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감원 ‘칼바람’...실적부진에 신회계기준 도입도 한몫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2.10 15:59


[에너지경제신문=허재영 기자] 보험업계에도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실적 부진과 더불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자기자본 확충 부담이 늘어난 것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도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희망퇴직을 권장하고 있는데다 내년부터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로 보험사의 인력 축소는 갈수록 적극화될 전망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연말을 앞두고 보험사들은 인력을 감원했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10월 전체 임직원 1100명 중 약 10%인 118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대상자는 근속 7년 이상의 만 50세 혹은 40세 이상으로 나이와 관계없이 12년 이상 근속자도 신청을 받았다. 올해 3월 PCA생명을 흡수 합병한 미래에셋생명은 PCA생명 직원의 고용을 보장했지만, 통합 8개월 만에 희망퇴직 수순을 밟았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IFRS17 도입 등 대외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은 노사합의를 거쳐 15년 이상 장기근속 임직원을 대상으로 상시 전직지원제도를 도입했다. 상시 전직지원제도는 정년(만 60세)에 도달하지 않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제도다. 15~19년 이하 직원은 퇴직금에 더해 기본급 15개월치, 20년차 이상 직원은 기본급 20개월치를 한꺼번에 지급한다.

KB손해보험도 노동조합과 희망퇴직을 협의했다. 노조의 반대로 현재 중단된 상황이지만 2015년 LIG손해보험 인수 이후 첫 희망퇴직 추진이었다. KB손보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전속지점도 일부 통폐합했다. 삼성생명은 최근 근속 2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공로휴직 신청을 받았다. 공로휴직은 6개월 또는 1년간 휴직하는 대신 기본급만 주는 일종의 유급휴직이다. 삼성생명이 공로휴직 신청을 받은 것은 수년 만에 처음이다. 보험업계는 이를 긴축 경영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인력을 감축하려는 이유로는 먼저 실적 부진이 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생명보험사들의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1조2582억원 늘었고 수입보험료는 3조8381억원 줄었다.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적자 전환으로 인해 1∼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6239억원 감소했다.

2022년 IFRS17 도입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시행도 보험사엔 큰 부담 요인이다. IFRS17은 금융사의 자산과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보험사 부채가 대폭 늘어나 자본확충 부담이 그만큼 더 커졌다. 도입 시기가 1년 연기됐지만, 보험사들의 자기자본 확충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다.

금융 당국 또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희망퇴직을 권장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를 늘리고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내년부터는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서 보험사들의 인력 감원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이 보험설계사 인력을 감원하는 상황에서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 인건비 부담으로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고용보험 부담 비용을 약 2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영업실적 악화로 인해 비용절감 측면에서 인력감축을 해오고 있고, 그동안의 인력 적체도 해소하려는 조치의 일환"이라며 "올해 대규모로 인력 감원이 있다면 내년 추가 감원은 어렵겠지만, 올해 감원을 하지 않는 회사들은 내년에 인력 축소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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