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환 농협은행장의 포부…코로나 속 디지털·글로벌 '잰걸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7.08 16:12

"디지털 휴먼뱅크" 각오…데이터금융 등 디지털전환 박차

미얀마 양곤사무소 설립 인가로 경색된 해외 사업 물꼬

▲손병환 NH농협은행장.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NH농협은행을 새로운 디지털 휴먼뱅크로 만들겠다."

손병환 NH농협은행장이 지난 3월 26일 취임 당시 내건 포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해 취임식을 생략하고 조용히 임기를 시작한 그는 그의 말처럼 디지털 강화에 방점을 둔 100여일의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19 혼란 속에서도 디지털 성과를 하나 둘 내기 시작하며 농협은행을 디지털 금융회사로 변모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또 지난달에는 미얀마 양곤사무소 설립 최종인가를 받으며 코로나19로 경색됐던 해외 진출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손 행장은 취임 후 디지털 전환에 집중한 100일의 행보를 보였다. 손 행장은 지난 3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농협은행은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 때부터 디지털 전환에 본격적으로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 행장의 바통을 이어 받은 손 행장은 2015년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 부장을 맡는 등 디지털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 농협은행이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을 이끌 적임자란 평가가 나왔다. 

손 행장 취임 후 농협은행은 무엇보다 ‘데이터금융’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오는 8월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데이터경제의 문이 열리는 만큼 미리 철저한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2월 핀테크 기업인 뱅크샐러드와 데이터기반 금융상품·서비스 제공을 위한 협약을 맺으면서 데이터금융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후 지난달에는 농협은행과 농협금융지주 금융계열사로 이뤄진 농협 컨소시엄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마이데이터 실증 서비스 지원 사업 사업자로 선정되며 관련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농협은행이 개발하는 것은 개인의 금융·비금융 데이터를 스마트폰 개인정보 저장소에서 관리하고, 이를 기업에 공유하는 개방형 플랫폼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개인은 보상받고, 기업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도 강화한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태평양, 헥슬란트와 개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공동대응을 위한 컨소시엄을 출범했다. 2021년 3월 개정 특금법이 시행된다면 디지털자산의 제도권 진입이 가시화돼 디지털자산 확대와 관련 상품·서비스 연구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또한 농협은행이 중점을 두고 있는 디지털 기술이다. 지난 2월에는 SK텔레콤과 함께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ID 기술을 적용한 모바일 사원증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이날 컨소시엄에 참여한 농협은행은 디지털자산 관리를 위한 커스터디 서비스, 블록체인 보안 등 다양한 디지털자산 분야에서 신규 사업 모델을 함께 연구하기로 했다. 이에 관한 연장성으로 이달 1일에는 개정 특금법 대응 온·오프라인 컨퍼런스를 열고 디지털자산 쟁점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도 가졌다. 

최근의 손 행장 디지털 키워드는 ‘변화’로 압축된다. 농협은행은 지난 1일 신임 디지털금융부문장(CDO·부행장)으로 외부인사인 이상래 전 삼성SDS 상무를 선임해 화제가 됐다. 농협은행이 디지털금융부문장을 외부에서 발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의 관행을 깨고 과감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이 부문장은 삼성SDS에서 솔루션컨설팅팀장, 데이터분석사업팀장, 디지털마케팅 팀장 등을 지낸 디지털 전문가다. 농협은행 측은 "외부 디지털 전문가를 영입해 코로나19 사태로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디지털 신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고 선임 배경을 말했다. 

디지털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도 이날 단행했다. 데이터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디지털금융부문에 데이터사업부를 새로 만들었다. 기존에 있던 빅데이터전략단은 폐쇄하고 데이터사업부로 관련 업무를 모두 이관하는 등 데이터사업부에서 데이터 업무를 총괄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데이터 3법 개정에 따른 금융환경 변화에 원활해 대응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손 행장은 디지털과 함께 해외 부문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해외 부문의 경우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전 은행권이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농협은행은 지난달 29일 미얀마 양곤사무소 설립을 위한 최종 인가를 획득했다. 지난해 8월 인가신청서를 제출한 후 약 10개월 만의 성과다. 

농협은행은 해외 진출 후발주자인 만큼 해외 네트워크가 다른 은행에 비해 부족하다. 현재 총 6개국에 총 7개 해외점포를 두고 있다. 이에 2017년부터 농협금융지주 차원에서 중장기 해외 전략방향을 설정해 추진하고 있는데, 진출국 특성에 맞는 사업전략을 설정해 실행한다. 손 행장의 경우 지난해부터 행장 취임 전까지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과 농협은행 글로벌사업부문장을 겸임한 만큼 농협은행의 해외 사업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농협은행은 올해 홍콩, 호주, 중국, 베트남, 인도, 미얀마 6개국에서 6개 인가 프로젝트를 수행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이번 미얀마 사무소 설립 최종 인가 획득에 성공한 것을 계기로 해외 사업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만의 해외진출 특화사업모델을 수립해 농협의 농업금융 노하우 등 핵심역량을 접목한 특화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현지 특화 사업모델을 발굴해 상호 도움이 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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