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 전력시장 구조, 에너지원별 갈등 유발·에너지신산업 육성 막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3.09 15:16

▲8일 코리아나호텔에서 개최된 제15차 전력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현행 전력시장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사진=에너지경제]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폐쇄적이고 기형적인 전력시장 구조가 에너지원별 갈등을 부추기고, 에너지신산업 육성을 가로막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 코리아나호텔에서 개최된 제15차 전력포럼에서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미래에너지정책연구원(IKEP)이 ‘전력시장 패러다임 전환의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시장원리를 도외시 한 정부의 안이한 임기응변식 전력시장 규제로 민간석탄발전기 정산조정계수 문제, 변동비 산정과 용량요금, 전력수급기본계획, 발전용 LNG 도입 경쟁 확대의 영향 등 전력 도매시장 전반의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현행 전력시장 규제는 급변한 외부환경과 달리 진입 때부터 전력수급계획으로 정부 통제 아래 놓여 소매시장까지 한전의 실질적 독점 속에 전기요금도 정부가 인가해 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정부는 전력시장운영규칙이란 만능규제로 사실상 모든 영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시장을 가장한 수직통합규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는 자유로운 사업자 진출입을 규제하고 있고, 판매자와 구매자간 전력거래 기회를 사실상 봉쇄하고 있다. 여기에 변동비 산정, 급전순위, 용량요금, 정산조정계수 등에 의한 정부 가격규제도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전력시장은 헌법의 재산권 보장 원칙과 평등원칙, 비례원칙 등에서 다양한 법적 갈등을 초래할 소지가 다분하며, 일부 사안은 이미 수면 위로 불거져 있다는 지적이다.

가령 민간석탄발전기 정산조정계수 적용 시 비용평가세부운영규정은 총괄원가를 ‘성실하고 능률적인 경영하에 전력생산에 소요되는 적정원가와 진실하고 유효한 자산에 대한 적정투자보수를 가산한 금액을 한다’고 정의하는 등 기준이 모호하다.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간 정산조정계수 역시 정당성과 합리성이 부족하다. 헌법상 재산권제한 규정과 전기사업법 전력거래 방식 위배, 민간발전기 보상 방식과의 차등 등에 따른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정산조정계수는 한전과 자회사간 투보율 격차 유지와 발전자회사 당기순손실 방지 등을 명분으로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정산이 아니라 정부당국이 개입해 전력거래가를 임의도출하는 가격결정체계로 공정거래법과 약관규제법 위반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지금까지의 규제방식은 한계에 다다랐다. 법적 갈등의 본질은 규제의 악순환, 즉 시장원리를 도외시하고 사업자 희생을 당연시한 결과"라면서 "진입규제와 가격규제를 놓아야 하지만 단기적으로 그게 어렵다면 전력수급계획과 발전사업허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전력시장운영규칙을 원래대로 돌려놔야 한다"고 역설했다.

패널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도 서둘러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창호 전기연구원 박사는 "현행 비정상적 시스템은 미래에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전기요금부터 에너지신산업, 환경문제 등 굵직한 문제가 모두 이 시장시스템 때문에 막혀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부는)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노력이나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계약시장을 만들고, 가격을 입찰하도록 하고, 보조서비스시장을 만들어 제대로 작동시키되 조금 시차가 있더라도 시장원리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도록 노력하고, 그렇게 가는 수밖에 없다"며 "정부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본부장은 "20년 동안 전력시장을 봐 왔는데 요즘처럼 꿈쩍 않은 적을 본적 없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첨예하게 얽혀 있는데 그걸 해결할 역량이 없어 계속 누더기로 만들다가 결국 손을 댈 수 없는 지경까지 온 것"이라며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어렵다. 1~2년이 걸리더라도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근본적 변화를 위한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입규제와 가격규제 두 가지만 해결해도 지금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논리로 해결돼야 할 전력시장이 법에 의해 갈등을 해결하게 될 것이란 견해도 나왔다. 장현국 삼정회계법인 상무는 "과거 전기요금 이슈는 회계와 경제학의 영역이었는데, 요즘엔 법률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행정부가 더 이상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규제가 복잡해졌고, 요금규제 역시 더 이상 결정 못하는 영역으로 들어간 것"이라며 "이제 회계법인보다 법무법인이 일할 때가 된 듯하다. 시장의 문제를 다양한 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김성수 산업기술대 교수도 "민자석탄의 경우 소비자 요금 문제, 발전원간 원가 차이, 수급계획의 문제가 복잡다단하게 얽혀있어 근본적 타협이 어렵다. 결국 여러 문제가 법원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금이라도 현실을 똑바로 보고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한다. 국내 자원을 총동원해서 인력풀을 만들고, 지속가능한 체제를 만들어야 하며 전력거래소 역할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불분명한 규제가 전력시장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해성 장인의공간 CEO는 "항상 규제가 불분명하다보니 시장도 불확실해져 같이 꼬이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 전력시장이 잘 돌아가려면 규제가 명확하고 투명해야 하며, 정부가 할 역할과 시장의 역할을 명확히 분리하고 각각의 역할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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