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APEC 무대서 보호무역·일대일로 문제로 '정면 충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1.17 17:13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무대에서 정면으로 맞붙었다.

중국에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표로 참석해 최근 불거진 통상 문제에 대해 서로 쓴소리를 주고 받았다. 

이들이 맞붙은 곳은 17일(현지시간)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APEC 최고경영자(CEO) 포럼. 당장 다음날 예정된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과 중국이 전초전을 벌인 것으로 해석된다.

AP,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포럼에서 먼저 연사로 무대로 오른 시 주석은 '미국 우선주의'로 대표되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선제 공격을 날렸다.

"인류가 다시 한번 갈림길에 섰다"고 운을 뗀 시 주석은 "어떤 방향을 선택해야 하느냐? 협력이냐 대결이냐, 개방이냐 폐쇄냐, (모두에게 이득 되는) 윈윈 발전이냐 (승자 없는) 제로섬 게임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냉전이나 열전이든, 또는 무역전쟁의 형태이든 대결에서 승자는 없다는 것을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는) 보호주의와 일방주의에 '노'(No)라고 말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한편, 미국의 통상정책을 겨냥해 "근시안적 접근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에 펜스 부통령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취'와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을 비난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그는 "중국이 행로를 바꿀 때까지 미국은 행로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무역전쟁'에서 단 한 발자국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관철했다.

펜스 부통령은 "우리는 중국 상품에 2500억 달러(283조원)의 관세를 물리고 있다"며 "관세 규모가 갑절 이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다.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신경제구상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도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부각됐다.

펜스 부통령은 "우리는 동반자들을 빚의 바다에 빠뜨리지 않는다. 다른 나라의 독립성을 억압하거나 훼손하지 않는다"며 일대일로 정책을 '일방적'이라는 식으로 비꼬았다.

일대일로와 관련한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위해 중국의 차관을 받은 국가들이 빚더미에 앉거나 차관을 갚지 못해 국가기반시설 운영권을 중국에 넘기는 일을 문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시 주석은 "일대일로는 어떤 숨겨진 지정학적 의제를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다"라며 "비회원에게 문호가 막힌 폐쇄적 클럽이나 일부 사람이 꼬리표를 붙인 것과 같은 덫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송진우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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