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시각] 과학적 불확실성과 정책 수립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9.23 10:32

김용표(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 교수)


대기오염 문제를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필수적이다.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효과적인 처방이 가능하다. 문제는 얼마나 정확한 진단이어야 효과적인 처방을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여러 사회적 현안 해결을 위한 정책 수립에서 문제가 되고, 요즘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도 이것이 중요한 논의 사항이다.

미세먼지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이 문제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대기는 열린 계(open system)이기 때문에 100% 정확한 현상 이해란 것은 있을 수 없다. 공기 흐름은 계속 바뀌고 있어, 그 곳의 대기오염물질 농도, 그리고 그 물질이 어디에서 오는지도 계속 변한다. 따라서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에서 외부 영향도를 같은 방법으로 측정하거나 계산하더라도 시기에 바람 방향도 다르고, 농도도 다르기 때문에 그 정도가 다를 수 있다.

둘째는 결과의 불확실도 문제이다. 어떤 연구 방법이든지 결과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할 때 100이란 값이 나왔을 때 그 측정 방법의 불확실도가 10%라고 하면, 정확한 값은 90∼110 사이에 있다는 것이다. 모델도 그 자체의 불확실도가 있고, 모델의 입력 자료로 들어가는 기상 모델 결과와 배출량 자료의 불확실도도 있어서 100이란 값을 모델로 계산하면 그 불확실도에 따라 값이 있을 범위가 정해진다. 불확실도를 줄이기 위해 과학과 기술 분야의 여러 전문가가 노력하고 있지만 불확실도가 0인 측정 장비나 모델은 있을 수 없다. 10%인 불확실도를 5%, 3%, 1%로 노력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기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이나 베이징에서 미세먼지 고농도 사례가 발생할 때 질산염이나 황산염 농도가 급증하는 현상이 있는데, 이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관측되지 않은 현상이다. 아직 연구자들은 동북아시아에서 어떤 화학반응에 의해 황산염이나 질산염 농도가 급증하는지 아직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물론 과학적인 불확도를 만족할 수 있는 수준까지 줄여서 명확한 인과관계를 밝힐 때까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직접 배출되는 1차 대기오염물질 관리는 외국 사례나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정량적이지는 않지만, 그 정책이 효과가 있을 것인지 정도는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유아/유치원이나 학원 통학차량을 경유 자동차에서 액화천연가스(LPG ) 자동차로 변경하면 탑승한 어린이들의 건강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외국 사례나 지금까지의 우리 연구 결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에서 생성되는 미세먼지나 오존 등의 2차 대기오염물질은 우리 대기 특성을 과학적으로 이해해야만 효과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국민을 설득해 시행할 수 있다. 2018년 3대 한림원에서 제출한 미세먼지 문제 관련 이슈페이퍼를 보면, 미세먼지 생성 기작(機作·작용을 일으키는 기본 원리)에 대한 우리나라의 연구역량은 선진국 대비 50% 정도이다. 또 최근 발표된 미세먼지 범부처프로젝트 사업단 연구 성과 발표회에서 정책 효과분석에 주로 사용되는 3차원 대기화학모델의 우리나라 신뢰도(연구수준)는 선진국 대비 60점 정도로 자체 평가했다. 2019년 11월 발표된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에 실린 수많은 대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미세먼지 생성과정에 대한 이해, 그리고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와 그에 따른 비용편익분석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는 과학적 이해에 대한 고려가 미흡한 상태에서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발표하고 시행했기 때문에,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국민에게 할 수 없었고, 따라서 정책 효과에 대한 평가가 힘들었다. 예전과 달리 이제는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한 정책을 시행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가 미세먼지의 과학적 이해에서 부족한 분야에 집중적으로 연구해 역량을 올려야만 보다 정확한 원인 분석과 정책 수립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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