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에너지전환, 동북아 슈퍼그리드에서 답을 찾다-⑥남북러 에너지협력, 이렇게 하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8.23 10:09
[친환경 에너지전환, 동북아 슈퍼그리드에서 답을 찾다-⑥남북러 에너지협력, 이렇게 하자]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미세먼지 대책·탈원전·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내놓았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에너지 육성, 원전과 석탄화력 발전소 축소가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동북아 슈퍼그리드(Super-Grid)’라는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몽골·중국· 한국·일본·러시아의 전력망을 연결해 청정에너지 공동 활용은 물론 경제·안보분야까지 협력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다만 동북아에서는 공급국(몽골, 러시아)과 소비국(한·중·일)으로 양분된 일 방향 거래 구조를 비롯해 △높은 화석 발전원 비중 △국영 기업에 의한 장기 거래 중심의 경직된 전력 시장 △국가 간 상이한 제도와 이해관계 △지정학적 갈등 그리고 이를 해결할 초국적 협의체의 부재 등 장애요인이 산적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남북 관계 개선으로 부활의 조짐을 보이는 남·북·러 전력 연계망 프로젝트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친환경 에너지전환, 동북아 슈퍼그리드에서 해답을 찾다’ 마지막 연재로 전문가 좌담회를 기획했다. [편집자주]

문승일 교수

▲문승일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이대식 실장

▲이대식 재단법인 연구소 여시재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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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한국슬라브유라시아 학회장

-낙후한 북한 전력 인프라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문승일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이하 문 교수) - 북한의 전력사정은 믿을만한 통계자료를 얻기 어려워서 정확한 실정을 알 수 없지만 매우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에너지 공급량은 1995년 이후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탈북자들을 통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전이 일상화 돼있다고 한다.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북한지역 야간 사진을 보면 평양과 같은 대도시 지역을 제외한 거의 전역이 암흑으로 덮여있어서 과연 북한 전역이 전력망으로 연결됐는지 의심스럽다. 이러한 사정을 무시하고 남북 간의 직접적인 전력망 연결을 서두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지역에 전력망이 구축되도록 수십 년을 수수방관 기다리고만 있을 수도 없다. 긴 안목을 갖고 단계별로 실행 가능한 계획을 수립하여 남과 북이 완전히 하나가 되는 전력망을 구축하여 가는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이대식 재단법인 연구소 여시재 연구실장(이하 이 실장) - 고압송배전망 등 남북한 간의 상이한 전력 계통, 북한의 낙후한 전력 인프라로 인한 망 전체의 훼손 가능성 등 선제적으로 극복해야 할 리스크도 없지 않다. 결론적으로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와 같이 남북한 전력망 전체를 연결할 경우 DC(직류) 연계방식이 우선 적용돼야 하지만 AC(교류) 연계방식을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북한 전력망 재구축 이후에 연계를 확장하는 방식도 신중히 고려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또한 한반도의 육로를 통한다면 해저케이블 건설이 최소화되는 등 슈퍼그리드 구축을 위한 보다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추진하는 관련국들은 이러한 장애요인을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면밀한 협력 로드맵을 사전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단계별 남북 전력망 구축 계획은 어떤 것이 있는지.

▲문 교수 - 첫 번째 단계로 소규모 신재생에너지를 북한 주민들에게 보급하는 일을 고려해볼 수 있다. 태양광 전지와 에너지저장장치를 활용하면 전력망에 연결돼 있지 않은 고립된 지역에 연료보급 없이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이 밤에 불을 밝히고 최소한의 문화생활을 할 수 있을 때 우리와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러한 지원은 준비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서 지체 없이 실행이 가능하다.

두 번째 단계로는 지역별로 에너지 거점 도시를 만드는 일이다. 이는 독립 운영이 가능한 마이크로그리드를 기반으로 신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시티 형태로 구축이 가능하다. 첫 번째 에너지 거점도시로 원산을 추천한다. 원산은 남측과 가까운 항구도시로 물류 운송이 편리하며 군사시설이 적어 전력을 군사적으로 악용한다는 우려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지역이다. 또 인근에 금강산이 있어서 이를 국제 휴양도시로 개발한다면 남북한은 물론 전 세계가 그 혜택을 나눌 수 있는 매우 적절한 지역이다. 북한 전 지역에 이러한 에너지 거점도시를 확산하면 국가전력망을 구축하는데 기반 역할을 할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국가 기간전력망을 구성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남북 연계 뿐 아니라 인접국가인 중국, 러시아 및 일본과의 연계를 반드시 고려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주변국과의 연계를 통해서 ‘계통섬’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남북한이 동북아 에너지 흐름의 중심에 설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세 가지의 남북 전력망 연계 시나리오는 단기간부터 장기간 전략까지를 포함하며 세 가지 사업이 동시에 시작되어야만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남북러 전력망 연계로 기대되는 경제적 이득은.

▲이상준 한국슬라브유라시아 학회장(이하 이 회장) -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관련 논의 가운데 남북 전력망 연계는 경제발전의 토대를 제공하고 동시에 동북아 슈퍼그리드의 근간이 되는 사업이다. 동북아 슈퍼그리드 초기에는 장기계약의 경직된 계통연계 구조로 출발하겠지만 일단 계통연계가 완성되고, 참여국간 상호 신뢰가 생기면 공급국과 수요국간 거래는 일방향에서 쌍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전력을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전력거래시장도 형성될 수 있다. 동북아 지역에 산재한 다양한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미세먼지 감축의 효과도 얻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참여국의 후생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남·북·러 계통연계와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경제성도 있다. 전력공급국인 러시아, 몽골과 전력수요국 한·중·일의 전력 가격은 최대 20배 차이가 나며 전력 피크 시간대 역시 편차가 있다. 계통연계를 통해 우리나라 전체 전력의 10% 정도까지 다른 국가로부터 공급받는다면 전력 수급 안정성도 높이면서 동시에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북한은 송배전시설 노후화, 에너지원 공급 감소, 에너지 다소비형 중공업 산업구조 등으로 전력 난을 겪고 있다. 전력 품질 역시 좋지 않아 공단 운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북한 경제개발은 전력 공급으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으며, 전력망 연계 없이는 한반도 新경제지도도 완성될 수 없다. 남북 전력망 연계를 신재생에너지로 모두 공급하면 좋겠지만 단기적으로 이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러시아의 재생에너지를 HDVC(고압직류)로 한반도 남단으로 직접 공급받고 한국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일부 북한으로 송전한다면 남·북·러 계통연계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정치·안보적 의의가 있을까.

▲이 회장 - 외교안보적인 의미도 크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을 경유하는 남·북·러 계통연계는 비핵화에 대한 보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을 견제하는 카드로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면 미국의 양해와 국제사회의 지원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동안 한·중 계통연계 가능성은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남·북·러 계통연계가 없는 상태에서 한·중간의 계통연계는 한국을 중국판 전력 천하질서에 편입시키는 의미에 국한될 수 있다. 또한 남·북·러 계통연계를 추진하면 한반도는 지정학적 불리함을 딛고 동북아 전력망 허브가 될 수 있다.

또한 남에서 북으로 송전되는 전력의 증분은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으며 지정학적 위기가 불거질 경우 북으로 송전을 끊어 대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북한의 지역별 환경에 최적화된 신재생에너지 전원을 연계할 수 있는 마이크로그리드 역시 동시에 고려된다면 슈퍼그리드의 효율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면 GCF(녹색기후기금) 등을 통해 개발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음은 물론 북한의 지역과 거점 개발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자본과 개발의 선 순환적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문 교수 - 전기가 통하지 않으면 마음이 통하지 않고,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면 통일은 요원한 일이다. 남과 북을 다시 연결하는 전력망 건설은 통일의 출발점이고 이 전력망의 완성은 통일을 굳히는 일이 될 것이다. 다시는 나뉘지 않을 굳건한 남북 연계 전력망 완성을 위한 시나리오를 모두의 지혜를 모아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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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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