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괜찮다더니" 안보리 카드 택한 美…대북압박 나서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2.10 13:4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다가오면서 북미 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2년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청했다. 미국은 그동안 북미 협상 국면에서 안보리 차원에서의 대응을 자제해왔지만 북한이 최근까지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밝히는 등 도발 수위를 높이자 ‘안보리 카드’로 대북 압박 강화에 나선 것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과 도발 확대를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오는 11일(현지시간) 열 예정이다.

앞서 안보리 유럽 이사국들은 ‘세계 인권선언의 날’인 10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토의 개최를 요구한 상태다. 이번 달 안보리 순회 의장국을 맡고 있는 미국은 그러나 10일 인권토의 대신 날짜를 하루 늦췄다. 토의 주제도 북한의 미사일 문제 등으로 논의하는 쪽으로 바꾸면서 더욱 강력한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회의를 공개회의로 진행하기로 알려진 점도 주목할 만 한다.

또 미국의 안보리 회의 소집은 그동안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문제 삼지 않았던 기존 태도와 상반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은 명백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을 위반하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되자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논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또한 그동안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최근 두 달 가량 유엔 안보리가 유럽 이사국의 요청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과 관련해 수차례 비공개회의를 열었지만, 유럽 국가들이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는 선에서 그쳤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유화적인 태도는 북한이 지난 8일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밝히자 반전되기 시작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남북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동창리 발사장을 영구 폐쇄하기로 약속했지만 이후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가 정체되면서 발사장 주변 의심스러운 움직임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특히 북한이 자체적으로 규정한 비핵화 협상 시한인 연말이 다가오면서 최근 동창리 발사장의 새로운 활동은 더욱 명확하게 포착됐다.

북한이 실시한 ‘중대 시험’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위성 발사를 위한 우주발사체(SLV)에 필요한 고출력 신형 엔진시험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본 교도통신은 북한이 언급한 시험 내용이 불명확하지만 ‘엔진 연소 실험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관련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트럼트 대통령은 곧바로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비핵화 약속 이행을 요구한 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전 세계가 이 사안에 통일돼 있다"고 말했다.

국무부 대변인도 안보리에서 북한 문제 논의를 추진한 배경과 관련해 "한반도의 최근 사건들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 안보리 이사국의 대표들과 가진 오찬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백악관에서 안보리 이사국의 유엔 주재 대사들과 오찬을 했고, 백악관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비핵화에서부터 아프가니스탄 평화협상에 이르기까지 국제적 도전과제들을 다뤄가기 위해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6일 안보리 운영계획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모두가 13차례 미사일 공격,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매우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다소 이례적으로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아울러 북한이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을 펼치는 등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는 점 또한 미국이 국제사회를 통한 대응에 나서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미 강경파로 알려진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는 조선에 대하여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다"며 "우리는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렇듯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여서 또다시 ‘망령든 늙다리’로 부르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간다면 나는 트럼프에 대한 우리 국무위원장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도 김영철 위원장의 담화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심기를 점점 불편하게 할 수도 있는 트럼프의 막말이 중단되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이어 "그가(트럼프) 먹을 먹었다"면서 "트럼프는 몹시 초조하겠지만 모든 것이 자업자득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며 더 큰 재앙적 후과를 보기 싫거든 숙고하는 것이 좋다"고 경고했다.


◇ 美 ‘안보리 카드’, 북한에게 부담으로 적용

▲8일 서울역 대합실의 TV 뉴스화면에 전날 북한의 '서해발사장 중대 시험'과 관련한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


이렇듯 북미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안보리 카드’를 통한 국제사회 차원의 대응은 북한에게 큰 부담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 소집은 북한이 전력적 도발에 나설 경우 향후 안보리의 추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포괄적 의미도 담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더해 오는 11일 안보리에서 북한의 미사일과 도발 관련 문제가 논의되면 단순 ‘구두 경고’를 넘어 ‘실질적 대북 압박’에 들어갈 수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돼 연말을 앞두고 북미가 강대강 대치로 치닫는 형국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 돌입한 이후 북한의 핵실험·ICBM 발사 중단을 주요 외교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최근 들어 북미 관계에 긴장이 고조되자 재선을 위해선 대북성과를 반드시 이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아울러 이번 회의에서는 북한의 최대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에 동참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최대 무역국으로 꼽히는 만큼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도발확대에 대해 미국과 동조할 경우 대북제재 강화 차원으로 북한의 대(對)중 무역의존도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가 이달 초 내놓은 ‘북한 무역 10대 국가와 품목 추이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17.3%(금액 기준)에서 작년 91.8%로 5.3배 급증했다. 한국의 경우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2016년부터 작년까지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0%에 그치는 등 북한과의 교역이 완전히 끊긴 상태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면서도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미국의 선제적 조치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북한은 과거에도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고자 위성 발사를 내세워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해왔다. 특히 북한은 2012년 미국과의 ‘2·29 합의’를 통해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시험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식량 지원을 약속받았지만 40여일 만에 ‘은하 3호’ 위성을 장거리 로켓으로 쏘아 올린 전력이 있다. 당시 미국은 "북한이 약속을 어겼다"며 ‘2·29 합의’ 파기를 선언했지만, 북한은 "미사일을 쏘지 않았으니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는 억지 주장을 폈다.

북한은 지난 2016년 2월 7일 장거리 로켓 ‘광명성호’를 이용해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를 발사하기도 했다. 당초 유엔 안보리는 곧바로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한 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안보리 결의를 채택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우방인 중국도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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