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무선충전 전기버스를 국가 브랜드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5.05.04 22:23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최근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중에 체결한 협력사업들 중에 ‘한국형 무선충전 전기버스 시범사업’이 있다. 콜롬비아의 2대 도시인 메데인(Medellin)에서 250만 달러를 투입해 KAIST가 개발한 OLEV(On-Line Electric Vehicle)기술을 전기버스 시범사업으로 추진한다는 양해각서다.

OLEV기술은 KAIST가 2009년 신성장동력사업 과제로 250억원의 정부자금을 지원받아 개발한 기술이다. 당시 KAIST 총장에 대한 특혜지원 시비가 일 정도로 정부가 KAIST의 제안서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줬다. 다행히 연구 성과가 좋아서 미 CNN 생방송에 소개되기도 하고, 타임지에 의해 ‘2010년 50대 발명품’에 선정될 만큼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급기야 2013년도엔 세계경제포럼에서 미래를 바꿀 ‘10대 유망기술’로 선정됐다.

OLEV기술이 혁신기술로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배터리식 전기버스가 안고 있는 두 가지 문제점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전기버스가 하루 종일 운행하려면 배터리 용량이 300kWh정도가 필요한데 이는 배터리 무게만 3.8톤이 넘어서 한국인 평균 체중을 고려하면 60명 이상을 미리 승차시킨 것과 비슷해 차체가 무거워진다. 배터리 충전시간이 10시간 이상 필요하다는 점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보통 배터리 교체방식을 채용하는데 충전시설 투자나 배터리 관리비용도 만만치 않다. OLEV기술은 운행중 무선충전이 가능해 배터리 용량을 1/3~1/5 수준으로 확 줄일 수 있고 별도의 충전 시간이 아예 필요치 않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서울시 산하의 서울연구원은 한 보고서에서 OLEV기술은 6~7km이내의 짧은 구간에만 상용화를 고려함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OLEV 시험 운행사례가 서울대공원 코끼리전기열차(2.2km), 여수엑스포 관람객수송(600m), KAIST 교내셔틀버스(3.76km) 등으로 모두 운행구간이 짧다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OLEV버스는 구미시의 정기버스노선(왕복 24km구간)에 투입돼 이미 1년 이상 성공적으로 운행되고 있다. 구미시의 성공사례는 지금 각국 주요 도시의 관심대상으로 떠올랐고, 산업부-환경부-국토부 등 정부부처 공무원들도 전기버스 활성화를 위한 정책 자료로 삼기 시작했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공간에서 친환경적인 공공교통 수단으로 전동버스나 트램은 전통적인 방식이다. 전동버스는 차체지붕에 설치된 판토그래프를 이용해 전선과 브러시를 통해 전력을 공급받는다. 

이런 시스템의 단점은 도시전체에 거미줄같이 전선망이 뒤엉켜 있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정기적인 관리가 힘들다는 점이다. 이를 개선하고자 배터리 전기차 도입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지만 잦은 배터리 교체나 충전시설에 대한 투자비가 전기버스 확산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KAIST가 개발한 무선충전기술 즉, 자기공진형상화기술(SMFIR)기술은 버스뿐 아니라 승용차, BRT(Bus Rapid Transit-간선급행버스체계), 철도시스템 및 기타 무선전력전송과 관련된 모든 응용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다. 현재 개발된 버스는 3상 440V/60Hz의 전원을 급전 인버터에서 20kHz 200A 전류로 변환시켜 무선 전송하는데 집전효율이 85%, 집전용량이 100kW에 이른다. 무가선 트램과 철도 용도로 60kHz, 집전용량 180 kW도 개발한 상태다. 도로 밑에 설치된 급전인프라는 OLEV차량만을 자동인식해 전력을 공급하며 전체 운행구간의 5~15% 정도만 세그먼트 구간을 정해 주므로 투자비가 저렴하다.

미국의 한 연구기관이 평가한 한 자료에 의하면 기존 배터리 교환식 전기버스를 기준으로 해도 전기버스의 100km운행 비용은 28.12달러(약 3만원)에 불과하다. 수소-전기하이브리드 92.7달러, 수소-CNG하이브리드 72.1달러, 디젤 40.17달러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이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도 ‘서울시 친환경버스 도입방안연구’에서 배터리 교환식 전기버스가 CNG버스에 비해 차량가격은 비싸지만 운행비용을 감안하면 경제성이 더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분석을 기초로 서울시에 전기버스 도입대수를 점차적으로 늘릴 것을 권장하고 있다. 당연히 OLEV버스시스템을 도입하면 훨씬 더 경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시는 버스 전용도로 제도가 발달해 온라인 자동충전시설을 버스 환승센타나 주요 버스정거장마다 설치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거의 모든 버스의 충전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부디 서울시의 ‘2030 스마트 친환경교통 마스터플랜’에서 기존 전기버스를 모두 OLEV버스로 대체해 서울시가 미래형 친환경 OLEV버스로 세계적인 브랜드를 뽐낼 수 있게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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