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주거안정에 도움?… "세금 부담 늦춘 것"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11.04 16:11
2020110401000238800010361

▲공시가격 6억원 미만 1주택자들의 세 부담이 3년의 유예기간 후 급격하게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강남권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윤민영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높아지면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조세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공시가격 기준 6억원 미만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는 10년 뒤에는 올해의 2배 이상에 해당하는 재산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서민주거 안정을 이유로 제시한 공시가격 6억원 미만 주택 보유자에 대한 재산세 인하는 단지 유예기간을 늘리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4일 당정에 따르면 공시가격 6억원 이하 1주택자에 대해선 3년간 재산세율을 0.05%포인트씩 한시적으로 인하한다. 현실화율이 낮은 주택 보유자들이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우려해서다. 국토부는 현재의 공시가격이 낮은 시세 반영률, 유형별·가격대별 시세반영 격차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봤다. 따라서 공시가격을 향후 5~15년간 점진적으로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2024년부터 체감하는 재산세 부담은 현재보다 급격하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집값이 급등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중저가 주택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 공시가격 6억원 미만에 대한 세금 혜택을 볼 수 있는 가구수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10월 기준 8억5695만원에 달한다. 이는 공시가격 6억원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2019년 10월 7억7962만원, 2018년 10월 6억8859만원이었다. 현재 기준으로 서울 집값은 1년 전보다 9%, 2년 전보다 20% 각각 오른 것이다.

공시가격 6억원 미만에 해당하는 시세 9억원 미만 주택의 경우도 현재 집값 상승속도를 봤을 때 단 시간에 9억원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공시가격 현실화율에 대한 목표 도달기간이 짧아진다. 3년의 세금 인하 기간이 끝나기 전에 공시가격 6억 미만이었던 1주택자들도 세금부담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정책과 현실의 괴리감을 지적한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에 대한 재산세 인하 방안이 발표됐지만 이는 3년의 유예기간에 불과해, 결국은 조세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세금 부담이 집값에 반영되고, 이로 인해 세금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 집을 살 수 있어 주거불안의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성근 경희대학교 부동산학과 객원교수는 "재산세 인하 방안은 당장 3년 간의 부담을 덜 수는 있어도 결국 2024년부터 조세부담이 현실화되면서 결국 땜질식 정책이 된다"며 "공시가 6억원 이상 아파트에 사는 은퇴자, 고령자들의 경우는 소득이 적어 세금을 낼 능력이 되지 않으면 결국 현 주거지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고 결국 그 자리는 현금부자들이 들어올 수 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 제도가 중산층 이하는 무방할거 같아도 6억 이하 주택도 추후에 집값이 올라서 세금문제가 자연스레 발생할 것"이라며 "서민들은 자기 집을 갖고 사는 것에 대한 부담이 증가되는 상황에서 이사를 망설일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거주지역이 곧 사회적 계층으로 고착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민영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