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 강해윤 이사
기후위기를 표현하는 그림으로는 단연 북극곰이 녹아내리고 있는 얼음조각 위에 웅크리고 있는 모습일 텐데 올여름 이 그림이 바뀌었다. 섬진강 하류에서 떠내려가는 소가 지붕 위에 위태하게 올라앉아 있는 모습이 기후변화의 새로운 상징이 돼 버렸다. 코로나 팬데믹과 긴 장마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면서 그 불행 가운데에서 우리는 기후위기를 실감하며 더는 이런 상태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느끼게 됐다.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했다는 것을 분명하고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됐고 이번 여름뿐 아니라 계절마다 이런 이상기후를 언제든지 맞이하며 살아야 한다는 기후변화시대에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첫 번째는 산업화 이후 급속도로 증가해온 화석연료의 사용과 거기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에 모두 동의하고 더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에너지 대전환을 미룰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정부의 그린뉴딜은 탄소 저감의 구체적인 목표량이 없이 성장을 기반으로 하는 뉴딜이라는 비판 속에 내용을 채워가야만 하는 과제를 앞에 두고 있다.
정부와 언론을 비롯한 국가적인 규모에서는 에너지 전환의 시대적 요청에 명확히 부응하는 에너지 계획을 세워 나가야 한다. 그 첫 번째가 탈핵이다. 에너지 문제는 여야나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며 결코 이데올로기가 돼서는 안 되는 우리 삶의 기저를 이루는 문명의 기반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인식해야만 한다. 이런 오해와 진실을 명확히 알리는 언론의 역할이야말로 실로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진실만으로도 충분히 에너지 전환은 설득이 된다.
두 번째는 탈탄소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전환을 획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2018년 ‘에너지 3020’을 발표 할 당시만 해도 그 정도 속도로도 가능하다고 봤지만, 이제는 그보다 훨씬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전기에너지는 태양과 바람을 주로 하고 석탄, 석유, 가스 발전소를 줄여나가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진행해야만 한다. 당연히 해외에 투자하는 석탄발전을 중지하고 기후악당국의 이미지를 벗어야 한국 상품의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
세 번째는 전력체계를 이에 맞게 바꿔어야 한다. 대규모 발전소를 중심으로 하는 전력체계는 이제 낡은 시대적 유물이 됐다. 로컬 에너지 개념으로 전 국민이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대에 진입하였는데 ‘한국전력’ 중심의 전력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공기업인 한전이 이제는 스스로 앞장서서 이런 에너지 전환에 긍정적으로 역할을 해야만 한다. 전기요금체계와 전력거래의 기본 틀을 소비자이면서 생산자인 컨슈머 형태로 바꿔야 한다.
에너지 전환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에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까? 앞으로는 장거리 송전에 따른 부담을 모든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마다 에너지 생산을 쉽게 하고 단거리 송전으로 추가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자체에서는 공공 부지를 비롯한 지역 내 모든 가용 자원을 활용해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기 생산을 하고 판매할 수밖에 없다. 지자체가 앞장서서 지역 내 에너지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많은 지자체들이 RE100을 선언하고 그린정책을 펴고 있다. 이와 함께 실질적으로 지역민들이 자발적인 에너지 생산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지역기반 시민참여형 에너지 협동조합을 활성화 해야 한다. 이 성공의 관건은 지역 내 공공 부지의 활용이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작은 실천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일까? 회의적인 생각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작은 노력이 있어야 국가정책과 세상이 바뀐다는 사실에 의심하지 말고 절전으로 전기소비를 줄여야 한다. 절전은 또 다른 발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남향으로 집을 짓고 산을 등지고 마을이 양지바른 곳에 있다. 이 마을과 집집마다 지붕에는 태양광을 올리고 마당에는 소형 풍력을 세우고 마을단위의 에너지 생산 공간을 만들어서 재생가능한 자연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야 말로 우리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마을 단위로 에너지협동조합이 만들어져야 한다. 대부분 아파트를 주거형태로 하는 도시생활자는 자연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기금에 투자함으로써 지역의 시민참여형 에너지 생산 조합들을 지원해야 한다. 이제는 모든 시민이 에너지 생산자이며 소비자가 돼 로컬에너지 자연에너지로 대전환해야만 이 기후위기에 그나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구체적으로 지금 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