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경제 전문가들이 21대 국회의 최우선 정책 과제로 규제 혁신과 노동시장 개혁을 꼽았다고 한다. 특히, 규제혁신에 대해서는 73.4%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12일 제25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선도형 경제’, ‘포스트 코로나’ 등을 언급하면서 규제 혁파 의지를 표명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다.
그러나 정작 규제혁신 내지는 규제혁파가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 해도 수차에 걸친 대통령의 규제개혁 언급이 있었지만 실천된 것은 몇 건 안 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책임이 문대통령이나 여당에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비난이 현 정부와 여당에게 쏠리는 이유는 노력만 하면 실천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민의 대의자이다. 이는 국민들로부터 국민들을 위해 충실하게 직무를 수행할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규제혁파의 실천방안이다. 규제혁파는 문재인 정부는 물론이고 여야 모두 공히 정책으로 제시했던 과제이다.
그럼에도 실천하지 못하고 매번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전락했던 이유는 규제의 본질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선, 모든 규제에는 이익을 보는 자와 불이익을 당하는 자가 상존한다. 규제와 관련해 수혜자는 크게 세 가지 주체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정치권·정부·국민이 바로 그것이다.
문 대통령과 전문가들이 말한 규제혁신 내지는 규제혁파가 구체적으로 누구의 규제이익을 혁신 내지는 혁파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국민의 규제이익을 가능한 한 혁신 내지는 혁파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는 한다.
그러나 규제혁파라는 말 속에는 대통령과 정치권의 강력한 의지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이에는 누군가의 규제이익이 대대적으로 축소 내지는 철폐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창의적 사고와 끊임없는 도전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될 수 있도록 규제 혁파 등 제도적 환경 마련"이라고 한 말의 의미는 정치권과 정부가 누리는 규제이익을 대폭 축소하거나 철폐하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 여당이 추진했다가 실패하고 21대 국회로 넘어온 법률 제·개정안의 상당수가 정부의 규제이익을 강화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어서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 즉, 새로운 규제를 만들고 이를 위반한 경우 행정벌은 물론이고 형사벌, 심지어는 징벌배상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들이 줄줄이 21대 국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민의 다수가 현 정부와 여당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어떠한 말을 하더라도 국민들이 용인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있다. 정치권이 인기영합주의에 빠져 국민들을 갑과 을로 구분하고 소수에 속하는 집단에 대한 정부규제를 강화하는 법률의 제·개정이 대세를 이루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매우 암울해 진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21대 국회는 인기영합주의보다는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책임있는 국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회 스스로 규제이익을 축소하는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정부부처의 정책감사수단으로 전락한 국정감사권을 회계감사로 제한하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만 수혜자가 된 규제들을 발굴하여 이를 완화하거나 철폐하는 법개정 작업이 뒤 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 중 갑과 을 모두의 창의성과 역동성을 통제하는 정부규제를 우선적으로 선발하고 혁파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이런 작업만 선행된다면 국민들 간에 발생하는 규제차익 문제는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 부디 21대 국회는 스스로 규제혁파를 실천하는 최초의 대한민국 국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