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숙의 눈] 동북아 가스허브 ‘꿈은 이루어진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2.05 12:32

[김연숙의 눈] "꿈은 이루어진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써 내려갔던 2002년의 함성 중에서도 유독 아직까지 귀에 남는 문구다. 아무리 실력 차이가 나더라도,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더라도, 꿈을 꾸고 노력한다면 해 내지 못할 것이 없다고 격려해 주는 것만 같다.

"그래, 꿈은 이루어진다."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위로를 받은 이가 비단 기자만은 아닐 터.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꿈을 말하지 않는다. 불공정과 혐오가 판치는 세상에서 꿈을 이야기 하는 자는 몽상가로, 철부지로 치부되고 오히려 신뢰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곤 한다.

그러한 꿈일진대, 최근 가스산업을 논하는 자리에 수차례 이 ‘꿈’이 등장해 화제다. 바로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동북아 가스허브 구축의 꿈’이다.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 중 하나임에도, 가스허브 구축은 여전히 우리에겐 꿈인 듯싶다.

그나마 달라진 점은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그 꿈은 이제 우리에게 필연’이라고 강조한다는 점이다. 가스허브 구축은 비록 아직까지는 우리에게 꿈이지만, 언젠가 반드시 실현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일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꿈과 필연, 에너지 산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 마구 뒤엉킨다. 어찌 보면 그 만큼 실현가능성이 부족하다는 의미겠다.

사실 동북아 가스허브 구축 계획은 10여 년간 논의가 이어왔다. 과거에도 실제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나선 기업이 있었고, 현재 사업을 진행 중인 기업도 있다. 하지만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이다.

가스허브를 통해 거래될 수 있는 적정 규모의 가스 수요가 있는 지 없는 지를 따져보는 일은 차치하더라도, 너무나도 큰 지정학적 한계와 제약이 존재한다. 허브를 구축해 가스를 자유롭게 거래하기 위해서는 저렴한 가스조달이 필수인데, 사실상 섬나라인 우리나라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저렴한 가스(PNG)를 공급받는 일은 요원하다. 제3국으로의 수출(재판매)을 겨냥하더라도 우리는 생산국도 아닐뿐더러,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독특한 산업구조도 극복해야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에너지 협력과 가스허브 구축의 꿈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전문가의 말처럼 적어도 "우리가 가스허브를 실패하는 이유는 자원빈국으로서의 패배의식 때문"이라는 비판을 듣고 싶은 이는 없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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