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만난 벤처인들, 요구사항 봇물..."정부 더 스마트해졌으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2.07 20:32

"외국 기업이 한국에서 더 많은 혜택 받아"...규제 완화, 국내기업 보호 목소리도


문재인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문 대통령, 김범석 쿠팡 대표. (사진=연합)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1세대 벤처창업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 한국을 대표하는 벤처기업인들이 7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규제를 완화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혁신 벤처기업인 초청 간담회’에는 이 GIO와 김 대표 외에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김범석 쿠팡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권오섭 L&P코스메틱 회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그간 정부 정책에 대해 느꼈던 아쉬운 점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특히, 해외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해서라도 국내 IT기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택진 대표는 "다른 나라는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강고한 울타리를 만들어 타국 기업이 진입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거꾸로 해외 기업이 들어오기는 쉽고 자국 기업이 보호받기는 어렵다"라며 "정부가 조금 더 스마트해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지원책이 있을 때마다 시장경제를 왜곡시키는 것은 아닌가 우려를 하곤 한다. 지원을 하더라도 시장경제의 건강성을 유지시켜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해진 GIO 역시 "경쟁사들은 모두 글로벌 기업인데, 그들은 한국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며 "인터넷망 사용료나 세금을 내는 문제에 있어서,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국내기업과 해외 기업들에 적용되는 법안들이 동등하게 적용됐으면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니콘 기업(자산가치 1조원 이상의 벤처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더욱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기를 북돋워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규제가 투자 유치를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범석 대표는 "유니콘 기업이 많이 생기려면 외자 유치가 필요한데, 이를 가로막는 것이 불확실성"이라며 한국시장이 너무 작다는 편견이나 규제의 폭과 해석이 자주 바뀌는 것 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한국은 국민들의 높은 교육 수준과 더불어 소비자들이 새로운 제품을 받아들이는 속도 또한 빨라서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도록 모두가 노력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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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기술과 혁신으로 초고속 성장한 1세대 벤처기업인과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돌파한 유니콘 기업인들을 초청해서 격려하고 벤처기업 육성 방안에 대한 심층적 논의를 하기 위해 마련됐다. 윗줄 왼쪽부터 네이버 창업주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문 대통령, 김범석 쿠팡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아랫줄 왼쪽부터 정태호 일자리 수석,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사진=연합)



이승건 대표 역시 "핀테크는 워낙 규제가 많다 보니 외국 투자자들에게 설명만 하는 것도 시간이 걸린다. 또한 그들에겐 한국의 제도와 정책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가 없다 보니 더욱 투자유치가 어렵다"고 말했다.

서정선 회장은 "바이오헬스는 새로운 시장 창출이 가능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산업이다. 한국은 우수한 인재, 뛰어난 IT기술 등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며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민간은 투명하게 운영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규제는 네거티브 규제로, 미래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다양한 어려움을 해소해달라는 건의도 이어졌다.

권오섭 대표는 "청년들이 취업을 하지 못한다지만, 저희는 구인난을 겪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구직자와 기업을 이어주는 취업방송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봉진 대표는 "자본이 시장에 들어왔을 때 스케일업이 중요하다. 국내 벤처캐피털들이 투자할 수 있게 해주시면 좋겠다"며 "정책 목적의 펀드가 많은데 잘 될 곳을 적극 밀어주는 게 필요하다. 창업주들이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도록 살펴봐달라"라고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기업인들의 의견을 들으며 "해당 부처에서도 잘 살펴보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간담회 후 브리핑에서 "벤처 1세대 창업자 및 ‘혁신성장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유니콘 기업인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을 논의하는 진솔한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최근 형성된 혁신창업 열기를 제2의 벤처붐으로 확대·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벤처 1·2세대와 정부가 함께 논의하는 소통의 자리였다는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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