냐"며 한숨 섞인 토로를 하는 이유다.

최근 기업지배구조원은 현장 주총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주총’과 온라인으로만 열리는 ‘버추얼 주총’ 문화를 만들어야 하다고 제안했다. 최근 미국의 유명 기업들이 이를 많이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 상장사에 필요한 것은 또 다른 비용 지출이 수반되는 새로운 시스템 도입이 아니다.

기업들이 섀도보팅 제도에 의지하게끔 만든 근본적인 요인은 상법의 규제들이다. 상법 중 3권인 회사법은 1962년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13차례밖에 개정되지 않았다. 그때의 환경과 지금의 환경은 크게 달라졌지만 여전히 법은 정체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장사 각자의 노력에 기대기 보다는 금융당국과 정부가 정확한 맥을 짚어야 한다. 상법 개정 등의 가장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해주는 조치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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