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
지난 19일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보고 있는 중소상공인과 취약계층 등을 지원하고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50조원 규모의 추경 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소상공인의 긴급 경영자금에 대한 신규지원을 12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5조5000억 원을 가지고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특례 보증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금융권의 대출 원금의 상환만기도 연장하고 대출이자의 납부를 유예해 주며, 영세 소상공인들의 대출도 전액 보증하는 프로그램을 신설한 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반화되면서 서민 경제가 초유의 위기에 직면한 점을 감안해 볼 때 현 정부의 불가피한 선택임은 분명하다. 또한 줄도산에 직면한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국고를 통해 지원하는 것 역시 헌법 제76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로부터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긴급한 조치로 이해된다. 다만, 아무리 목적이 정당해도 수단과 방법이 적절치 못하면 긴급조치로 인한 모든 부담을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점이다.
지난 해 12월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0년 국가예산은 512조2504억 원 규모로 전년도 본예산(469조6000억원)보다 42조7000억원(9.1%) 증가한 초 슈퍼 예산이었다. 여기에 이번에 더해진 추경 50조 원을 더하면 전년대비 약 12% 정도 예산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예산증가율 10.6% 보다도 훨씬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추경으로 인해 국가채무가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통계자료를 분석해 보면 올 해 예산규모가 42조원 정도 증가했음에도 적자 국채발행규모는 전년 대비 약 2배인 약 60조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추가로 이번 추경을 위해 한국은행이 리더십을 발휘해 50조원 상당의 재원을 책임지게 되면 국채발행규모는 올해만도 약 110조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오게 된다. 즉, 국채발행규모가 전년대비 약 3.5배 증가한 것으로서 국민들의 부담 역시 그 만큼 급증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이번 추경예산 50조원을 진정 서민경제의 위기 극복을 위한 곳에만 사용하지 않으면 대국민 배임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핑계로 추경예산을 4·15 총선용으로 남용하려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구체적인 지원요건보다는 지원대상을 중심으로 대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모든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신규지원, 보증지원, 대출전액보증 프로그램 신설 등에 대한 언급이 이에 해당한다. 묻지마식 선거용 현금살포라는 비판도 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약 17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239.1%에 달하고 있는 일본의 국가부채비율을 감안해 볼 때 약 40%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여건상 문재인 정부가 추경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도 조금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국가부채란 우리의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 책임이라는 점에서 위정자들은 이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 국가부채의 증가란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미래세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기성세대의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문재인 정부는 이번 추경이 선거용 현금살포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이미 검증된 소득지원 제도를 활용하는 세부적인 계획을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기초생활보장제도, 근로장려세제, 일자리안정자금, 중소기업신용보증제도 등의 적용요건을 완화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재원조달계획을 제시하는 것 등이다.
경제부총리는 2차 추경의 가능성도 시사한 바 있다. 기성세대의 도덕적 해이라는 불신을 제거하려면 보다 책임감 있는 추경 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