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CT 기업 "인터넷 은행 관심은 많지만, 현재 금융 환경에서는 글쎄"
혁신 진입 장벽인 과도한 규제·까다로운 조건 완화 요구 높아져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이유민 기자] 은성수호 금융위원회의 첫 행보부터 순탄치 않다. 당장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 심사 접수가 3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굵직한 ICT 기업들의 참여는커녕 관심을 보였던 기업까지 참여를 포기하는 분위기다. 인터넷 은행 진출을 엿봤던 기업들은 입을 모아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어 은성수 신임 위원장의 결단이 중요해졌다.
19일 관련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지나친 규제가 금융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앞서 전날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금융위원회의 ‘핀테크 스케일업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후 "당국이 수행 불가능한 방안을 제시한다"며 증권업과 인터넷 은행업 포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국이 제시한 수행 불가능한 방안이란 특정 규정을 통해 나와 있는 요건이 아닌, 정해지지 않은 규정이라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핀테크 기업의 대표 인물인 이승건 대표와 신임 은성수 위원장이 처음으로 만나는 공식 석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내뱉은 ‘뼈 있는 말’에 업계는 공감하고 있다.
앞서 상반기 인터넷 은행 예비 인가 심사에서 비바리퍼블리카 컨소시엄의 ‘토스뱅크’, 키움증권과 KEB하나은행 컨소시엄의 ‘키움뱅크’ 등이 출사표를 내던졌지만, 결과는 심사 탈락이었다. 토스뱅크는 자본력이, 키움뱅크는 혁신성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당국이 키움뱅크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혁신성 역시 이 대표가 언급한 ‘정해지지 않은 규정’과 같은 맥락으로, 정성적인 부분을 끌어올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현재 키움증권의 주도하에 운영되던 키움뱅크 TF팀은 와해해 사실상 인터넷 은행 도전을 중단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 1호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 규제에 발이 묶여 자본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 역시 새로운 인터넷 은행 출범을 머뭇거리게 만드는 요소다.
비바리퍼블리카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가 불발된 신한금융은 여전히 인터넷 은행 진출에 관심이 많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대표 ICT 기업인 네이버 역시 금융 분야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인터넷 은행 진출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점이라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적극적 참여는 꺼리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과 네이버의 인터넷 은행 진출을 꺼리게 하는 원인 역시 당국의 지나친 규제와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기흥 경기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인터넷 은행 시장의 경우 규제가 상당히 많아 성장하기 힘든 환경을 갖고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된 케이뱅크의 사례가 그 대표적인 예"라며 "애초 당국이 인터넷 은행을 출범하며 그렸던 ‘금융업계 경쟁 구도 형성’과는 정반대로 카카오뱅크의 독주체제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당국을 향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규제 완화 목소리에 은성수 신임 금융위원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이달 새롭게 취임한 은 위원장의 행보가 결국 국내 인터넷 은행 시장의 흥망을 가를 수 있을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은행 출범 초기 정책이 결국 업계 성패 여부에 영향을 줄 것이다"라며 "경쟁력 있는 기업들의 참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인터넷 은행 시장이 활성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유민 기자 yumin@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