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파문에 요동치는 촛불민심...경제도, 정치도 '시계제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9.21 11:38

여야, '민생법안 뒷전' 대치 장기화...조국 청문회 예고

서울대 등 주요대학, 교수들 연일 집회...'조국 사퇴' 촉구

文대통령 국정지지도 취임 후 최저치로...국정수행 부담 우려

▲조국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


"자칫 국민 분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보며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 (2019년 9월 9일 청와대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조국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여야가 연일 조 장관을 놓고 뜨겁게 공방을 벌이면서 민생 개혁 입법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은 연일 조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 한반도를 둘러싸고 대외적인 악재가 겹치고 있지만, 조 장관의 임명 이후 대한민국의 모든 시선은 '조국 장관'에만 맞춰진 형국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것과 관련해 "일희일비하지 않고 앞에 주어진 과제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민심을 돌보는 것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해야할 주요 과제 중 '하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 서울대, 고려대, 전국 교수들도... 연일 '조국 사퇴 촉구'

▲서울대(왼쪽부터), 고려대, 연세대에서 19일 오후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


당초 여권에서는 조국 장관 임명 건을 둘러싼 논란들이 추석 연휴 이후에는 다소 잠잠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민생 개혁입법에 속도를 내는 등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행보를 이어가면 국민들 역시 그 진심을 이해하고 조 장관의 사법 개혁을 지지할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조 장관이 취임한 지 열흘이 지나도록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들은 좀처럼 가라앉질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이 조 장관 임명 건을 두고 총공세를 펼칠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나, 현 정권의 주요 지지 기반인 2030 세대 역시 조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연일 촛불을 들고 있다.

조 장관이 임명된 지 열흘 째인 지난 19일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학생들이 일제히 촛불집회를 개최한 것은 현 2030 세대들의 민심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상위권 대학인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학생들은 이날 각 대학 캠퍼스에서 초불집회를 열고 조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특히 이번 집회는 모두 총학생회가 아닌 개별 학생 주도로 진행된 점이 눈길을 끈다. 조 장관의 모교이자 직장인 서울대와 조 장관 딸이 졸업한 고려대는 앞서 3차례씩 촛불집회를 개최했고, 이번 논란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던 연세대가 촛불 대열에 합류했다. 

연세대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구성된 연세대 집회 집행부는 "조 장관이 기회의 평등함, 과정의 공정함, 결과의 정의로움이라는 가치를 훼손했다"고 지적했고 고려대 학생들 역시 "우리 대학생들은 당장 검찰 조사와 연루된 장관님의 손에 대한민국의 법, 검찰의 정의로움을 맡길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의 전, 현직 교수들도 가세했다. 전국 290개 대학 전·현직 교수 3396명은 서울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행사에 참석한 교수들은 "검찰 개혁, 검찰의 정치 개입 차단은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개혁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국민 모두의 동의를 끌어낼 때만 난제가 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국정감사도 '조국 국감' 되나...여야 대치 지속

국회도 '조국 장관'을 놓고 연일 기싸움을 벌이면서 민생개혁 규제 개혁, 신산업투자 등 각종 법안 처리에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 국정감사의 콘셉트를 '민생 국감'으로 정하고, 민생 정기국회를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조국 파면이 민생 시작"이라면서 '조국 국감'을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조 장관을 둘러싼 의혹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 수용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쟁 무시' 기조로 대응하면서 정책 드라이브를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20일 "(조국 장관의) 청문회는 다 지나갔다. 검찰이 수사하고 국회는 일하면서 민생을 돌보고 경제에 활력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조 장관 임명 이후 민심이 연일 요동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발언이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조국을 둘러싼 권력형 비리의 몸집이 커지고 복합화되고 있다"며 "국감은 결국 조국을 둘러싼 권력형 비리에 대해 진상규명을 할 수밖에 없는 국감"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도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자녀 입시비리를 전수조사하기 위한 당내 특위 구성 방침을 밝히면서 이른바 '조국 사수'에 나선 여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야 간 이런 현격한 입장차에 따라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 등을 거치면서 이른바 '조국 대치'는 더욱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文대통령, 국정지지도 취임 후 최저치...조국 임명 여파 어디까지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도 '직격탄'을 맞았다. 여권의 주된 지지기반을 형성해온 중도층, 청년층이 조 장관 임명 이후 크게 흔들리면서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취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돼지 열병 피해 최소화, 일본 수출규제, 국내 산업 생태계 개선 등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지지도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나 민심을 돌보고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역시 문 대통령 및 청와대, 정부가 해야할 일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 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국정 수행에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와대 내 일각에서도 애초 예상보다 조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장기화하면서 국정운영 전반에서 힘이 빠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리얼미터는 19일 tbs 의뢰로 지난 16∼18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07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 자세한 조사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고)한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지난주보다 3.4%포인트 내린 43.8%로, 리얼미터 조사를 기준으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튿날인 2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설문결과 (지난 17∼19일 전국 유권자 1000명 대상,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조사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고)에서도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직전 조사인 9월 첫째 주보다 3%포인트 하락한 40%로 집계됐다.

한국갤럽의 조사내용을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긍정 38%·부정 47%)와 학생(긍정 30%·부정 53%)도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더 높은 상황이다. 조국 정국을 거치며 이들 세대가 가장 민감해하는 입시비리 의혹이 불거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지층 하락세를 촉발한 가장 큰 원인은 조 장관 임명 문제인 것으로 조사결과 나타났다. 
  
조사에서 부정평가자들이 꼽은 사유 1위가 '인사 문제'(29%)였고 3위가 '독단적·일방적·편파적'(10%)으로 나타나 조 장관 임명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갤럽은 분석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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