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수소·LNG 벙커링·화물차 통해 성장발판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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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 시대, 브릿지연료로서 천연가스의 역할이 증대하고 있다. (사진은 한국가스공사 천연가스 공급배관.) |
[에너지경제신문 김연숙 기자] 셰일 혁명과 기후변화 대응에서 촉발된 에너지 시장의 지각변동으로 국내외 에너지 산업 환경도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석탄, 석유 등 화석에너지에서 천연가스,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로의 에너지 대전환은 전 세계로 진행되고 있다. 급변하는 에너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새로운 혁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최근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가스의 역할(The Role of Gas in Today’s Energy Transitions)’ 보고서에서 가스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석탄 등에서 가스로 에너지원이 전환되면서 감축된 이산화탄소 총량은 2011~2018년까지 약 23억 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중국 등 세계 강대국들은 이미 에너지 전환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으며, 메이저 에너지 기업 또한 사업영역을 천연가스 시장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기존 화석에너지에서 친환경에너지로 전환되는 과도기를 거치는 지금, 가교역할을 하는 브릿지연료로서 천연가스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천연가스는 액화과정에서 분진, 황, 질소 등이 제거되어 연소 시 공해물질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청정연료로 환경보전에 크게 기여하는 친환경 에너지이다. 공기보다 가벼워 누출되어도 쉽게 날아가며 발화온도가 높아 폭발 위험이 적어 안전하다.
천연가스는 연탄, 석유 등 타 연료에 비해 열효율이 높고 냉난방은 물론 자동차, 유리, 전자, 섬유 및 금속처리 산업 등에 다양하게 이용된다. 특히 배관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별도 수송 수단이나 저장 공간이 필요 없고 모든 가스기구에 다용도로 사용되는 편리한 에너지이다.
국내 천연가스 공급을 담당하는 한국가스공사(사장 채희봉) 또한 명실상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천연가스 생산·공급 능력을 갖춘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특히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방향에 발맞춰 수소·벙커링·LNG화물차 세가지 축으로 하는 다양한 미래 신사업을 펼쳐 나가고 있다.
◇ "친환경 수소경제사회 주도"
가스공사는 수소경제사회를 선도할 최적의 기업이다.
에너지 전문기관들의 전망에 따르면 초기 수소경제 시대는 천연가스 개질방식인 추출수소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천연가스를 고온·고압의 수증기로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가스공사는 전국으로 연결된 4908km에 달하는 가스배관과 전국 거점에 위치한 공급관리소 411개소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활용한 수소의 생산과 운송이 가능하다.
지난해 4월 가스공사는 수소산업 선도국가로 도약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위해 ‘수소사업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총 4조7000억원 을 투입해 수소 생산·공급·유통과 기술개발 등 수소산업의 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공공기관으로서 선도적 투자를 펼쳐 수소경제 활성화를 견인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가스공사는 30여 년에 걸친 안전하고 안정적인 가스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천연가스와 유사한 물성을 가진 수소에 대한 설비운영, 안전관리에 주도적 역할이 가능하다. 천연가스 인프라를 활용, 수소 생산·공급·유통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구축할 수 있어 이를 통해 초기 수소경제 활성화의 기반을 다지는 데에도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가스공사는 국내 수소생산을 위해 2030년까지 25개소의 수소생산 시설 구축과 생산시설 대형화를 통한 제조원가 인하를 위해 적극 노력할 방침이다. 그 시범 단계로 지난 1월 부산경남지역본부 사옥에서 ‘김해 제조식 수소충전소’ 착공식을 가졌다.
김해 제조식 충전소는 가스공사와 김해시가 맺은 협약에 따라 부산경남지역본부 부지에 구축한다. 오는 8월 준공 예정이다. 수소 제조 및 출하설비도 설치, 내년 8월부터는 운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튜브트레일러 500대와 수소 배관망 700km을 구축해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5대 거점도시 광역권을 중심으로 효율적인 수소운송 인프라 마련에도 나선다.
지난해에는 가스공사는 10여개 기업·기관이 참여하는 수소충전소 설치·운영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주도적으로 추진, 이를 통해 2022년까지 수소충전소 100개소를 구축하는 등 수소충전 인프라 기반도 마련할 계획이다.
수소 대중화를 위해서는 가격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kg당 9000원대인 가격 수준을 2030년에는 4500원 수준으로 낮추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해외에서 저렴하게 생산된 수소를 수입하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부생수소 확대, 대량 운송을 통한 운송원가 절감 등 다양한 방법들을 검토 중이다.
현재 수소산업 기술개발 수준은 상용화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이에 가스공사는 수소산업 기술 자립을 목표로 2030년까지 약 3000억 원을 투자해 전 밸류체인에서 기술 자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천연가스 개질기술의 국산화, 탄소 포집과 자원기술 개발, 수전해 기술 연구 등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전 분야에서 단계별 기술개발 로드맵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선진국 수준의 수소산업 안전관리 체계를 확립하고 안전 관련 국제표준 선도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가스공사는 수소경제를 선도하기 위해 일찌감치 관련 법령을 손봤다. 공사의 사업범위에 수소사업을 포함시키는 법률 개정안 통과를 마쳤고 정관 개정까지 끝냈다. 이를 통해 수소산업 육성의 주체로서 가스공사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한편, 사내 수소사업 조직도 확대·개편했다.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은 "우리나라가 미래 저탄소·친환경 수소에너지 시대를 이끌어나갈 수 있게 가스공사의 수소사업 로드맵을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가스공사는 민간 부문과 적극 협력해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수소 제조·공급·유통 및 기술개발 등 수소산업의 전 과정에 적극 참여하여 수소에너지 중심의 친환경 에너지 대전환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LNG벙커링·화물차 등 친환경 수송용 연료전환에 앞장
가스공사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LNG 벙커링과 화물차 등 수송용 연료전환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천연가스를 액화시킨 LNG(Liquefied Natural Gas)를 수송용 연료로 공급해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해운 규제로 평가받는 IMO 2020이 올해 본격 시행됐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모든 선박연료의 황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이하로 규제키로 결정했다. 이처럼 선박 배출가스에 대한 규제가 점점 강화되는 추세에서 선박연료로 LNG를 공급하는 ‘LNG 벙커링’이 친환경 신사업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LNG 벙커링은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이 항만에 접안하면 즉시 LNG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기존 선박용 연료 대비 황산화물(SOx)과 분진 배출은 100%, 질소산화물(NOx) 배출은 15~80%, 이산화탄소(CO2) 배출은 20%, 미세먼지는 91%까지 줄일 수 있다. 선박용 국제환경기준을 충족하는 친환경 연료로 평가받는 이유다.
국내 LNG벙커링 수요도 2022년 연간 31만 톤, 2030년 연간 136만 톤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가스공사는 LNG를 저장기지에서 벙커링 선박으로 선적하는 LNG 선적설비를 통영기지에 구축·운영 중이다. 1월에는 아시아 최초 LNG 벙커링 선박인 SM JEJU LNG 2호가 인도돼 STS(Ship To Ship) LNG 벙커링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가스공사는 국내 교통·수송 분야 미세먼지 배출의 68%를 차지하는 경유 화물차 연료를 LNG로 대체해 육상 대기 질을 개선하는 ‘LNG화물차’ 사업도 펼치고 있다.
가스공사는 타타대우 상용차·한국천연가스수소차량협회와 사업 추진을 위한 플랫폼을 구성해 고마력(400마력) 대형 트랙터를 제작, 시험운행을 진행했다. 운행 결과 LNG화물차가 경유대비 미세먼지(PM) 100%, 질소산화물(NOx) 96%, 이산화탄소(CO2) 19%의 오염물질 저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차 사업자의 운영 수익성도 확인됐다.
가스공사는 고마력, 장거리 운행이 가능한 LNG화물차가 대형화물차로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LNG화물차 6만대를 보급하고 이를 통해 120만톤 규모의 천연가스 판매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LNG화물차를 6만대 보급하면 연간 미세먼지 1453톤, 질소산화물 2만 1920톤을 저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중대형 화물차, 청소차, 건설 중장비, 버스 등으로 천연가스 차량 보급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채희봉 사장은 "미세먼지 문제해결에 기여할 LNG 벙커링·화물차 등 다양한 친환경 연료전환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공사의 미래 혁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성공적인 친환경 에너지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