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로 '전기차 배터리 소재' 선택한 롯데, 사업 전략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9.27 10:04

화학 계열사 통해 배터리 소재 사업확장 공들여
롯데알미늄, 헝가리에 2차전지 양극박 공장 건설
롯데종합화학, 동박생산 두산솔루스 인수전 나서
범용은 규모의 경제·스페셜티 화학소재로 전략화

▲롯데그룹이 최근 화학 계열사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롯데 화학사들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범용 화학소재는 규모의 경제를 펼치고 다양한 첨단 고부가가치 소재로 사업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롯데알미늄 연구원의 정밀화 작업, 롯데정밀화학 연구원의 분석작업, 롯데알미늄의 2공장 증설 테이프 커팅, 모빌리티 스페셜 소재에 집중하는 롯데케미칼.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화학 계열사들을 앞세워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는 롯데 화학그룹이 에틸렌 기준 연산 450만톤으로 국내 최대 캐파를 자랑하지만 이는 범용 중심으로, 석유화학 빅3인 LG화학과 한화솔루션이 미래 사업으로 각각 배터리, 태양광을 선정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반면 롯데 화학사들은 특화된 미래 사업이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롯데정밀화학을 통해 두산솔루스 지분 인수에 나섰다. 전기차용 배터리에 쓰이는 전지박을 비롯해 동박 등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정밀화학은 지난주 이사회를 열고 스카이레이크가 두산솔루스 인수를 위해 설립한 ‘스카이스크래퍼 롱텀 스트래티직 사모투자 합자회사’에 29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스카이레이크는 이달 초 두산솔루스 지분 53%를 6986억원에 인수하는 매매 계약을 체결후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 이중 롯데정밀화학이 출자한 2900억원은 40% 가량에 해당한다. 스카이레이크는 블라인드펀드의 존속기한인 7년 이내에 두산솔루스를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롯데정밀화학이 인수자로 나선다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앞서 롯데그룹의 화학 계열회사인 롯데알미늄은 헝가리에 1100억원을 투자해 2차전지 양극박 생산 공장 건설에 나섰다. 내년 말 완공되면 롯데알미늄은 연간 3만톤 규모의 양극박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최근에는 총 사업비 280억원을 들여 배터리용 양극박 안산 1공장 증설도 마쳤다. 양극박은 배터리의 용량과 전압을 결정하는 양극 활물질을 지지하는 동시에 전자의 이동 통로역할을 하는 알루미늄박 소재로, 높은 열전도성으로 전지 내부의 열 방출을 돕는 역할을 한다. 음극재에 동박이 있다면 양극재에는 알루미늄박이 핵심소재로 손꼽힌다.

롯데알미늄 관계자는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배터리용 양극박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국내외 생산라인을 지속 확대할 방침"이라며 "특히 유럽의 친환경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는 등 글로벌 사업전략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배터리 음극재 기술을 보유한 히타치 케미칼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일본 쇼와덴코에 밀렸다. 이후 롯데케미칼은 올해 쇼와덴코 지분 4.69%를 약 1700억원에 매입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롯데 화학부문은 범용의 경우 규모의 경제를 펼치고, 소재의 다양화와 친환경 첨단소재를 발굴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지난 10년 간 말레이시아 LC타이탄, 미국 루이지애나 ECC 공장 등을 신증설하고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 삼성BP화학(현 롯데BP화학) 등 석유화학 기업들을 대거 인수했다.

롯데 화학부문 대표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현재 합성수지, 화성 제품, 메가트렌드 제품에서 건축, 인테리어 자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가전, IT 기기의 내외장재를 비롯해 농업, 공업, 건축용 소재 및 의료기기, 자동차용 첨단소재까지 분야를 확대했다. 

롯데정밀화학은 일반화학 사업에서 출발해 의약용 캡슐원료 애니코트, 건축용 기능성첨가제 메셀로스 등 고부가가치 정밀화학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반도체현상액 원료 TMAC, 컬러레이저프린터 토너 등 전자재료 분야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술력 기반의 스페셜티 케미칼 전문기업으로 사업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롯데알미늄은 종합 포장 소재기업으로 알루미늄박 및 약·식품 포장재, CAN(캔)·PET(페트)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롯데그룹의 친환경정책에 발맞춰 이차전지용 양극박 등 친환경 소재 기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롯데BP화학은 고부가가치 정밀화학제품인 초산과 초산비닐(VAM)을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트 반도체’로 불리며 급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국내 5대 그룹인 삼성, 현대차, SK, LG 등은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데 롯데만 유일하게 제외돼 위기감이 있을 것"이라면서 "롯데가 앞으로 배터리 소재 업체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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