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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연합) |
에너지원의 중심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석탄·원전을 줄이고 친환경적 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가운데, 2050년이면 세계 전력 수요의 절반을 풍력과 태양광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세계 전력 시스템의 미래에 대한 연간 장기 분석 보고서 NEO 2018을 발간하고 2050년까지 풍력과 태양이 세계 발전량의 50%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급감하고, 계속해서 저렴해지는 배터리가 전력 수요공급 변화에 맞춰 재생에너지 전력의 저장과 방출을 가능케할 것이란 분석이다.
BNEF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은 2010년 이래 메가와트시(MWh) 당 80%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보고서는 "배터리 가격이 2020년대 전기자동차 생산이 증가함에 따라 계속해서 빠르게 하락할 것"이라며 "배터리 비용 하락이 향후 수십 년 동안 전력 믹스(mix)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NEO 2018의 수석 저자인 셉 헨베스트 BNEF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국장은 "2050년까지 배터리 설비에 5480억 달러가 투자될 것"이라며 "이 중 3분의 2는 그리드 레벨에, 나머지 3분의 1은 가정 및 사업용 비하인드 더 미터(behind-the-meter) 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헨베스트 지국장은 "값싼 배터리 저장 장치(ESS)의 도입에 힘입어 풍력과 태양광으로부터의 전력 공급이 더욱 능숙해질 것"이라며 "바람이 불지 않고 태양이 빛나지 않을 때도 ESS 기술로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현재 석탄, 가스 및 원자력 발전소가 장악하고 있는 전력 시장을 재생 에너지가 계속해서 잠식해 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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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2018년과 2050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신규 발전용량에 11조 5000억 달러(한화 1경 2737조 4000억 원)가 투자되고, 이중 8조4000억 달러(9303조 8400억 원)는 풍력과 태양광으로, 추가 1조5000억 달러(1661조 4000억 원)는 수력 및 원자력 등 기타 제로 탄소 기술에 투입될 것이라고 봤다.
이러한 투자로 전세계 태양광 용량이 17배, 풍력 용량은 6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규 PV(태양광) 발전소의 균등화발전비용(LCOE1)은 2050년까지 71% 더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고, 육상 풍력발전소의 해당 비용은 추가 58%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 두 기술은 이미 2009년과 2018년 사이에 각각 77%와 41% LCOE 하락을 경험했다.
엘레나 지아나코폴로 BNEF 에너지경제 지국장은 "장기적으로 석탄이 최대 패배자로 전락한다. 석탄은 대규모 발전 영역에서는 풍력과 태양광의 경제성에 밀리고, 유연성 측면에서는 배터리와 가스에 밀리게 되며, 이에 따라 미래 전력시스템은 석탄을 몰아내고 값싼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발전용 가스 소비는 2050년까지 완만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이 증가하고 가스 발전이 이른바 기저부하 또는 24시간 발전원 보다는 재생에너지를 위한 보조(back-up) 발전원으로 사용되면서, 발전 믹스에서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2050년까지 신규 가스 발전소 설비에 1조 3000억 달러(1440조 2700억 원)의 투자가 이뤄지고 이중 절반이 복합사이클 터빈(CCGT)이 아닌 ‘가스 피커(gas peaker)’ 발전소에 투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발전 믹스에서 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1%에서 15%로 하락하지만, 가스 발전량 자체는 2017년에서 2050년 사이 15% 증가할 것이다.
전 세계적 연료 연소 추세의 경우, 석탄은 수요 감소세가 장기적으로 악화돼 2050년 연소량이 2017년 대비 56% 감소할 것으로 분석되는 반면, 가스 연소량은 2017년 대비 14%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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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BNEF는 전 세계 전력부문 연간 배출량이 2017년부터 최고점에 도달하는 2027년까지 2% 증가하고, 이후에는 2050년까지 38% 하락할 것이라고 봤다. 이는 지난해보다 탄소 배출량 부문에 있어 더욱 낙관적으로 변한 것이다.
상황이 나아지고 있긴 하나, 전력 업계는 여전히 글로벌 CO₂ 수준을 450 백만분율(ppm) 미만 (IPCC2가 온도 상승을 2°C 미만으로 억제하기 위해 제안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전력 부문 요구량을 이행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티어스 키멜 BNEF 에너지경제학 분석가는 "2035년까지 전 세계 모든 석탄발전소를 해체하더라도, 전력부문은 여전히 엄청난 양의 가스를 연소하며 기후안전 궤도 이상의 배출량을 내뿜을 것"이라 우려하며 "2°C 목표 달성을 위해선 가스를 포함한 화석연료 발전을 최소화하면서 계절성 전력 수요공급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제로탄소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기차의 확산은 전력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보고서는 2050년에는 전 세계에서 전기차와 전기버스가 총 수요의 9%에 해당하는 3461TWh의 전력을 사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높은 재생에너지 생산량 덕분에 전기요금이 낮은 시기를 이용해, 필요한 충전의 절반 가량이 ‘역동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력소비가 역동적이라는 말은 하루 중 고정된 시간에 충전하는 것과 상반되는 개념으로, 전기 요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간대에 충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분석은 2030년까지 전기차가 세계 신규차량 판매의 28%, 2040년까지 55%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한 BNEF의 전기차 전망 보고서를(Electric Vehicle Outlook)를 근거로 했다. 전기버스의 경우 더욱 압도적으로 시장을 장악해, 2030년까지 84%의 글로벌 점유율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NEO 2018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점도 주목했다. 보고서는 2050년까지 유럽 총 전력공급의 87%, 미국 55%, 중국 62%, 인도 27%를 재생에너지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BNEF의 분석 결과는 ESS 등 다양한 전력 기술의 경제성이 진화하고 있고, 전력 수요를 결정 짓는 인구와 GDP가 계속 증가할 것을 반영했다. 국가 별로 시행 중인 기존 에너지 정책의 경우 만료 예정 시점까지만 유효하고 추가적 정부조치는 없는 것으로 가정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