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순의 눈] 사회적 거리두기, 게임에 가까워질 기회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4.09 12:28

정희순 산업부 기자. hsjung@ekn.kr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오락가락’ 대처로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에 대해 "증거가 없다"며 유보적 입장을 내놓더니, 최근에는 "일반인이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용하면 물량 부족을 야기해 정작 마스크가 필요한 의료진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Pandemic) 선언도 전세계 확진자 수가 12만 명이 넘어간 뒤에야 이루어졌다. 중국 우한에서 최초 확진자가 발생했는데도 WHO는 중국의 대응을 칭찬한다는 궤변을 늘어놨다. 이런 탓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급기야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WHO에 묻겠다며 자금 지원 중단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최근 게임업계도 WHO의 말바꾸기 대응을 제대로 목도(目睹)했다. 지난해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WHO가 최근에는 게임이용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서다. WHO가 지난달 말 시작한 ‘플레이 어파트 투게더(#PlayApartTogether)’ 캠페인은 집에서 게임을 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업계는 180도 달라진 WHO의 시선에 다소 황당해 하면서도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기회가 되진 않을까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국게임학회는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WHO가 뒤늦게나마 게임의 가치를 인식하고 게임산업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을 환영한다"면서 "지난해 WHO의 게임 질병코드 도입으로 전 세계 게임산업이 상처를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게임이 코로나19 극복에 보탬이 된다면 산업계가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WHO를 향한 세계인의 신뢰는 이미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게임이 질병이라던 WHO의 주장은 이미 힘을 잃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공연과 전시, 스포츠 경기, 행사 등 모든 것이 멈췄다. 찬란한 봄꽃도 외롭기만 하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놀이공간은 게임일지 모른다. 지금은 정부가 나서 ‘플레이 어파트 투데더’ 캠페인을 장려해야 할 때가 아닐까. 청소년의 PC방 출입만 금할 것이 아니라 그 해법도 내놓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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