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거래 新풍속도] "전세 매물, 전속계약 하실래요?"

권혁기 기자 2020-10-21 15:02:12

전세 매물 절벽에 '독점적 중개권' 받고 세입자에게만 중개수수료

중개수수료 포기할 정도로 과열경쟁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전세 매물이 귀해지면서 ‘전속계약’을 조건으로 집주인에게는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매물정보란.


#. 서울에 아파트 한채를 가지고 있는 A씨는 직장을 옮기면서 살던 집을 전세를 주고 본인도 동탄에서 전세를 구했다. 그런데 공인중개사가 전세로 들어가는 자신들에게는 중개수수료를 받으면서 집주인에게는 받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됐다. A씨가 이에 대한 이유를 묻자 해당 공인중개사는 "요즘 전세 물건이 없어서 집주인에게는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아파트를 임대하면서 중개수수료를 내고 온 A씨는 괜히 손해를 본 것 같아 아쉬움이 컸다.

#. 강동구에 살면서 둘째가 태어나 큰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싶었던 B씨는 얼마 전 친한 공인중개사로부터 "강동구 집값이 계속 오를 것 같으니 전세를 놓고, 그 금액으로 저렴한 강북 지역으로 옮겨서 전세를 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 공인중개사는 "다른 부동산이 아닌 자신들에게만 등록하면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고 전셋값도 잘 받아주겠다"라는 말도 남겼다.

임대차 3법으로 전세난이 극심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앞서 언급된 사례처럼 전세 물건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수준이 되자 전세 매물에 대한 ‘전속계약’을 조건으로 집주인에게는 중개수수료, 일명 ‘복비’를 받지 않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구교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울북부지부 강북구지회장은 21일 "과거 전세 물건이 많을 때는 경쟁이 되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최근 전세대란이 일어나면서 세입자에게만 ‘복비’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집주인과 중개사가 친분이 있거나 독점적으로 중개권을 받았을 때 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서울시 부동산 중개보수 요율표에 따르면 임대차 거래에 있어 주택이 1억원 이상 3억원 미만이면 0.3%를 최대 수수료로 정하고 있다. 3억원 이상 6억원 미만이면 0.4%, 6억원 이상이면 0.8% 이내에서 중개업자와 협의할 수 있다.

사실 대부분 지역 부동산들은 중개수수료를 서로 맞추는 편이었다. 중개수수료는 공인중개사무소마다 차별화할 수 있는 ‘경쟁력’이다. 아파트값이 치솟으면서 중개수수료도 무시못할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전세나 매매에 있어 시장에 나온 물건은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공인중개사무소 투어’를 통해 중개수수료가 가장 낮은 곳을 찾는 매수자들도 보인다.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인터넷에 물건들을 다 확인할 수 있으니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오는 손님들이 많다"며 "그런 분들은 수수료가 낮은 부동산을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전세난으로 인한 이상현상은 또 있다.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사 비용 명목 수천만원의 요구하거나, 집주인이 집을 내놓자 세입자가 ‘집을 보여주는 비용’으로 건당 5만원씩을 달라고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반대로 새 전셋집을 찾아주는 조건으로 부동산에 ‘성공보수’, 즉 웃돈을 얹어주는 일도 있다.

구 지회장은 "새 주택임대차법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집주인과 임차인 간 갈등이 커진 것은 물론이고, 전세 수요자 입장에서는 물건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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