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규탄' 시작한 민주노총…反기업 정서 '우려 목소리'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0.08 14:51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민주노총이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10일부터 사흘 간 재벌개혁 쟁점화를 위한 투쟁에 돌입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재벌개혁 등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다루어지도록 여론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취지다. 민주노총은 삼성과 현대차, SK, LG, 롯데 등 주요 기업들의 사옥 앞에서도 집회를 예고하고 나섰다.


◇ 5대 그룹 이어 대한상의·경총까지…민주노총 "투쟁할 것"

민주노총은 오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정감사 재벌개혁 촉구 기자회견을 벌이는 것을 시작으로 삼성, 현대기아차, LG 등을 비롯해 대기업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를 규탄하는 집회를 12일까지 벌일 예정이다. 사흘 간 벌어질 예정인 이번 집회와 투쟁문화제의 캐치프레이즈는 ‘재벌세상 뒤집자! 재벌개혁 쟁점화 순회투쟁’이다.

이번 순회투쟁을 총괄하는 민주노총 장현술 조직국장은 8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국정감사가 시작하는 날 맞춰 재벌 개혁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활동 중 하나"라며 "그간 노동계에서 주장해온 주요 안건들을 순회 투쟁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번 투쟁에서 민법과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재벌 기업의 편법적인 승계 과정을 압박해야한다는 데 대해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다. 특히 재벌기업이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악습을 지적하고, 사익을 추구하는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하겠다는 계획이다. 장현술 조직국장은 "일부 재벌 기업은 관계 혈족이 운영하는 기업에 좋은 조건에 하청을 주면서, 그렇지 않은 기업에게는 ‘단가 후려치기’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문제들을 당장 중단해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받을 수 있도록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기업이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전략을 짠 문건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며 "이는 노조할 권리를 위반한 명백한 범법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총이 주장해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주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대한상의와 경총 앞에서도 투쟁을 예고했다. 장 조직국장은 "최저임금이나 노동법 개정과 관련해 경제단체에서 재벌대기업의 책임과 관련한 문제는 등한시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노동계의 목소리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 바쁘게 돌아가는 재계…일각선 반기업 정서 가중 "우려"

민주노총은 당초 11일 오후 6시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 앞에서 벌이기로 했던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처벌촉구 집회’는 열지 않기로 했다. 7일 고용노동부는 노사합의를 통해 비정규직 95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 중인 현대-기아자동차에 "비정규직지회와 다시 교섭하라"며 사측을 압박했다. 당초 현대-기아차는 "노사 합의에 따라 정규직 전환이 진행 중이고 하청업체 직원과의 직접 교섭은 원칙상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이번에 노동부의 시정명령이 내려오면서 또 한 발자국 물러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밖에 주요그룹들도 최근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았던 계열사의 총수 일가 지분을 정리하고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등 자구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SK디앤디의 지분 24%를 전량 매각하기로 했다. SK디스커버리의 손자회사인 SK디앤디는 부동산 개발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최 부회장이 일부 지분을 들고 있어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아왔었다. 구광모 LG 회장도 자신이 들고 있던 LG의 손자회사 판토스의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했다. 당초 구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는 이 회사의 지분을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보유하고 있었으나, 공정위의 압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 이밖에 LG는 계열사 중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알짜’ 회사 서브원의 지분 매각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려는 재계의 시계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지만, 일각에선 반기업 정서 부추기기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제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조의 투쟁과는 별개로 기업에선 사회적 요구에 맞추면서 일을 진행하는 것일 뿐"이라며 "기업의 노력과 그 가치를 도외시하는 분위기가 지나치게 조성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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