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엇갈린 IT 공룡들…애플 ‘울상’ vs 페북 ‘고공비행’
▲스마트폰 시장의 약발이 다하면서 호시절은 작년을 기점으로 끝났다. 프리미엄폰 시장은 이미 포화에 이르렀고 틈새시장으로 떠오르는 중저가 보급형 시장은 웬만해선 이익을 남기기 힘들어졌다. (사진=연합뉴스) |
◇ 호시절은 갔다…애플·삼성전자·퀄컴 ‘태평천하’ 끝나나
시가총액 1위 애플과 스마트폰 판매량 1위 삼성전자, 세계 최대 휴대전화용 통신칩 제조업체 퀄컴. 이들은 서로 부품을 주고받고 때로는 경쟁하면서도 지칠 줄 모르는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에 기대어 태평천하를 누렸다.
스마트폰 시장의 약발이 다하면서 호시절은 작년을 기점으로 끝났다. 프리미엄폰 시장은 이미 포화에 이르렀고 틈새시장으로 떠오르는 중저가 보급형 시장은 웬만해선 이익을 남기기 힘들어졌다. 화웨이, 샤오미, 레노버 등 중국 제조업체 제품은 ‘모방의 귀신’에서 이제 ‘대륙의 실수’라는 역설적인 찬사를 받으며 애플과 삼성의 자리를 위협하고 나섰다.
애플은 작년 4분기 아이폰 판매증가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 심지어 올해 1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팽배하다. 달러 강세를 핑계로 내세우기는 했으나 미국과 일본 등 안방시장은 물론 중화권에서 판매량 부진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잘 못 만들어서가 아니다. 시장 수요 자체가 좀처럼 늘지 않아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예 "애플 아이폰의 성장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라는 평가까지 내놨다.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작년 2월 "애초에 우리는 하드웨어 기업이 아니었다"고 고백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유일한 IT회사"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드웨어만으로는 미래 성장동력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한때 실적파티를 이끌었던 삼성전자 IM 부문(스마트폰 사업 담당)도 같은 신세다.
꽁꽁 얼어붙은 스마트폰 시장 상황에도 갤럭시S6 시리즈와 갤럭시노트5 등 전략 스마트폰을 예년보다 앞당겨 출시하고 보급형 라인업인 갤럭시A·E·J까지 곁들였으나 실적 개선은 쉽지 않았다.
그나마 스마트폰 성수기로 꼽히는 작년 4분기에도 영업이익은 2조2300억원으로 작년 최저치였다. 연간 영업이익은 재작년보다 4조원 넘게 줄었다.
세계 최강 하드웨어 업체인 삼성전자가 슬슬 소프트웨어 사업에 눈을 돌리는 것은 스마트폰 기기만으로는 힘이 부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려서다.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와 보안 솔루션 ‘녹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면서 세계 최대 통신칩 제조회사인 미국의 퀄컴 역시 울상이다.
매출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칩 생산 부문이 스마트폰 시장 수요 둔화와 경쟁사들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면서 작년 4분기 순이익(15억 달러·약 1조8천120억원)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나 폭락했다.
애플은 아예 자체 AP를 만드는 데다 삼성전자(엑시노스)와 화웨이(기린)의 자체 AP가 서서히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퀄컴은 27일(현지시간) 실적발표에서 올해 1~3월 통신칩 선적이 1억7천500만~1억9천500만개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만 만들어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면서 "이제는 그 안에 무얼 담아야 할지 다른 기기와 어떻게 연결할지 등을 내다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애플 지고 ‘FANG’이 뜬다
반면 ‘모바일 퍼스트’ 시대에서 플랫폼 사업에 일찌감치 눈을 뜬 글로벌 업체들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은 이제 세계 최대 모바일 광고 플랫폼 업체로 재탄생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작년 4분기 매출은 58억4000만 달러(약 7조700억원)로 시장 전망치(53억7000만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배가 넘는 15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광고 수익에서 모바일의 비중은 80%까지 올라갔는데 올해 미국에서 모바일 광고 매출의 약 20%를 페이스북이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매월 페이스북에 로그인하는 이용자는 세계 인구(약 74억명)의 약 5분의 1인 15억9000만명으로 늘었다. 페이스북 하루 접속자 수는 10억명. 세계 인구 7명 중 1명은 매일 페이스북에 드나드는 셈이다.
페이스북은 이른바 ‘팡’(FANG)이라고 불리는 4개 기업의 큰 형님 격이다. 팡 주식은 지난해 미국 증시 상승세를 이끈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을 일컫는다.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현 추세라면 애플을 넘어 시가총액 1위로 뛰어오를 것으로 보인다. 점유율 80%가 넘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플랫폼 생태계를 기반으로 자율주행차, 로봇 등을 아우르는 매머드급 종합 ICT 업체로 변모하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 플랫폼의 수혜를 가장 많이 본 회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는 작년 전 세계에서 재산을 가장 많이 늘린 인물이기도 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세계 400대 부호 랭킹에 따르면 베조스의 재산은 작년에만 300억 달러(약 35조원) 증가한 587억 달러(약 68조원)에 달했다.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는 지난해 미국 증시에서 주가가 가장 많이 상승해 업계의 부러움을 샀다. 최근에는 한국을 포함한 130개국에도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지구촌 최강 영상 플랫폼 업체로 떠올랐다.
뉴욕타임스는 "투자자들이 애플 대신 팡 주에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이들 기업의 지난 분기 매출액 증가율이 23~40%에 달하지만, 애플은 1.7%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