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강성부 대표, 다수의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발간
LK파트너스에서 현대시멘트 등 인수...투자레코드 축적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 행동주의 헤지펀드 성공사례 전무
한진칼, 엘리엇 ‘현대차’ 대비 시총 작아...우호지분 확보 유리
▲서울 중구 한진빌딩.(사진=연합) |
토종 사모펀드(PEF)인 KCGI가 국내 최초로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성공 사례로 남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그간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나 토종 헤지펀드인 플랫폼파트너스 등이 현대차그룹, 맥쿼리그룹 등을 상대로 주주 행동주의 투자에 나섰지만 성공한 사례는 없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KCGI 강성부 대표가 한진칼을 상대로 명분을 앞세운 ‘머니게임’보다 정공법을 바탕으로 진정성 있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사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 KCGI, 시세차익보다 ‘지배구조 개선’ 목적...한진칼 적극 공략할 듯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가가 ‘KCGI’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이 회사를 설립한 강성부 대표의 행보와 관련이 깊다. 강 대표는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로 일하던 2005년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라는 보고서를 낸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다. 김 대표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분석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LK파트너스 시절인 2017년 현대시멘트 인수, 2015년 요진건설산업 지분인수 등을 성공하며 투자부문에서도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LK파트너스에서도 강 대표가 강점을 지닌 지배구조 전략을 통해 투자를 성공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강 대표가 지난 7월 LK파트너스에서 독립해 설립한 회사 이름이 KCGI인 것도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에서 따왔기 때문이다.
15일 한진칼 지분 9%를 신규 취득한 그레이스홀딩스는 강 대표가 만든 KCGI제1호사모투자 합자회사가 최대주주인 투자목적 회사다. 자신의 이름으로 런칭한 첫 펀드인데다 대기업을 본격적으로 겨냥한 것은 처음인 만큼 단순 시세차익을 노리기보다 ‘정공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 펀드는 단순 주가 차익보다는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한 펀드"라며 "강 대표가 10년 넘게 투자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인사이기 때문에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으로 한진칼을 공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엘리엇, 플랫폼파트너스 국내 대기업 정조준 실패
전문가들은 단순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인 엘리엇과는 다른 관점에서 KCGI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엘리엇은 올해 현대차그룹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개선, 자사주 매입, 핵심계열사 합병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것이 수용된 사례는 없다. 게다가 현대차가 3분기 어닝쇼크와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엘리엇은 7개월간 약 5683억원 수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을 반대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인 플랫폼 파트너스도 올해 9월 맥쿼리인프라에 운용사 교체를 요구하며 표대결을 선언했지만 과반수 확보에 실패해 안건이 부결됐다.
▲하인즈 주가차트(자료=이베스트투자증권) |
이와 달리 해외에서는 넬슨펠츠, 빌애크먼, 칼아이칸 등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성공한 사례가 많다. 일례로 넬슨펠츠는 2006년 3월에 식품업체 하인즈에 이사 5명을 임명하고 연간비용 5.7억 달러 절감, 자산 매각 등을 요구했다. 하인즈는 넬슨팰츠의 의견을 받아들여 2006년 6월 1일 인력의 8%인 2700명 감원, 공장 15곳 폐쇄, 2년간 10억 달러 상당의 자사주 매입, 등을 발표했다. 이같은 주주가치제고에 힘입어 하인즈 주가는 2013년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에 인수되기 전까지 상승세를 탔다. 즉 적대적 인수합병(M&A)보다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다.
국내와 해외 사례가 다른 것은 엘리엇이 IT, 자동차 등 자체 업황 의존도가 큰 대기업을 대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행동주의의 효율을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 KCGI 우호세력 결집시 오너일가와 표대결서 승산 가능성
증권가에서 KCGI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것은 한진칼의 경우 시가총액이 1조4645억원으로 현대차, 삼성물산 등 엘리엇이 공략했던 기업들보다 작다는 점이다. 즉 KCGI가 9%의 지분을 바탕으로 우호세력을 결집한다면 조 회장 등 오너일가와의 표 대결에서도 충분히 이길 가능성이 있다. 한국 증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저평가되는 이유 중 하나가 지배구조 이슈인 만큼 KCGI가 이를 잘 공략한다면 배당확대, 주가 상승 등도 기대해볼만 하다는 평가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강력히 요구할 만한 큰 규모의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없었다"며 "그러나 KCGI는 행동주의에 최적화될 수 있는 특성화펀드를 기반으로 한데다 한진칼 시총 규모가 작고 오너에 대한 사회적 비난도 커 보다 지배구조 개편 관련해서 의미있는 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