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유류세분 카드수수료 소송’ 대법원 가는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2.26 13:37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주유소 카드 가맹점 가입과 유류세분 카드 수수료는 법적으로 강제되어 있다. 최근 A사(원고)는 1, 2심 재판부가 이같은 법리를 오판했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원고는 2018년 4월 서울중앙지법에 유류세 징수과정에서 주유소들이 부당하게 부담한 카드수수료에 대해 국가(피고)가 상환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는 현행 유류세 납부 구조는 정유사와 주유소의 자유로운 계약을 통하여 형성된 것으로 이 과정에서 피고가 개입하였거나 강제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주유소 카드 가맹점 가입 또한 법적 강제가 아니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유류세는 간접세로 납세의무자는 정유사지만 담세자는 최종 소비자다. 그런데 원고는 단순히 거래 과정에 포함되어 있을 뿐 어떠한 법적·계약적 징수의무가 없음에도 석유류 유통과정에서 유류세 징수사무를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더 나아가 기름 값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분 카드수수료까지 부담하고 있다.

원고가 사실상의 국세 징수대행 사무를 맡게 된 것은 정유사에 유류세를 포함한 구매물량 전부에 대한 대금을 선 지급하고, 유류를 공급받는 구조에서 기인한다. 원고는 사실상 피고가 설계한 유류세 징수과정 때문에, 매출분이 아닌 유류세분 카드수수료까지 부당하게 카드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 현행 주유소 카드수수료는 1.5%이지만 사실상 3%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유류세 선납에 따른 금융비용, 유류의 재고유지 기간 동안 유류세에 대한 금융비용, 카드사로부터의 유류세분 지연 입금에 따른 금융비용까지 지출하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류세분 카드수수료는 이제 원고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다.

이런 상황은 국내 모든 주유소가 처한 현실이다. 2016년 우리나라 산업 평균 당기 순이익률은 5.69%였으나 원고가 속한 석유대리점의 당기 순이익률은 1.1%에 불과했다. 주유소 업종의 총자산수익률을 따져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주유소를 한 개 운영하는데 약 20여억원을 투자하였다면 총자산대비 수익은 80만원(20억원X 0.04%)수준에 불과하다. 타 업종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대부분의 석유대리점 및 주유소들은 심각한 수준의 경영상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이다.

국내 주유소가 어려워진 것은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에 이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다. 이러한 여파로 주유소의 휴·폐업은 증가하고 있으며, 주유소들은 생존을 위해 인력 및 영업시간 단축, 비용절감 등에 나서고 있다. 2020년 1만2800개에 이르던 주유소는 지난해 말 현재 1만1500개로 1300개가 감소하였으며, 반면에 셀프주유소는 3875개로 전체 주유소의 34%를 넘어섰다. 일본의 셀프주유소 30%를 능가한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유류세 거래구조는 정유사와 주유소의 자유로운 계약을 통해 형성된 것으로, 이 과정에서 피고가 개입하거나 강제했다 보기어렵다고 주장한다. 이어 원고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부담하게 된 것은 피고의 개입 없이 원고와 신용카드회사 사이에 체결된 계약에 따른 것이라 주장했다. 더 나아가 원고가 거래 편의, 신용거래로 인한 매출기회 확보, 다양한 마케팅효과 등 사정을 고려하여 스스로 신용카드 가맹점에 가입했다는 것이다.

1, 2심 재판부는 이러한 피고의 주장을 근거로 판결을 했으나, 이는 분명 잘 못된 법리해석이다. 피고는 조세 확보를 위해 여신전문금융업법 등 관계법령을 통해 신용카드사용을 장려했고, 신용카드 가맹점에게는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과했다. 피고는 소득세법을 통해 신용카드가맹점 가입을 지도하도록 규정하고, 조세범처벌법을 통해서는 행정지도에 따라 신용카드 가맹점 가입을 하지 않은 사업자를 처벌하고 있다. 원고 등 석유판매업자는 신용카드 가맹점 의무가입자이며, 의무가입하지 않으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피고는 카드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사실의 문제에 불과할 뿐 법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불가하다. 주유소가 소비자에게 카드수수료를 전가하는 것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를 위반하는 것이다.

원고가 유류세분 카드수수료 소송에서 대법원까지 가는 이유는 원고에게 특별한 혜택을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원고 등 주유소 운영자들도 여느 국민과 다를 바 없다. 다만, 유류세 징수과정에서 사실상의 법적 강제로 인해 국가를 대신하여 부당하게 부담하고 있는 유류세분 수수료에 대해 제도적 해결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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