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시각] 소재부품 경쟁력 확보는 원료광물부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9.23 15:46

조남찬 한국광업협회 회장

▲ 조남찬 한국광업협회 회장


올해 상반기 대일(對日) 무역적자 99억 달러 중 소재부품이 3분의 2를 차지한다고 하며, 이중 1차 금속제품 및 비금속제품이 7억2000만 달러로 85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2018년 국내 광산 금속 및 비금속광물 생산액이 약 2조원임을 고려할 때 상당한 규모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이 없는 나라이지만 어떻게 소재부품 강국이 되었을까? 일본은 일찍이 20세기 초반부터 해외 유망광산에 적극 투자해 왔으며, 광물가격 하락기에는 해외 광산을 더욱 공격적으로 확보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소재부품 기술개발에 체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일 모두 자원빈국이지만 자원 확보 및 기술력 강화를 위해 일관성 있게 지원해 온 일본과 우리나라는 사뭇 다른 길을 걸어왔다고 할 수 있다.

광물자원은 전통적인 소비 외에도 신규 수요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는 2016년 100만대 수준에 불과했으나 오는 2035년에는 1억4000만대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전기자동차 한대 제조에 필요한 구리(銅) 양은 대략 80kg으로 기존 자동차 20kg 대비 약 4배에 달하고 있으니 대체재가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수요량이 크게 증가될 것은 자명하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전기차 배터리의 주된 원료인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등도 수요량이 급증할 것이다. 

이에 더해 4차 산업의 핵심인 초지능, 초연결, 융합화 구현을 위한 센서, 반도체 등 정보 해석, 습득, 전달 분야의 핵심부품에 사용되는 광물들도 수요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화 센서에는 규소, 코발트, 티타늄, 바나듐, 탄탈륨, 백금, 주석, 지르코늄 등이 사용되고, 반도체 소재 광물로는 규소, 비소, 인듐 등이 있다. 

에너지 저장 및 공급 장치에는 지르코늄, 안티모니, 규소, 인듐, 리튬, 코발트, 망간, 니켈, 바나듐 등이 사용되고 있으며 고급 특수 모터에는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등 희토류 자석이 사용되며, 경량소재 광물로 알루미늄, 티타늄, 마그네슘 등이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광물들은 대부분 우리나라에는 부존 및 개발여건이 극도로 열악한 금속광물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용도나 사용량에 있어 더욱 중요한 비금속 광물들도 많이 부존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석회석은 제철제강, 발전, 시멘트, 제지, 농업용 등 각종 산업의 원료로 연간 9200만 톤이나 사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중 탈황, 수질정화, 산성토양개선 등 다양한 친환경 소재로 활용되는 양이 무려 1200만 톤에 달한다.

하지만 고가(高價)의 석회석 기능성 가공제품의 경우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자립화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규석, 고령토, 장석, 납석 등도 소재화 기술개발 부족 등으로 저가(低價)제품 생산에 치중돼 있다. 

따라서 핵심 소재부품 국산화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국내 광산개발에 대한 지원 강화, 광산과 연계한 소재 가공 산업 육성, 수입품 대체 시설자금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소재부품의 주원료인 금속광물의 자급도가 0.4%에 불과하고, 2018년 우리나라 생산 광산 355곳 중 매출액 50억 이하 광산이 무려 90%를 점유할 정도로 매우 영세하나, 이들 광산에 대한 국고지원 예산은 119억 원에 불과한 현실은 매우 씁쓸하다. 

또한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금속광물의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향도 더 늦기 전에 재정립돼야 할 시점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경제 민족주의와 광물자원의 부존 편재성, 유한성, 공급의 비탄력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어떤 제2, 제3의 광물이 희토류처럼 무기화가 될지 모른다. 

이러한 광물은 가격변동 폭이 상상외로 클 것이다. 많은 나라들이 심해저, 북극 및 달 등 우주에 있는 자원까지 개발하는 목표를 수립중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떠한가. 적기·적정 가격에 적정량의 광물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 및 기업의 경쟁력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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