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9년간 신차 평균 59%씩 코발트 비중 절감
모델 S는 희토류 無사용 눈길
모델 3 획기적 기술적용 주목 양산시 전기차 대중화 선도
국내 배터리 업계, 삼성SDI 등도 니켈 비중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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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 3 차량. (사진=TESLA) |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코발트 가격이 3년 새 3배로 폭등하면서 배터리와 전기차 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가운데,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가 모델 3차량의 배터리 내 코발트 함량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밝혀 주목된다. 더 나아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콘퍼런스콜에서 "우리는 코발트 배터리의 비중을 거의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전략 광물 및 금속 시장조사기관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enchmark mineral intelligence)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테슬라 차량에 사용된 리튬 이온 배터리의 상대적 원료 비율을 분석한 결과, 테슬라가 지난 9년간 새로운 차량을 출시할 때마다 코발트 비중을 평균 59%씩 절감해왔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NCA 음극 화학의 코발트 함량이 차세대 음극 배터리보다 이미 낮은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최종적으로 니켈-망간-코발트 비율을 8:1:1까지 낮출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 코발트 비중 낮추는 이유? 가격 3배 ‘껑충’ + 불안정한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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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코발트 가격은 3년 새 3배 가까이 폭등했다. 2015년 5월11일 기록한 톤당 3만달러 대비 현재 거래가는 9만 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표=광물자원공사) |
이처럼 테슬라가 리튬이온배터리 내 코발트 비중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국제 코발트 가격이 무서운 기세로 올라가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코발트 가격은 지난 2015년 5월 톤당 3만달러였지만 이달엔 9만달러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코발트의 주요 생산지인 콩고가 내전 중인 데다가 코발트에 부과하는 세금 인상, 전기차 시장 성장세 등이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두 번째는 전 세계 코발트 생산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콩고의 인권 문제가 원인이다. 미국은 지난 2013년부터 콩고와 그 주변국에서 채굴되는 코발트를 분쟁광물로 규정하고 유통을 제한했다. 코발트가 내전 중인 반군과 정부군의 자금줄로 쓰이면서 노동력 착취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콩고 코발트 작업장 노동자들은 마스크나 장갑조차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의 코발트 사용량 축소 움직임은 자동차 업계엔 희소식이지만, 코발트 광산업체들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테슬라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기술을 지지하고 있는데, 이 방식을 택하게 될 경우 코발트 사용량은 3분의 1 이하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기업들이 선호하는 NMC(니켈·망간·코발트) 배터리는 코발트 함유량이 약 2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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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새로운 차량이 출시될 때마다 코발트 함량을 59%씩 절감해왔다. (자료=에너지경제신문DB) |
테슬라의 미국, 일본, 한국, 독일 경쟁업체들은 후발주자로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코발트 의존도 낮추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코발트 생산업자들이 더이상 폭등하는 가격에 취해 파티를 즐길 때가 이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벤치마크는 보고서에서 "음극과 배터리 제조기업들은 초기부터 가장 비싼 원자재인 코발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지난 25년간 다양한 비율의 배터리가 개발돼왔고, 코발트 밀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기술이 진전돼왔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NCM111는 NCM523(니켈 5, 코발트 2, 망간 3)으로 진화했으며 가장 최근에는 NCM622(니켈6, 코발트 2, 망간 3)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배터리 개발 전쟁의 최후는 머스크가 언급한 NCM811(니켈8, 코발트1, 망간1)가 될 전망이다. 라이프 사이클과 안전상의 우려 때문에 상업적으로 널리 채택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나, 장애물을 딛고 대중화에 성공할 경우 원재료 비용을 낮추고 에너지 밀도를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벤치마크는 음극 시장 점유율 10%를 차지하는 2022년부터 NCM811 리튬이온배터리 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 PM 견인 전동기서 유도 전동기로…"비싸도 효율성 뛰어나"
테슬라와 다른 자동차 제조기업들 사이의 중요한 차이점은 한 가지 더 있다. 테슬라 로드스터와 모델 S에 들어가는 유도 전동기에는 영구 자석 견인 전동기와는 달리, 희토류 원소가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
현재 자동차 제조기업들은 매장량이 집중되어 있고 가격 예측이 어려운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코발트를 필두로 하는 희토류 시장은 중국이 공급 및 처리 부문을 장악하고 있어 변동성이 극심하다.
만일 테슬라가 모델 3 양산에 성공해 고급 자동차 제조기업을 넘어 전기차 대중화 기업을 탈바꿈할 경우, 회사 측은 유도 전동기를 더이상 사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테슬라 자동차 수석 디자이너는 최근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Electrek)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유도 전동기에서 PM 견인 전동기로의 전환과 관련, "전동기 비용, 주행거리, 배터리 비용 간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영구 자석 기계가 주행거리와 성능 목표를 달성하는 데 최적화돼 있어 테슬라의 비용 최소화 기능을 해결하는 데 더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희토류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아다마스 인텔리전스(Adamas Intelligence) 역시 "모델 3 배터리를 영구 자석 모터로 다시 되돌릴 경우, 테슬라가 비용의 상당 부분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PM 견인 전동기의 직접 재료비는 값비싼 NdFeB(네오디움 자석) 때문에 유도 전동기 대비 약 15% 이상 비싼 편이다. 이는 유도 전동기 옹호론자들이 주요 이점으로 인용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 가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유도 전동기의 효율성이 PM 견인 전동기보다 15% 이상 떨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저속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같은 점 때문에, 유도 전동기를 사용하는 자동차 회사들이 경쟁력 있는 주행거리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더 크고 비싼 배터리 팩으로 낮은 효율성을 보충해야 한다.
60-kWh 배터리 팩의 용량을 5% 끌어올리기 위해선 유도전동기(인덕션 모터)를 추가해야 하는데 이는 파워트레인 비용을 300달러까지(kWh 당 추가 비용이 100달러라고 가정했을 때) 끌어올릴 수 있다. PM 견인 전동기를 사용한다면, 직접 재료비가 올라가더라도 경제적인 매력도가 훨씬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LG화학, 삼성SDI 코발트 함유량 축소에 ‘잰걸음’
이같은 흐름은 비단 테슬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국내 전지업체들도 배터리 내 코발트 함유량 축소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SDI는 코발트 비중을 대폭 줄이고 니켈 비중을 높인 ‘하이니켈계 양극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 배터리의 경우 코발트 비중이 최소 20%를 웃돌았으나 하이니켈계 배터리는 10% 이하다. 최근 삼성SDI가 개발한 기술은 양극 활물질의 니켈 비중을 90% 이상 높였으며 코발트 비중은 5%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역시 코발트 비중을 줄인 NCM712 배터리를 빠르면 2년 내 개발,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NCM712는 양극재인 니켈, 코발트, 망간 비율을 각각 7대 1대 2로 배합한 배터리다.
현재 LG화학이 주력 생산하고 있는 NCM622에 비해 니켈 비중은 60%에서 70%로 증가하고, 코발트 비중은 20%에서 10%로 낮아졌다. 또한 2022년 양산 목표로 NCMA(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이 배터리는 코발트 비중을 10% 이하로 최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