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조선 넘버1 풍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0.05.27 10:12

선진기술도입·인수 등 격차 좁혀
양산기술 인력·설비 인프라로 승부

지난해 말 덴마크 수출협회 풍력에너지그룹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덴마크 대사관이 주최한 세미나 참석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속내에는 신흥풍력강국으로 부상할 한국과의 새로운 비지니스를 창출하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었다. 율리히 리쌍 덴마크 수출협회장은 “한국 조선사가 풍력에 뛰어들면 어떤 나라보다 빨리 성장할 것”이라며 자신들의 오랜 노하우기술과 부품수요처로서 한국 기업들과 윈윈전략을 가져가기를 희망했다. 이들이 아직은 초라한 성적표를 보이고 있는 국내 풍력시장의 성장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는 이유는 과거 ‘조선산업’의 경험에 있었다. 덴마크가 20여년전 조선에서 풍력산업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중의 하나가 한국 조선산업의 급성장 때문이었다.

이들이 선박에서 밀리면서 이 인프라를 활용해 풍력에 뛰어든 것처럼 한국의 대형조선 중공업사들이 풍력에 뛰어들면 풍력산업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본 것이다.

부품위주서 시스템수출로 전환 움직임

실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중공업을 비롯해 두산중공업 효성 등 세계적인 조선 중공업 업체들이 풍력사업을 신사업으로 채택해 ‘스타트’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 건설된 국산풍력설비는 1%정도에 불과하고 세계시장 설비점유율도 0.2%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단조 등 부품 수출액만 2008년 기준으로 6만 4000만불정도다. 물론 과거와 비교해 국내 풍력산업이 성장을 해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풍력산업 매출액은 지난해 1조340억원으로 2004년 대비 10.2배 증가했으며 올해 1조821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출액은 지난해 5년간 12.5배 증가한 7억2400만불을 나타냈다. 올해는 12억7300만불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은 지난 2008년까지 타워와 단조부품 등 부품위주였으나 지난해부터 시스템 수출을 개시하면서 비중이 늘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러 전문 조사기관에 따르면 2020년께 세계 풍력시장규모는 55GW, 69조원 규모로 추정됐다. 1996년부터 2008년까지 세계 풍력발전 설치용량은 연평균 28.3%증가했으며 누적설치량은 121GW다.

국내 풍력업체 한 관계자는 “2007년 조선분야 발주총액이 사상 최대인 2550억달러였다”며 “10년 뒤인 2017년 풍력시장 규모가 이와 유사한 2500억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조선선진국인 우리나라가 풍력을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선 중공업사들은 연계기술과 인프라를 무기로 시장경쟁력을 높여가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늦은 출발을 만회하기 위해 선진기업들을 인수하거나 기술을 도입, 양산기술로 승부를 보겠다는 베짱을 내세우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사 중 가장 먼저 풍력에 뛰어들어 기반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전북 군산에 연산 600MW 규모의 풍력발전기 생산공장을 건설해 1.65MW급 풍력발전기를 생산중에 있으며 2, 2.5MW급은 개발을 완료하고 실증하고 있다. 5MW급 해상풍력 발전기는 개발 중이다. 중국진출을 위해 현지 생산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연말경에는 파키스탄에 1.65MW급 발전기 30기를 공급키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영국 설계업체와 2.5MW풍력발전기 개발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시엘로사와 2.5MW급 3기를 2011년까지 텍사스주에 공급키로 했다. 이미 1기는 납품했다. 영구 자석형 풍력발전설비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키 위해 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010년까지 2.5MW급 외 풍력발전설비를 연간 200기씩 생산하고 2015년에는 풍력발전설비 부문에서만 매출 3조원(800기)을 올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를위해 현재 4개팀 80명수준인 풍력발전설비관련 인력을 2015년까지 1000명 수준으로 늘릴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연간 1600기까지 생산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미국 드윈드사를 인수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드윈드사는 풍력터빈 설계, 기술개발을 하는 업체로 750kW, 1.5MW, 2MW급 터빈을 유럽 중국 남미 미국 등에 총 710기를 공급한 바 있다. 우선 신모델 개발을 위해 7000만달러를 투자하고 북미지역에 생산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최근 캐나다의 노바스코샤(Nova Scotia) 주정부와 함께 4000만 캐나다달러를 출자해 풍력발전기 생산을 위한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STX중공업은 네덜란드 하라코산 유럽사 지분 및 풍력발전 특허 인수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하라코산은 2~3MW급 풍력발전기 설계기술 3종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2개 기종은 해상풍력발전단지에 유리하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국산풍력시장 조성사업 서둘러야”

그러나 무엇보다 국내에서 실적을 쌓아야 해외공략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업체의 공동된 의견이다. 현재 몇몇 지자체와 발전사가 국산발전단지를 만들었거나 추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높다.

무엇보다 무한시장으로 떠오르는 해상풍력의 경우 실증단지 조성도 아직 준비단계에 있다. 정부에서는 올해 해상풍력로드맵과 신증단지사업화에 착수해 2012년 전력망연계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이외 전남도와 전북도가 추진중인 ‘5GW 풍력프로젝트’와 ‘새만금풍력산업클러스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남도는 최근 산업은행 등 9개 기업과 ‘5GW 풍력산업 프로젝트’의 2차 투자협약을 체결하면서 풍력산업 허브구축을 본격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포스코 등 28개 기업과의 1차 투자협약에 이은 것이다.

전남도는 지난 2009년 1월부터 서남권(영광 무안 신안 해남 진도) 연안과 해상 지역에 풍력설비 산업단지와 5GW 이상의 풍력발전단지를 20여년간 건설한다는 ‘5GW 풍력 프로젝트’를 마련해 국내외 기업들에 투자설명회를 진행해 왔다.

이미 서남권지역의 해상풍력 발전 잠재력과 경제성 분석을 위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마친상태다. 도는 우선 올해안에 육상풍력 실증·시범단지(100MW이상)와 해상풍력 실증·시범단지(100MW이상)조성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또 대불산단의 신재생에너지 전용단지(20만㎡), 신안조선타운(231만㎡), 영광 홍농임해산업단지(40만㎡) 등을 프로젝트 참여 풍력설비 기업들에 부지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의 ‘풍력설비’부문에는 대우조선해양 STX중공업 DMS 일진전기 CS윈드 중앙산업 중앙조선해양 등 8개 회사가 총 5920억원을 투자할 의향을 밝혔다.

‘풍력발전’ 사업부문에는 한국농어촌공사 포스코파워 포스코건설 동서발전 남동발전 중부발전 남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 STX에너지 대우건설 악시오나에너지코리아 한국지역난방공사 하이드로젠파워 디엠에스 한신디앤피 이엔에이 남학기업 대우조선해양 대림산업 한화건설 등 총 20개 기업이 총 6.7GW 규모의 풍력발전 사업계획(17조9029억원)을 제출했다.

지난해 10월 예비타당성조사가 통과된 새만금 풍력산업 클러스터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1단계로 3595억 원이 투자돼 발전단지와 R&D센터, 산업단지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최첨단 단지로 조성된다.

경제자유구역 새만금산업단지에 1920억 원을 투자해 집적화 단지를 조성, 대기업 3개 이상, 중핵 부품업체 30개 이상이 입주하게 된다.

이와 함께 산업단지 내에는 2014년까지 115억을 투자, 풍력기술연구센터를 설립해 입주기업 부품 국산화와 성능향상을 지원하게 된다.

전북도 관계자는 “서해권역에 1GW의 민자 풍력단지를 조성하고, 2020년까지 국내외에 풍력발전기 10GW 이상을 생산 보급해 20조원의 매출규모로 성장하는 세계적 클러스터로 육성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 풍력업체 관계자는 “이런 계획들이 하루빨리 추진돼야지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며 “과거식으로 전시행정수준에 머무른다면 풍력성장을 발목잡는다는 비난을 면치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행정기관의 사업추진력이 예상대로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이 높다.

그래서 지난 3월 출범한 풍력산업협회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협회는 풍력업계의 목소리를 모아 산업활성화를 위한 명확한 목표설정과 이를 위한 제도개선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구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협회는 올해안에 해상풍력, 육상MW급, 소형풍력, 부품 등 분야별로 전문화 육성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동국S&C 한신에너지 포스코파워 현대건설 태웅 한국전력기술 등 30여개사가 가입해 있다.

20MW이하 풍력설비는 단독배전 선로를 설치하는 대신 바로 연결토록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며, 해상풍력단지 인근에 변전소를 설치해 접속비용을 전기 요금에 장기 분할 배분하는 ‘녹색성장 분담금’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풍력산업협회는 특히 녹색성장 위원회 산하에 사업허가팀 설치를 요구키로 했다. 협회 관계자는 “관련부처와 지자체로 다원화돼 있는 허가체계를 의제처리하는 방식으로의 일원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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