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기후체제, 글로벌 에너지 체제 지각변동 '견인'
파리 기후체제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 기존 화석에너지 중심의 글로벌 에너지 섹터가 청정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14일 해외 주요 에너지관련 기구와 기업들이 쏟아낸 논평들을 분석한 결과, 국제 사회는 이미 새로운 에너지 시대로 접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었다. 석탄 등 전통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세일가스와 청정에너지, 에너지효율이 중심이 된 새로운 에너지 체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에너지믹스 패러다임 변화 올 것 ‘이구동성’ - 국제에너지기구(IEA )는 파리 협정서를 계기로 글로벌 에너지 섹터가 클린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증진 중심으로 개편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에너지기구 관계자는 "방대한 규모의 투자가 클린에너지와 에너지 효율을 중심으로 일어날 것이며 이 같은 사실은 에너지 섹터의 변모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시각은 기업인들도 마찬가지였다.
폴 폴만 유니레버 CEO는 "파리 협정서로 인해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일어나 실물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선진국이 개도국 경제발전을 위해 공여하기로 약속한 수천억달러 규모의 지원금이 수조 달러 규모의 탄소 투자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단언했다.
필립 디포세 프랑스 연기금 국장은 "파리 협정서 체결을 계기로 투자가들이 화석연료 산업에서 발빼 국제사회가 자연스럽게 저탄소 에너지 사회로 중심을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투자가들이 선진국과 개도국을 가리지 않고 지속가능한 경제체제 수립을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저탄소 개발 전략을 수립할 것을 독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포세 국장이 말하는 저탄소 개발 전략엔 탄소 가격제도가 포함돼 있다. 투자가들은 탄소 가격제를 각국의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 의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삼을 전망이다.
글로벌 에너지전문기업 GE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GE의 대변인은 파리 협정서 체결 직후 논평에서 "GE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혁신과 투자를 가속화해 기후변화와 싸워나가는 선도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파리 기후체제가 에너지 분야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은 석유업계 관계자도 동의하는 바였다.
잭 제랄드 미국 석유협회 회장은 "미국의 민간분야는 이미 온실가스 감축활동에 나서고 있다"며 "민간의 이러한 활동은 정부가 강제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혁신, 투자, 기업가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일가스 사용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는 미국의 정책에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파리 협정서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자력에너지 VS 신재생에너지 누가 주인공될까 - 청정에너지(clean energy)엔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가 포함된다. 이들은 화석연료를 대체한다는 측면에서 저마다 기후변화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의 첨병임을 자임해 왔다.
물론 포스트2020 신기후 체제의 대세는 신재생에너지다. 신재생에너지는 미국에선 세일가스와 함께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EU는 이미 100% 신재생에너지 시대를 공언하고 있으며 파리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기간 중 우루과이는 100%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공급 체계를 구축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전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포스트2020신기후 체제 기간 중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는 불꽃 튀기는 홍보전을 펼쳤다.
신재생에너지는 국제신재생에너지협회(IRENA)를 중심으로 자신에 유리한 판세를 굳혀갔다.
IRENA는 파리 협정서 채택 이후 논평을 통해 "파리 협정서가 글로벌 에너지 전이에 세례를 줬다"며 "에너지효율과 결합된 신재생에너지는 파리 기후체제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전이(transition)이란 ‘이행’의 의미도 포함된다. 즉, 전통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글로벌 에너지 체제가 변화될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원자력 업계의 홍보전도 치열했다. 원자력 업계는 ‘World Nuclear Society’의 이름으로 원자력 발전이 이산화탄소를 생산하기 않기 때문에 포스트2020신기후 체제에도 효과적인 에너지원이라고 홍보했다.
◇제프리 삭스 "파리 협정서 실천방안 마련해야" -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경합은 파리 협정서로 상징되는 포스트2020신기후체제, 즉 파리 기후체제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함을 알려주고 있다.
실제로 파리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기간 중 기후변화 책임론, 재원 조성 등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갈등이 노출됐다. 이러한 결과 파리 협정서엔 선진국의 개도국 지원 조항이 삽입됐지만 지원 규모 등을 삽입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파리 협정서에 담긴 갈등 요소가 에너지믹스에 국한되지 않음을 시사한다.
제프리 삭스 콜럼비아대 지구연구소장은 "외교관들이 할 일을 했다"며 "파리 협정서가 지구를 올바르게 이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파리 협정서는 국내 정치인들과 기업인, 과학자, 엔지니어, 시민단체를 움직일 수단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일갈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안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