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탈원전 쐐기?...'탈핵론자' 김제남 靑수석 내정에 원전업계 '긴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8.12 16:39

월성1호기 폐쇄 감사·정치권 논란 가열에도
당초 '탈원전' 강행 의지 해석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인사에서 김제남 기후환경비서관을 새 시민사회수석 승진 내정하자 원자력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번 인사를 통해 국정 후반기에도 에너지전환 추진의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자력 업계가 일말의 기대를 가졌던 신한울 원전 3, 4호기 건설 재개 및 에너지 전환 정책의 속도조절 등이 물거품될 수 있다는 실망감을 벌써부터 나타내고 있다.

12일 정치권 안팎의 분석에 따르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원 감사, 정치권의 ‘탈원전’ 공방 가열 등의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이 김제남 비서관을 새 시민사회 수석으로 발탁한 것은 정부의 에너지산업 정책에서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내정자는 오랫동안 시민사회 운동 등을 통해 대표적인 탈핵·탈원전 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집행위원회 위원장,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 대표의원, 정의당 탈핵에너지전환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으로 일했다.

특히 19대 국회에서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폐쇄, 신규원전 취소를 주장했다.

원자력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관련 "대통령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인사,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번 인사는 기존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업계가 최근 여러 정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변화가 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 섞인 전망도 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번 인사를 보고 이 정부에선 에너지 정책 변화의 기대를 더이상 갖지 않는다"고 밝혔다.

야권에서는 월성1호기 감사원 감사를 둘러싸고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김 내정자를 중용한 것은 협치에 어긋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채익 미래통합당 의원은 "청와대와 여권이 총동원돼서 감사원장을 무차별적으로 때려대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협치’가 아니라 ‘폭치’의 절정"이라고 꼬집었다.

▲김제남 청와대 새 시민사회수석 내정자가 지난 2016년 정의당 국회의원 당시 정의당의 20대 총선 탈핵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한편 김 내정자는 19대 의원 시절 이명박 정부의 4대강·자원외교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국회 국정조사 또는 청문회 추진을 요구했다.

김 내정자는 당시 "자원외교로 큰 손실을 본 에너지 공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국민연금을 동원하려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묻지마 투자’로 생긴 공기업 부채 해결을 위해 공적연금을 동원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자원외교 설거지를 위해 국민의 미래를 저당잡는 일"이라고 독설했다.

또 "자원외교 국정조사의 본질은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의 실패 상을 명확하게 진실규명하고 책임을 지우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전 정부, 역대정부 측근 또는 그 당시 자원외교 책임자라고 하는 사람들의 이름까지 들먹이면서 이번 국정조사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 시절에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강물은 녹조 범벅이 되었고, 상수원들의 오염이 심해지며 총트리할로메탄 등의 발암물질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한 강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농어민과 수상레저업자들의 피해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제 보를 허물고 4대강을 재자연화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내정자는 이제 입장이 바뀌어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및 환경 관련 정책에 대한 야권의 공세를 막아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현재 야권에서는 여권이 태양광 발전을 지나치게 밀어붙인 게 최근 장마 기간 잇따른 산사태를 불어왔다며 태양광을 포함한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 전반에 대해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채익 의원은 "자원외교나 4대강, 탈원전 등 에너지·환경 정책은 국가 백년대계인데 단임 정부가 판단해서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여당 또한 현 정부의 탈원전, 태양광 등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미래통합당의 국정조사 제안을 받아들여 현 정부의 급급한 에너지 정책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지 사실관계를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당 관계자는 "‘녹색성장’을 강조한 이명박 정부와 뒤이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추진됐기에 산지 태양광 발전시설 증가의 원인을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에서만 찾는 것은 논리적으로 하자가 있다"고 반박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이번 김 수석 인사로 에너지전환에 대한 여야의 논쟁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도 이번 기회에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 조사를 해달라고 한 만큼 여야가 탈원전과 태양광 발전 산사태 등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합리적인 논의를 이어갈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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