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View] 정제마진 상승에 기대감 컸던 정유업계 3분기 또 ‘먹구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8.11 08:39

드라이빙 시즌 7월 7달러대 상승 정제마진 8월 들어 다시 하락세

국제유가 하락에 동반 하락·미중 무역전쟁에 환율까지 출렁 ‘긴장’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올해 초 1달러대까지 폭락했던 정제마진이 7월 들어 7달러대로 상승하며 3분기 기대감을 높였던 정유업계가 8월 다시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정제마진이 하락세로 돌아서 긴장하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이 환율전쟁으로 번지며 시름이 깊어졌다.

1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 2분기 평균 3.5달러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 후 7월 둘째주 배럴당 7.5달러로 회복했지만, 7월 넷째주부터 다시 6달러로 내려왔다. 지난 6일 기준으로는 배럴당 5.8달러까지 떨어졌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정유사는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등유, 경유 등 경질유 제품을 생산해 수익을 내기 때문에 정제마진은 정유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요인이다. 업계에서는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을 4∼5달러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정유업계는 올해 1, 2분기 기름을 내다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를 보이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대비 반토막이 났다. 에쓰오일은 지난 2분기 905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드라이빙 시즌으로 접어든 7월 정제마진이 7달러대로 상승하자 정유업계는 실적 개선의 기대감을 높이며 안도했다. 이도 잠시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원유소비 감소로 국제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섰고 정제마진 역시 동반 하락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국내 정유사는 원유를 중동 등에서 수입해올 때 거래를 달러로 하기 때문에 달러를 단기차입 등의 방식으로 30억달러 이상씩 보유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환율이 급등해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외화상환 부담도 커져 거래비용이 늘어나는 요인이 된다.

정제마진
아직은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은 웃돌고 있지만, 하반기 중국 등 석유업체들의 신규 설비 가동이 예정돼 있어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국 헝리석유화학이 최근 일평균 40만배럴의 설비를 가동한 데 이어 5월부터 저장석유화학도 일평균 40만 배럴의 시험 가동을 시작했다. 6월 말에서 7월 초 브루나이 홍이는 일평균 17만 배럴을,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는 일평균 22만 배럴의 정유설비 시험가동에 나섰다. 이들 설비는 9월에서 10월 양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정유업체 4∼5곳이 정제마진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설비 가동률을 낮추며 정제마진이 회복됐지만, 가동률 조정이 마무리되면서 정제마진이 다시 조정을 받고 있다"면서 "각국 정유사의 신규설비 가동이 이뤄지면서 아시아 지역은 또다시 과잉 공급국면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국제유가가 하반기 들어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박스권에서 횡보하고 있다"면서 "최근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감이 유가 상승에 압력을 가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유가 상승 폭이 제한됐다. 다만 미국의 금리인하를 계기로 원유 수요가 회복되면서 국제유가가 반등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대 원유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감으로 인해 원유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졌고, 미국의 대(對) 이란·베네수엘라 경제제재로 인해 해당 국가들의 산유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소직이 전해졌지만 국제유가는 하락했다"면서 "최근 국제유가가 방향성을 잃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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