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자본시장실장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자본시장실장 |
연초부터 중국 주식시장과 국제유가의 급격한 추락으로 글로벌 상품시장과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중국 주식시장의 대표적인 지수인 상해종합지수는 올해 첫 2주일간 약 18%의 하락을 기록했다. 국제유가의 경우(WTI 기준) 같은 기간 20.6% 하락해 가격하락폭은 상해종합지수보다 더 컸다.
불과 2주일간의 하락폭이라고 하기에는 보기 드문 정도로 추가적인 가격하락에 대한 공포심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패닉상태에 빠뜨리고 있다.
확대되는 중국리스크와 국제유가 급락사태는 각각이 모두 세계경제의 회복에 큰 충격을 주는 위험요소다. 그렇지만 공포심에 압도돼 미래에 대한 전망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가져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국제유가의 경우 현재의 가격 수준이 저점 영역에 근접해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머지 않은 시기에 하락이 마무리되면서 가격흐름의 추세적 전환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현재까지의 유가급락은 수요부족보다는 공급과잉에서 더 크게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보자. 수요측면만을 바라본다면 국제유가의 회복은 상당히 부진하게 진행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원유시장의 가장 큰 수요자인 중국은 상당기간 경제성장률 둔화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의 의미 있는 수요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본이나 유럽의 경우도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수요확대의 주체가 되기 힘들다. 원유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뚜렷한 수요확대 요소를 찾아내기 어려운 것이다. 부진한 수요에 비해 공급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더욱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해제돼 추가적인 공급물량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 수요와 공급간의 엇박자는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수요와 공급간의 불균형만을 고려한다면 국제유가의 추가적인 하락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국제유가 흐름에 추세적 전환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수요의 확대 또는 공급의 축소가 필요하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수요의 확대는 글로벌 경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인위적인 조절이 곤란하다.
그렇지만 공급은 수요와 달리 생산국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탄력적인 조절이 가능하다.
사실 유가의 변동에 따른 시장 자율조정기능을 인정하는 미국이나 소수의 서방국가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원유 생산국가는 국가가 생산량에 대해 전적인 통제권을 갖고 있다. 이는 이들 국가가 적당한 명분이 주어질 경우 신속히 원유생산규모를 변화시킬 유인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향후 국제유가의 향방을 결정함에 있어서 공급에 대한 이러한 통제력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데, 추가적인 유가의 하락세를 야기하는 것보다는 유가의 상승전환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공급통제력을 행사할 명분을 강화시켜 갈 것이다.
국제유가는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지만 수요와 공급은 지정학적 교란요인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현재와 같이 국제유가가 20달러대에서 형성되는 초저유가 상태에서는 정치적 요소의 개입가능성이 크게 확대된다. 수급상황과 더불어 중동 및 미국 등 주요 원유생산국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더욱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하는 이유이다.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고려한 공급축소 방식은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음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카르텔(Cartel)과 같은 협력기구를 통해 공조를 강화하는 방식 이외에 국가간의 갈등을 확대시키는 방식을 통해서도 공급이 축소될 수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유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의 포지션에 대한 이해도 중요한 부분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원유공급에 자율적인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겠지만 유가의 상승을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유가의 상승전환을 유도하는 명분축적을 암묵적으로 용인할 가능성이 높다. 수급상황을 고려할 때 국제유가의 하락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추가적인 유가하락의 폭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유가의 방향성이 전환될 가능성도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경제의사 결정에 있어서 유가하락이 아니라 상승의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