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러 에너지협력, 이렇게 하자] 소규모 신재생 에너지→에너지 거점 도시→기간전력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6.20 12:57

서울대학교 문승일 공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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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일 서울대 교수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온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기대가 뜨겁다. 분단 70년 동안 한 민족이 억지로 나뉘어져 생이별을 하였듯이 남과 북을 하나로 이어주던 전력망도 허리가 잘라져 지내왔다. 지금 남북 간에 논의되고 있는 정치적 군사적 문제가 일단락이 된다면 그 다음 단계는 바로 서로 간의 전력망을 연결하는 일이 될 것이다.

북한의 전력사정은 믿을만한 통계자료를 얻기 어려워서 정확한 실정을 알 수 없지만 매우 열악한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공급량은 1995년 이후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탈북자들을 통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전이 일상화 되어있다고 한다.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북한지역 야간 사진을 보면 평양과 같은 대도시 지역을 제외한 거의 전역이 암흑으로 덮여있어서 과연 북한 전역이 전력망으로 연결이 되었는지 의심스럽다.

이러한 사정을 무시하고 남북 간의 직접적인 전력망 연결을 서두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지역에 전력망이 구축되도록 수십 년을 수수방관 기다리고만 있을 수도 없다. 긴 안목을 갖고 단계별로 실행 가능한 계획을 수립하여 남과 북이 완전히 하나가 되는 전력망을 구축하여 가는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이에 대한 첫 번째 단계로 소규모 신재생에너지를 북한 주민들에게 보급하는 일을 고려해볼 수 있다. 태양광 전지와 에너지저장장치를 활용하면 전력망에 연결되어 있지 않은 고립된 지역에 연료보급 없이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이 밤에 불을 밝히고 최소한의 문화생활을 할 수 있을 때 우리와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러한 지원은 준비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서 지체 없이 실행이 가능하다.

두 번째 단계로는 지역별로 에너지 거점 도시를 만드는 일이다. 이는 독립 운영이 가능한 마이크로그리드를 기반으로 신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시티 형태로 구축이 가능하다. 첫 번째 에너지 거점도시로 원산을 추천한다. 원산은 남측과 가까운 항구도시로 물류 운송이 편리하며 군사시설이 적어 전력을 군사적으로 악용한다는 우려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지역이다. 또 인근에 금강산이 있어서 이를 국제 휴양도시로 개발한다면 남북한은 물론 전 세계가 그 혜택을 나눌 수 있는 매우 적절한 지역이다. 북한 전 지역에 이러한 에너지 거점도시를 확산하면 국가전력망을 구축하는데 기반 역할을 할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국가 기간전력망을 구성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남북 연계 뿐 아니라 인접국가인 중국, 러시아 및 일본과의 연계를 반드시 고려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주변국과의 연계를 통해서 ‘계통섬’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남북한이 동북아 에너지 흐름의 중심에 설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세 가지의 남북 전력망 연계 시나리오는 단기간부터 장기간 전략까지를 포함하며 세 가지 사업이 동시에 시작되어야만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전기가 통하지 않으면 마음이 통하지 않고,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면 통일은 요원한 일이다. 남과 북을 다시 연결하는 전력망 건설은 통일의 출발점이고 이 전력망의 완성은 통일을 굳히는 일이 될 것이다. 다시는 나뉘지 않을 굳건한 남북 연계 전력망 완성을 위한 시나리오를 모두의 지혜를 모아서 만들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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